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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30년 모은 재산 털렸다…케이삼흥의 기막힌 폰지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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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91회 작성일 24-05-0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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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부동산’ 시초 케이삼흥
20년 만에 ‘폰지사기’ 반복…피해자 수천명

[단독] 30년 모은 재산 털렸다…케이삼흥의 기막힌 폰지사기

지난달 25일 투자자들과 직원들이 케이삼흥 인천 부평 지사에 모여 김 회장을 기다리고 있다. 투자자들 대부분은 수천만원~수억원의 노후 자금을 투자한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대부분이었다. 망연자실하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김 회장은 "투자 금액에 상관없이 인당 100만원을 먼저 변제해주면 어떻겠느냐"고 설득했다. /사진=안정훈 기자


“돈을 한 푼이라도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저는 가장 밑바닥마지막 단계이라 힘들겠죠.”

경북 영주시에 사는 임 모씨57는 2년 전 지인 소개로 부동산 투자 기업인 케이삼흥을 통해 투자를 시작했다. “매달 자동으로 수익금을 지급해주겠다”는 유혹에 빠진 임 씨는 6개월 단기 투자 상품에 1000만원을 입금했고, 업체로부터 매달 20~30만원의 수익금을 지급받았다. 6개월이 지나자 업체는 수익금과 함께 원금도 모두 되돌려줬다.

‘다단계 사기가 아닐까’란 의심도 했지만, 의심은 눈 녹듯 사라졌다. 임 씨는 지난해 말 전 재산 4억여원을 투자하고 업체로부터 변제기일이 적힌 차용 각서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달부턴 수익금과 원금이 모두 지급이 끊겼다.


임 씨는 “30년 동안 일하면서 아끼고 모은 전 재산인데, 하루아침에 길바닥에 나앉게 생겼다”며 속상해했다.

경찰이 최대 3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로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과 일당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김 회장은 20년 전 비슷한 수법의 부동산 쪼개팔기 사기를 벌인 인물로 확인됐다. 재범을 막을 장치가 미비한 탓에 끊임없이 대규모 사기 피해가 벌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지보상 투자 앞세운 폰지사기
6일 경찰청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사기,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김 회장과 그 일당을 수사 중이다.

케이삼흥은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 플랫폼 회사다. 정부가 개발할 토지를 미리 매입한 뒤 개발이 확정되면 보상금을 받는 ‘토지보상투자’에 돈을 넣으라고 홍보해 급성장했다. 케이삼흥은 월 2% 이상의 배당 수익을 약속하며 급속히 세를 불렸다.

K업체가 투자자들에게 제공한 차용증. 투자자들은 직급에 따라 최소 월 2% 이상의 이자를 지급 받았다. K업체는 최소 3개월부터 최대 1년의 단기 투자상품을 내세워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투자자들은 대부분 50대 이상 중장년층으로, 노후자금을 투자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사진=안정훈 기자


본지가 접촉한 회사 임원 등에 따르면 회사 매출은 2021년 300억에서 이듬해 2000억원으로 늘었다. 서울, 광주, 전주 등 전국에만 7곳의 지사를 두고, 수천 명의 투자자를 모았다가 지난달부터 배당금도, 원금도 돌려주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 김모 씨76는 노후 자금 4억원을 투자했다가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그는 “크게 투자하기 전 단기 자금을 여러 번 넣었는데, 꼬박꼬박 배당받고, 원금도 돌려받았기에 이번에도 큰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고 했다.

지난해 케이삼흥 매출액은 43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2023년 재무제표에 대해 회계법인은 ‘감사의견 거절’을 냈고, 지사도 속속 폐업하고 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현재 파악된 피해 원금은 1300억원 수준이다. 피해자들과 내부 임원들이 확인한 피해자만 최소 1000명이 넘고, 피해액은 최대 3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케이삼흥은 회사를 직급이 높아질수록 더 높은 수익금을 지급받는 전형적 다단계 방식으로 운영했다. 투자액의 2% 수당으로 주고, 직급별로 0.5~10% 포인트씩 수당을 더 줬다. 직원 중 상당수도 피해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와 접촉한 직원에 따르면 새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금을 돌려막는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 정황도 짙다.

지난달 25일 인천 부평 지사에서 투자 간담회가 끝난 김 회장이 서둘러 건물을 빠져나가고 있다.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돌려 달라며 애원했지만, 김 회장은 아무런 대답 없이 빠져나갔다. 사진 =안정훈 기자


김 회장은 본지에 “직원이 배당을 더 많이 줘야 일하기에 다단계 구조로 사업을 만든 것”이라며 일부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최소 3~4년이 지나야 수익이 발생하고, 지금은 자체 수익이 없으니 원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것”이라며 경영에 문제가 생긴 것일 뿐 사기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실체 없는 투자"…수법만 바꿔 20년만에 반복된 사기
피해자들은 케이삼흥이 부동산 투자업을 내세웠지만, 실체가 없다고 주장한다. 어떤 토지도 구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작년 재무제표에 따르면 이 회사 투자금은 1328억원이다. 그러나 토지나 건물을 포괄한 비유동자산은 54억원에 불과했다.

회사가 소유한 토지는 ‘0원’이었지만, 차량차량 운반구 가격은 26억원이었다. 피해자 A씨는 “지난해 회사 매출액이 3000억원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빼돌린 돈이 최소 1000억원은 될 것”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2000년대 초 국민의 정부 시절 일부 여당 인사들과 막역한 관계를 유지했고 참여정부의 실세 의원들과도 교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2000년 새천년민주당 경기도지부 국정자문위원을 맡았으며 지난해 3월에는 열린우리당 민생경제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이보다 앞선 1990년대 후반에 호남매일신문을 사들여 지방언론 사주가 됐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전라남도 부의장을 맡았던 김씨는 2004년 12월 정부에서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사진=안정훈 기자


일부 피해자들은 김 회장이 20여년 비슷한 사기를 벌였다는 점을 뒤늦게 확인하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그는 토지를 싼 가격에 산 뒤 호재가 있다는 소문을 내고 쪼개 파는 ‘기획부동산 사업’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03년 기획부동산 사기로 210억원을 가로채고, 회삿돈 수백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2006년 징역 3년 형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사기 범죄 재범률↑…"사기꾼들, 사기 처벌이 약하단 점 이용"
김 회장이 출소 후 비슷한 방식의 사기 범죄를 기획한 건 ‘일확천금’을 꿈꾸는 피해자의 심리를 이용할 줄 안다는 자신감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는 사기 전적을 거론한 피해자 일부에게 “20년 전날 기소했던 검사들은 나에게 사실은 무죄였다고 했다”며 설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2016년부터 6년간의 사기범 확정 판결문 2061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중 재범인 경우가 65.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범 사기의 경우 약 40%가량이 동일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재차 벌인 사기이기도 했다.

반복되는 사기를 막으려면 처벌 강화와 사기범의 출소 후 관리에 역량을 모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곽대경 동국대 교수는 “중독적으로 범죄를 저지라는 게 사기꾼들의 특성”이라며 “처벌을 강화하는 동시에 잠재 피해자를 교육해 예방하는 것 만이 재범을 막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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