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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돌 빼 윗돌 괴기"…의료공백 땜질 대처에 현장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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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31회 작성일 24-04-1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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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집단 사직과 의대 교수들의 진료 축소에 따른 의료공백 사태가 두 달째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전공의 집단 사직에 이어 의대 교수들의 진료 축소에 따른 의료공백이 심화되며 환자들의 불편과 피해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의 대응책이 ‘땜질 대처’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의료현장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개원의나 시니어 의사를 전공의처럼 부리겠단 발상”


11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비수도권 의료취약지역을 지키던 공중보건의공보의를 차출하고, 교육이 부족한 간호사들을 투입하는가 하면, 개원의와 은퇴한 시니어 의사까지 사태 해결에 활용하겠단 정부 대처에 “의료현장을 모르는 대응”이라는 일선 의료진의 비판이 잇따른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정부가 현실성 없는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병원 교수들이 진료 축소에 나서자 한시적으로 의료법 규제를 풀어 개원의도 상급종합병원에서 파트타임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또 은퇴해서 일을 쉬고 있는 시니어 의사 4000여명을 활용하기 위해 시니어 의사 채용 의료기관에 지원금을 지급하고, 이달 중 국립중앙의료원에 ‘시니어 의사 지원센터’를 개설하는 방안도 내놨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가 주 40시간 진료를 선언한 상태에서 개원의들이 다른 병원에서 추가 근무에 나설지는 의문이다. 손발이 맞지 않는 의료진과 진료하는 게 쉽지 않고, 시스템도 병원마다 다를 뿐더러 혹시 모를 사고 위험을 감수하기엔 수지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개인병원의 운영 차질을 감수하고 대형병원 진료에 나설 개원의는 많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 회장은 “의료계가 구축한 ‘의료 골격’을 정부가 무너뜨리고 있다”며 “개원의나 시니어 의사들을 전공의처럼 부리겠단 발상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농어촌 지역 보건소나 보건지소, 국공립병원 등에서 근무하던 공보의가 차출돼 지역 의료현장의 어려움도 가중된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달 11일과 21일, 25일 세 차례에 걸쳐 공보의와 군의관 등 413명을 전공의가 집단 이탈한 대도시 병원들에 투입했다. 1차로 배치됐던 154명 중 110명은 파견 기간을 한 달 연장했고, 44명은 교체됐다.

공보의와 군의관 파견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어서 지역 공공의료기관은 혼란에 빠졌다. 적은 인구에 고령자가 대부분인 도서 산간 지역은 병원이 많지 않아 공보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데, 이들을 계속 차출한다는 방침에 “정부가 오히려 지역의료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한탄도 나온다.

김혜경 한국지역사회공중보건연구소 공동준비위원장대한공공의학회 전 이사장은 “아랫돌을 빼서 윗돌 괴는 식의 대처”라고 짚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988년 구리시 초대 보건소장을 시작으로 경기도 보건과장, 장안구보건소장 등 수원시 4개구 보건소장을 역임했다. 그는 “공보의들로 의료공백을 막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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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갈등 해결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응급실 의료진들은 한계에 봉착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정부가 의료계를 ‘공룡 집단’으로 키워”

간호계에서도 일련의 정부 대책을 두고 “현장을 파악 못한 실속 없는 대책”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진료지원PA 간호사를 2700명가량 추가로 충원하고, 병원마다 개별적으로 실시하는 교육 훈련을 이달 중순부터 대한간호협회에 위탁해 평준화하도록 했다. 지난 2월8일부터 시행한 ‘PA 간호사 업무 범위 확대 시범사업’을 통해 현재 의료기관에는 약 9000명의 PA 간호사가 근무 중이다.

이에 대해 실무를 수행하는 간호사들은 회의적인 입장이다. 전공의 공백을 해소하는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 소재 종합병원의 6년차 간호사 A씨는 “병원에 의사가 없어서 대신 간호사를 활용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PA 간호사도 다른 간호사와 마찬가지로 의사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고 처치를 시행하기 때문에 공백을 메우기엔 한계가 분명하다”고 전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정부가 의료대란을 수습하느라 이미 많은 재정을 소비했다고 질책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9일 성명을 통해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시작된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건강보험 재정 등 투입된 비용이 5000억원을 넘었다”며 “국민이 의사의 봉인가”라고 직격했다. 정부는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해 지난달 예비비 1285억원을 편성한 데 이어 건강보험 재정 1882억원을 두 달 연속 투입했다.

경실련은 “비상진료체계 유지 비용을 왜 국민이 낸 보험료로 부담해야 하는가. 국민은 의사 불법행동의 피해자이지 가해자가 아니다”라면서 “정부는 법과 원칙이 아닌 달래기용 재정 지원이나 민원 해소로 사태를 해결해 왔다. 환자를 떠나는 ‘공룡 집단’으로 의료계를 키운 것은 정부다”라고 주장했다.

의정 갈등 해결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응급실은 한계에 봉착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아있는 의료진들의 피로와 탈진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고, 교수들의 업무 단축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다급하게 내놓은 정책들은 상의나 교감이 없었던 졸속 탁상행정”이라며 “인턴들의 임용 포기로 향후 5년간 전공의 부재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대 졸업 후 전공의 과정을 시작할 예비 인턴 3068명 중 단 4.3%131명만 수련을 신청했다.

정부는 지난 8일 여러 비상진료대책이 지역 의료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도록 운영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며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정부는 의료계가 제시한 의대 증원 유예안에 대해선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의료계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통일된 의견을 내놓는다면 열린 마음으로 논의에 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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