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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뜯어먹는 재칼의 포효 "뼈까지 씹어삼켜주리라!" [수요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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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60회 작성일 24-01-3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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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기사
사자 사체 포식하는 드문 장면 포착
청소부로만 인식돼있지만 뛰어난 사냥꾼
태어난지 얼마 안된 초식동물 새끼 집중 공략
같은 맹수인 표범 등의 먹잇감으로 희생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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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했던 라이온 퀸의 삶의 끝은 초라했습니다. 날카로운 발톱으로 먹잇감을 쓰러뜨리고 칼끝처럼 벼려진 송곳니로 숨통을 끊으며 사바나의 피조물들을 유린하며,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군림하던 여왕이었죠. 그러나 혼이 몸뚱이를 빠져나간 그 순간부터 썩어문드러진 고깃덩이로 전락합니다. 몸뚱이부터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죽음의 냄새를 맡고 스케빈저들의 성찬이 시작됩니다. 백수의 왕부터 한낱 풀뜯는 설치류까지 죽음 앞에서 짐승들의 신세는 평등해지는 거죠. 그래서 아래와 같은 진기한 광경이 펼쳐집니다. 사자 몸뚱이를 파먹는 재칼의 포식 장면 말이죠.

재칼이 죽은지 얼마 되지 않은 암사자의 사체를 파먹고 있다./Shaheen Patel Facebook. Legend Safaris

재칼이 죽은지 얼마 되지 않은 암사자의 사체를 파먹고 있다./Shaheen Patel Facebook. Legend Safaris

눈을 지그시 감은 암사자는 혼이 달아난지 얼마 안된 것으로 보입니다. 큰 상처를 입지 않은 것으로 봐서 공격당해죽은 것 같지는 않아요. 피골이 상접하지 않은 것으로 봐서 노환보다는 병사했을 공산이 커보입니다. 문득 카메라의 앵글을 정반대로 돌렸다고 상상해봅시다. 허겁지겁 파먹기 시작한 재칼의 이빨에 흑갈색 사자 몸뚱아리는 파헤쳐지고 짓이겨졌거나 그럴 것입니다. 피하지방을 아래 육포처럼 꾸덕꾸덕해진 살점과 물기가 말라붙어 쪼그라든 내장이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그 내장 속에는 암사자의 최후의 성찬이 됐을 고깃덩이가 위산에 삭힌 채 남아있을지도 몰라요. 누우나 얼룩말 등 초식동물의 살코기만큼의 육질과 영양가를 기대하긴 어려울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 재칼에게는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재칼이 폭풍흡입하면 이제 다음 타자인 대머리수리와 산미치광이들이 암사자의 몸뚱이를 뜯어먹고 파먹고 갉아먹을 것입니다.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재칼 무리가 죽은지 얼마 안된 것으로 보이는 사자의 사체르 파먹고 있다./Manie Combrinck Facebook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재칼 무리가 죽은지 얼마 안된 것으로 보이는 사자의 사체르 파먹고 있다./Manie Combrinck Facebook

이 장면은 사바나의 영원한 조연급 엑스트라라는 외피 아래 강렬한 적응력으로 무장하며 번성하는 재칼의 파워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요. 사차 몸뚱이에 파묻은 얼굴에 달린 부라린 눈빛엔 이런 말풍선이 담겨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이 사자놈의 뼈까지 씹어삼켜줄 테다!” ‘사기꾼’ ‘아첨꾼’. 영어사전으로 재칼을 검색해보면 이런 뜻풀이까지 함께 나옵니다. 사람들이 이 개과 짐승에 대해 얼마나 안좋은 인식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사자나 표범 같은 큰 짐승 주변을 어슬렁거리면서 썩은 고기만 호시탐탐 노리는 청소부 쯤으로 생각하기 마련이죠. 실제로 동물 다큐멘터리에 그런 모습으로 많이 등장해요. 카리스마도 없는 나쁜 악역 정도라고 해둘까요? 하지만, 재칼이 없는 사바나를 상상해봅시다. 곳곳에 먹다 남은 사체에서 풍기는 썩은내가 진동할 것이고, 과잉번식한 설치류들로 풀과 나무열매는 남아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재칼은 사냥꾼인 동시에 청소부요 그 자체가 소중한 먹잇감입니다. 사바나의 만물을 주관하는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죠. 이 짐승을 조금 더 상세히 탐구해봅시다.

인도의 한 자연보호구역에서 황금재칼이 새끼사슴을 막 사냥했다./KumbleD Favebook

인도의 한 자연보호구역에서 황금재칼이 새끼사슴을 막 사냥했다./KumbleD Favebook

재칼집안에는 세 종류가 있어요. 가장 유명한 건 검은등재칼이에요. 케냐·탄자니아·남아프리카공화국·보츠와나·짐바브웨 등 사파리로 이름난 나라들과 서식지가 겹치다보니 자연스레 낯이 익습니다. 중·서부 아프리카까지 퍼져사는 놈은 가로줄무늬재칼이고요. 노란 털빛깔에서 유래된 이름을 가진 황금재칼은 북아프리카와 건너 남유럽에서 중동을 거쳐 인도와 동남아시아까지 퍼져살고 있어요. 사체 뜯어먹는 청소부로만 알려진 이 짐승은 사실 교활하면서도 약삭빠른 사냥꾼입니다. 딱 제 몸집에 맞는 것만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요. 바로 새끼 영양이나 새끼 사슴입니다. 그것도 태어난지 얼마 안된 어린 것들이죠. 그러다보니 재칼의 사냥은 일견 비정해보이는 면도 있어요. 눈에 넣어도 안아플 것 같은 인형 같은 새끼들을 덮쳐 거꾸러뜨립니다. 한번에 숨통을 끊을만큼 강력한 턱힘이 없다보니, 새끼들은 겁에 질려 가냘픈 목소리로 매애애애 울어댑니다. 이 장면을 담은 동영상Kgalagadi Sightings을 잠시 보실까요?

