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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밀면서 나가라 했지만"…공공기관 출장서 동료 성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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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87회 작성일 24-05-0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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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호텔 마스터키로 피해자 객실 침입
법원, 징역 6년 선고…가해자 "처벌 가혹" 항소

[앵커]

해양수산부 산하 공공기관 연구원들이 출장을 떠났는데, 여기서 남성 직원이 여성 직원을 성폭행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거짓말로 피해자의 호텔 객실 키를 받아내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이상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7월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연구원들은 경남 통영으로 출장을 떠났습니다.

해양수산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해양생물의 다양성을 조사하기 위해서입니다.

출장 복귀 하루 전날 연구원들은 밥을 먹고 술도 마셨습니다.

피해자는 오후 7시 40분쯤 호텔 객실로 먼저 들어왔습니다.

객실 문이 잠기고 침대에서 잠을 잤습니다.

그런데 2시간쯤 뒤 일어나보니 누군가 보였습니다.

[피해자 : 제가 눈을 떴을 땐 이미 나체로 누워 있었고 그 사람이 눈앞에 있었어요. 몸을 이리저리 뺐어요. 발로 밀면서 나가라고. 그 사람이 알겠어. 알겠어 하면서…]

특별한 인적 교류조차 없었던 40대 연구 공무직 남성이었습니다.

가해자는 피해자 객실에 어떻게 들어갔을까.

JTBC는 사건 당일 CCTV 10시간 분량을 전부 확보해 살펴봤습니다.

오후 8시 49분쯤 가해자가 피해자 객실 앞으로 걸어갑니다.

호텔 관리자가 문을 열어주자, 가해자는 객실 안으로 들어갑니다.

가해자는 호텔 관리자에게 "우리 직원이 업무상 중요한 것을 가지고 숙소로 갔는데 연락이 안 되니 객실 문을 열어달라"며 거짓말을 했습니다.

호텔 관리자가 예비 카드키로 문을 열어주고 밖에서 기다리자 관리자 몰래 카드꽂이에 명함을 꽂고 피해자 카드키를 손에 쥐었습니다.

이렇게 카드키를 확보한 뒤 피해자 객실로 몰래 들어갈 수 있었던 겁니다.

조사 결과 가해자는 홀로 술에 취해 자고 있던 피해자 옷을 벗기고 성폭행까지 저지른 걸로 파악됐습니다.

범행 직후 가해자는 자신의 객실로 돌아갔고 피해자는 복도에 앉아 다른 동료에게 사실을 알렸습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어떻게 대응했을까.

사건 넉 달 만인 지난해 11월 가해자를 파면했습니다.

출장 전엔 대면과 온라인으로 교육도 했었는데 소용없었습니다.

가해자가 근무한 해수부 산하 공공기관입니다.

사건 두 달 전쯤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성폭력 예방 교육도 있었다고 합니다.

피해자 신고로 수사와 재판도 이어졌습니다.

검찰은 징역 8년을 내려달라고 구형했지만, 지난 1월 법원은 가해자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을 이용해 계획적으로 간음했다"고 봤습니다.

"피임 도구도 사용하지 않았는 바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할 위험마저 높았다"면서도 "범행을 인정하고 동종 전과가 없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라며 형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가해자 측은 처벌이 가혹하다며 항소했습니다.

"수사 절차에선 범행을 부인했지만 1심에선 전부 인정했다"며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 "한여름에 4일 동안 계속 바닷물에 잠수해 해양생물을 채취하다 술을 마시고 자제력을 잃었다"며 순간적인 충동 때문이었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피해자는 가해자와 합의하지 않았고 엄벌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직장과 피해 사실을 JTBC에 공개한 이유는 이렇습니다.

[피해자 : 해바라기 센터에 갔었거든요. 거기 가면 냉장고가 있어요. 냉장고 앞에 이름과 연락처, 이 사람한테서 채취한 시료. 순번이 정해져서 쭉 써있더라고요. 고작 2, 3일 사이에도 이렇게 많은 피해자가 생기는데 뉴스로 아니면 밖으로 피해자가 나서거나 드러나는 일이 없구나]

사건은 지금 2심 재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이정회 황수비]

이상엽 기자 lee.sangyeop@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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