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선 문제 없다잖아"…속 쓰리고 어지럽고 안 아픈 데 없는데 무슨 일... > 사회기사 | society

몸은 아픈데 병원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는 ‘신체증상장애’가 불안, 분노 등의 감정에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불안과 분노를 느끼는 신체증상장애 환자일수록 복통, 어지러움 등을 더 많이 호소한다는 것이다.


16일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박혜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신체증상장애 기전을 탐색하기 위해 해당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74명과 건강한 대조군 45명을 대상으로 MRI자기공명영상 검사, 혈액검사, 임상심리학적 검사, 혈액 내 신경면역표지자, 임상증상점수신체증상, 우울, 불안, 분노, 감정표현 장애 등을 분석했다.

신체증상장애란 뚜렷한 원인 없이 통증, 피로감, 소화불량, 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지속되는 질환을 가리킨다. 신체증상으로 일상에 큰 지장을 받지만 원인을 찾기 위한 검사에서는 이상소견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신체증상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이 장애의 특징이기에 환자들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보다는 내과, 신경과, 마취통증의학과, 이비인후과 등만을 찾는 경우가 많다.

박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신체증상장애 환자들은 대조군에 비해 더 심각한 신체증상과 우울, 불안, 분노 등을 나타냈다. 즉 불안하거나 화가 날 때 복통, 어지럼증 등을 더 심하게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사람의 기분이 체내에서 통증 등의 감각을 인식하고 처리하는 ‘디폴트모드네트워크DMN’ 기능을 저하시켜 왜곡된 감각 처리를 유발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즉 분노가 위액 분비나 내장통증에 대한 민감도를 높여 기능적 위장장애나 복통을 악화시킨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불안이나 분노 등의 기분이 동반된 신체증상장애 환자에게는 기분을 효과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신체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며 “DMN가 신체증상장애에 주요한 허브임을 확인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인지행동치료나 신경자극치료 등을 적극적으로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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