세상에 태어난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죽을 순 없다고 절규하는 듯 해요. 그 구슬픈 울음은 그러나 재칼의 식욕과 살육욕을 극한으로 끌어올려줄 것입니다. 새끼를 탐닉하는 재칼의 또 다른 공략대상은 출산 중인 암컷입니다. 어미 꽁무니에서 양수를 터뜨리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새끼를 집요하게 공략합니다. 후두둑하고 어미몸뚱이에서 떨어진 새끼가 막 끈끈한 태를 벗어나기도 전에 재칼에게 목덜미를 물립니다. 산고보다 더 고통스러운 어미의 절규를 뒤로 하고 비정한 식사가 시작됩니다. 어미 뱃속에서 만들어져 세상 빛을 보자마자 다시 갈기갈기 해체돼 천적의 뱃속으로 들어갑니다. 그 가냘프고 보드랍던 몸은 씹히고 소화돼 천적들의 신진대사 동력이 되어줄 것입니다. 이토록 비정한게 사바나의 법칙이고 정글의 룰입니다. 강한 것이 곧 정의이고 선善인 짐승세상을 어찌 인간의 잣대로 비난할까요.

재칼이 태어난지 얼마 안된 어린 영양의 새끼 사냥에 성공하고 있다./Rob The Ranger Wildlife Videos Facebook

재칼이 태어난지 얼마 안된 어린 영양의 새끼 사냥에 성공하고 있다./Rob The Ranger Wildlife Videos Facebook

영양 새끼만 식단에 있는게 아닙니다. 나미비아나 앙골라 등 대서양 연안지역에 사는 놈들은 번식철을 맞아 바닷가에서 수천마리씩 무리를 이뤄 출산·육아를 하는 물범 무리를 공략합니다. 물범들 틈바구니를 휘뒤집고 다니면서 어미 눈앞에서 새끼를 나꿔채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여보랍시고 산채로 먹어치웁니다. 이런 재칼의 사냥으로 지금도 아프리카에서는 수천마리의 새끼 동물들의 가냘픈 숨통이 동시다발적으로 끊기고 있을 거예요.

재칼은 암수가 평생 짝을 이루는 부부금슬로 유명하다. /Animal Planet India X

재칼은 암수가 평생 짝을 이루는 부부금슬로 유명하다. /Animal Planet India X

이런 사냥법으로 살아가니 살아가는 방식도 도적떼나 다름없을 것같지만, 의외로 금슬 좋은 일부일처로 커플을 이루면서 살아갑니다. 게다가 암수가 짝을 이뤄 협업으로 사냥할 때 성공률은 갑절로 높아집니다. 삶의 매커니즘이 일부일처와 직결돼있는 거죠. 재칼 뿐 아니라 늑대·코요테·리카온 등 야생의 개과동물들은 평생 커플을 이루거나, 끈끈한 가족애를 과시하며 무리를 이룹니다. 이런 뛰어난 사회성은 인간이 개를 독보적 반려동물로 택하는 접점이 됐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코요테는 사냥꾼인 동시에 청소부지만, 생태계에서 또 다른 기능도 하고 있습니다. 바로 ‘먹잇감’이죠. 우선 사진 한장을 보실까요? 비위가 약하신 분은 재빨리 스크롤바를 내리시기를 간곡히 권합니다.

재칼이 사냥한 영양 몸뚱이에서 머리통을 떼어내 물고 이동하고 있다./Nature Goes Metal Facebook

재칼이 사냥한 영양 몸뚱이에서 머리통을 떼어내 물고 이동하고 있다./Nature Goes Metal Facebook

재칼을 사냥한 표범이 머리를 물고 이동하고 있다./Grotesque Gardener Facebook. svpho.tography

재칼을 사냥한 표범이 머리를 물고 이동하고 있다./Grotesque Gardener Facebook. svpho.tography

위의 사진은 재칼이 사냥한 영양 새끼에서 머리통을 떼어내 여유로운 표정으로 물고 이동하는 사진입니다. 그 아래 사진은 하이에나와 함께 사바나의 넘버 투를 다투는 표범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전리품을 물고 이동합니다. 표범의 입에 물린 전리품은 다름 아닌 몸통에서 막 뜯겨져나온 재칼의 머리입니다. 두 사진 모두 희생된 사냥감은 죽은 채로 눈을 치켜뜨고 있습니다. 특히 사냥꾼에서 한순간 사냥감으로 전락한 재칼의 눈빛은 마치 이렇게 씨근덕거리는 것 같아요. “빌어먹을. 내 견생犬生이 이렇게 끝났을지 누가 알았겠나.” 먹이 사슬 관계가 항상 초식동물과 육식동물 사이에서만 형성되는 건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실제로 표범이 풀숲에서 급습하거나, 아니면 직접 굴을 파고들어 끄집어내는 방식으로 재칼을 사냥하는 장면은 드물지 않게 포착됩니다. 이렇게 썩어가는 사체를 처리하고, 사냥꾼 역할도 하면서 초식동물의 과잉번식도 통제하는 동시에, 자신보다 더 큰 덩치의 맹수의 식사거리로도 헌신을 하는 재칼을 어찌 생김새만으로 그 가치를 재단하겠습니까. 오늘도 사바나 생태계의 꼭대기와 하층부를 오가며 재칼은 생명의 바퀴를 묵묵히 굴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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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섭 기자 xanad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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