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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군대식 말투였는데"…50인분 닭백숙 주문에 운 식당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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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65회 작성일 24-04-1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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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간부를 사칭한 남성이 A씨에게 보낸 부대 공문. 사진 피해 업주 A씨

군 간부를 사칭한 남성이 A씨에게 보낸 부대 공문. 사진 피해 업주 A씨



진안경찰서 수사 착수
전북에서 육군 간부를 사칭한 남성이 "장병 50명 식사용"이라며 시골 식당에 잇따라 전화해 단체 주문을 예약한 뒤 이를 미끼로 업주로부터 수백만원을 가로챘다. 경찰은 군부대 주변에서 노년층이 운영하는 식당을 노린 보이스피싱전화 금융 사기 범죄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13일 진안군 등에 따르면 진안에서 가든형 식당을 운영하는 A씨60대는 지난 5일 B씨 등 4명을 사기 혐의로 진안경찰서에 고소했다. "B씨 등이 군 장병 음식을 포장해 가겠다고 한 뒤 후식용 과일을 주문해 주면 나중에 음식값과 함께 계산하겠다고 속이고 수백만원을 챙겨 종적을 감췄다"는 게 A씨 주장이다.


고소장 등에 따르면 B씨가 A씨 음식점에 전화한 건 지난 4일이다. 본인을 전북 방어를 책임지는 육군 제35보병사단이하 35사단 소속 모 부대 행정보급관이라고 소개했다. A씨는 "목소리에 군기가 바짝 들었고, 완전히 군대식 말투였다"고 했다.

B씨는 "훈련 중인 장병 50명이 부대에서 먹을 수 있게 6일토요일 오후 7시까지 포장해 달라"며 6만4000원짜리 닭백숙 15마리, 96만원어치를 주문했다.


지난 5일 충북 충주에 있는 과수원 대표 아들이라고 밝힌 남성이 A씨에게 카톡으로 보낸 납품확인서. A씨는 과수원 측에 배 10kg 30상자를 주문하고 309만원을 이체했다. 사진 피해 업주 A씨

지난 5일



가짜 부대 공문·납품확인서 보내
B씨는 이튿날5일 오전 10시쯤 다시 전화해 "부대장에게 이렇게 결재를 올리겠다"며 A씨 휴대전화로 부대 공문을 보냈다. 군 마크가 찍힌 공문엔 B씨를 비롯해 해당 부대 대대장·중대장 이름·직인과 함께 주문 내용이 담겼다. B씨는 같은 날 오후 7시엔 A씨 음식점에서 간부 회식도 하기로 했다.

수상한 낌새가 든 건 그다음이었다. B씨는 "기왕 장병 식사를 준비한 김에 과일 준비까지 도와주시면 감사하겠다. 전에 계약한 업소에선 그렇게 해줬다"고 부탁했다. B씨는 "요즘 과일값이 비싸 농장과 직거래하는데 농장에서 전화가 오면 그쪽에서 해달라는 대로 해주면 된다"고 했다.

통화가 끝나자 충북 충주에 있는 과수원 대표 전화를 받았다. 고향이 순창이라는 이 남성은 전라도 사투리로 "부대하고 새로 계약하셨다고 하더만요. 주문이 들어왔네요. 전라북도예요? 워메, 우리 고향 저기사람 만나셨네"라고 친근감을 표시했다. 이어 "이 부대와 3년간 거래했는데 돈이 참 잘 나온다. 계약 잘하셨다"며 "B씨 부대 장병이 한 달간 먹을 분량인데, 10㎏에 10만3000원인 배 30상자 대금 309만원을 보내면 납품하겠다"고 했다.

깜짝 놀란 A씨는 B씨에게 전화해 "이게 뭐냐. 금액이 커 부담된다"고 했다. 그러자 B씨는 "결재 서류에 배값을 치렀다는 영수증이 들어가야 대대장이 사인하고 돈이 나온다"며 "A씨 계좌 번호를 알려주면, 과일 대금은 닭백숙값과 함께 오후 2시 안에 현금을 인출해 계좌로 넣어 주겠다"고 했다. 그래도 망설이자 B씨는 "사장님이 걱정하시는 부분은 저희가 부대 이름을 걸고서, 제 직급을 걸고서 약속드리겠다. 중사 ○○○다"라고 했고, A씨는 그 말을 믿었다.

이후 일은 일사천리였다. A씨는 과수원 대표가 시키는 대로 과수원 대표 아내 계좌에 309만원을 송금했다. 과수원 대표 아들은 A씨에게 카톡으로 "아버지께 말씀드리고 영수증 발행해서 보내드릴게요"라며 배 주문 내용이 담긴 납품확인서를 보냈다.

군 간부를 사칭한 남성이 전북 고창군 한 식당에 90만원어치 아귀탕을 주문한 뒤 보낸 부대 공문. 35사단 측은

군 간부를 사칭한 남성이 전북 고창군 한 식당에 90만원어치 아귀탕을 주문한 뒤 보낸 부대 공문. 35사단 측은 "문서에 적힌 정보는 허위이고, 해당 간부들은 실제 근무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진 피해 업주 A씨



35사단 "문서 정보 허위…가상 인물"
그러나 조사 결과 B씨 등이 치밀하게 준비한 속임수였다. 과수원 대표 등도 한통속이었다. A씨는 뒤늦게 "이상하다"는 은행 직원 말을 듣고 112에 신고한 뒤 경찰관 2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B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처음엔 "훈련 중이니 끝나면 입금하겠다"고 안심시키더니 나중엔 전화를 받지 않고, 아예 전화기를 껐다고 한다.

이에 대해 35사단 측은 "B씨가 제시한 문서에 적힌 정보는 모두 허위이고, 실제 근무하는 인물도 아니다"고 했다. A씨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음식점이 도로변에 있다 보니 군인이 행군하거나 군용 차량이 이동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며 "검찰·경찰·법원 등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은 들어봤지만, 설마 군인이 사기를 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군 간부를 사칭한 단체 예약이 잇따랐다. "군인 덕에 먹고 산다"는 임실이 대표적이다. 35사단은 2014년 1월 전주에서 임실로 둥지를 옮겼다.

임실군이 지난 5일 관내 식당 370여 곳에 보낸 군부대 사칭 보이스피싱 주의 문자 메시지. 사진 임실군

임실군이 지난 5일 관내 식당 370여 곳에 보낸



임실·고창·남원 등 11건 의심 신고
임실군에 따르면 군 간부가 지난 4일 면 단위 한 식당에 전화해 설렁탕 50그릇을 예약한 뒤 "토요일 오후 7시에 찾으러 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업주60대는 피해를 보지 않았다. 35사단 측 연락을 받은 임실군이 지난 5일 관내 식당 370여 곳에 보낸 군부대 사칭 보이스피싱 주의 문자를 보고 확인 전화를 한 덕분이다. 진안군도 피해 사례를 전파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의심 신고는 진안·임실·고창·남원 등에서 모두 11건 접수됐다. 메뉴는 감자탕·아귀탕 등 다양하다. A씨 외에 260만원가량 피해를 본 식당도 있다고 한다. 경찰은 동일범 소행으로 보고 피해자가 더 있는지 조사 중이다.

진안·임실=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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