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지키면 처단당할 거야 시골 초등교실의 작은 계엄 수업 > 사회기사 | society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사회기사 | society

안 지키면 처단당할 거야 시골 초등교실의 작은 계엄 수업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수집기
댓글 0건 조회 38회 작성일 24-12-10 08:01

본문

담임이 정한 법에 당황한 학생들…스스로 법 만들어 선생님 몰아내
"아이들도 억압에 어른과 같이 항거해…작은 시민이라고 느낀다"

안 지키면 처단당할 거야 시골 초등교실의 작은 계엄 수업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비상계엄 사태가 국회 표결로 막을 내린 지난 4일 오전, 강원지역 작은 초등학교의 2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김모 교사는 간밤의 일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이야기할지 고민하며 교실로 향했다.

학생들은 바닥에 엎드려 놀거나 내일 만나게 될 한 작가의 책을 재밌게 읽고 있었다.

교실로 들어온 선생님을 보자 한 아이가 "선생님 A가 B를 때렸어요"라고 말했다.

이때 김 교사의 머릿속에 번뜩하고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얘기했다.

"안 되겠다. 지금부터 김선생님법을 만들 거야. 김선생님법 1호, 친구가 때리면 같이 때린다 모두 이 법을 지켜야 하고, 안 지키면 처단당할 거야."

교실 분위기가 순간 푹 가라앉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아이들은 다시 시끄럽게 책을 읽기 시작했다.

김 교사는 다시 교실에 선포했다.

"친구 때린 사람 목소리를 들으니까 기분 나빠. 김선생님법 2호. 친구를 때린 사람은 1시간 동안 말을 하지 못한다. 안 지키면 내가 처단할 거야."

김선생님법 2호가 선포되자 아이들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처단이 뭐냐고 묻는 한 아이의 질문에 다른 친구가 "학교에서 쫓아내는 것"이라고 답했다.


PCM20191128000125990_P2.jpg교실 책상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법의 효과는 확실했다. 아이들이 입을 닫자 교실에는 어색한 침묵이 가득 찼다.

김 교사는 평소와 같은 학급 생활을 보내던 아이들이 김선생님법을 마주하자 잘못을 저지른 학생이 돼 담임의 눈치를 보게 되고, 이윽고 교실 전체가 숙연해지는 모습이 어젯밤 포고령을 마주한 자신 같다고 생각했다.

김선생님법은 친구를 때린 사람은 급식을 꼴찌로 먹는다, 수업 준비를 제대로 안 하면 자치 모임에 참여할 수 없다, 거짓말을 하면 점심 놀이 시간 없이 교실에 와서 수업받는다 등 6호까지 늘어났다.

이 법에 따라 2학년 학생들이 자치 모임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자 6학년 선배들이 교실을 찾았다.

이들은 "선생님이 아이들을 모임에 못 가게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얘기했다.

2학년 동생들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했다.

6학년 선배들은 미리 선생님과 짜놓은 작전대로 "김선생님을 몰아내자"라고 구호를 외쳤다.

아이들은 쉽게 외치지 못했고, 6학년 선배들이 다시 한번 "김선생님을 몰아내자"라고 더 크게 외치자 따라서 소리치며 학생 자치 모임으로 향할 수 있었다.


AKR20241209131300062_03_i.jpg어린이들이 새로 정한 우리반법
[김모 교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학년 어린이들은 이후 우리반법을 함께 만들어 김선생님법을 무효화 했다.

흰 종이 위에는 우리반법의 3개 조항이 비뚠 글씨로 적혀 있었다.

① 김선생님법을 만들 수 없다.

② 선생님은 바보다.

③ 선생님은 우리에게 #xfffd;#xfffd;맞아야 한다.

김 교사는 1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아이들이 작아도 부당한 억압에 대해 어른과 똑같은 반응을 보인다"며 "얘들이 뭘 알 수 있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번 일을 통해 어린이 역시 작은 시민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은 평소 그래왔듯 놀이를 한 것이지 누굴 때리거나 싸운 것은 아니었다"며 "김선생님법이 교실에서 사라지고 교사와 학생들은 참으로 귀하고 소중한 일상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yangdoo@yna.co.kr


[이 시각 많이 본 기사]
"백종원 1천명 만들겠다더니"…발길 끊긴 용리단길
목 비트는 태국 마사지 받은 여가수, 전신마비 끝 숨져
"앳된 목소리로 떡 10개 선결제…일하다 울컥했죠"
美 보험 CEO 총격 용의자 체포…맥도널드 직원이 신고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 2년간 공연 수입 3조원…1천만명 관람
울산 번화가 도로에 누군가 횡단보도 그려…경찰 수사
AP통신 "한국은 민주주의 지켜냈지만…미국이라면 어려웠을지도"
아파트 엘리베이터 오작동으로 80대 입주민 숨져
이재명, 계엄군 병사에 "그대들은 아무 잘못 없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저작권자c>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회원로그인

회원가입

사이트 정보

회사명 : 원미디어 / 대표 : 대표자명
주소 : OO도 OO시 OO구 OO동 123-45
사업자 등록번호 : 123-45-67890
전화 : 02-123-4567 팩스 : 02-123-4568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제 OO구 - 123호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정보책임자명

접속자집계

오늘
1,577
어제
2,072
최대
3,806
전체
765,148
Copyright © 소유하신 도메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