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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드러진 벚꽃, 흐트러진 시민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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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66회 작성일 24-04-08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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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벚꽃축제, 또 ‘쓰레기 몸살’
특고압 전력설비 위에도 음료수컵
불법 노점상 매대 40여개 버젓이
오징어 1만원 등 바가지요금까지

벚꽃축제가 한창인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7일 한 시민이 마시고 남은 맥주캔을 공원 한쪽 쓰레기 더미 옆에 버리고 있다. 최현규 기자

벚꽃이 만개한 여의도 한강공원이 올해도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매년 벚꽃축제 기간마다 한강공원을 점령하는 불법 노점상도 여전했다. 벚꽃이 늦게 피면서 지난달 29일부터 열린 여의도 벚꽃축제는 8일까지 연장됐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연인이나 가족, 친구들과 공원을 찾은 사람들이 벚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발 디딜 틈 없는 인파 사이로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근처에 설치된 특고압 전력설비가 눈에 띄었다. 설비 위에는 음료가 남아 있는 일회용 컵과 맥주 캔, 먹다 만 버터구이 옥수수, 과자봉지 등이 쌓여 있었다. 감전 위험이 있으니 주의하라는 경고 문구가 붙어 있었지만, 해당 설비 위는 쓰레기로 가득 차 빈 곳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오후 10시가 되자 한강공원에서 나들이를 즐기던 시민들이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근방 쓰레기도 점점 더 쌓여갔다. 한강공원 중앙에는 가로 약 3m, 세로 약 1.8m 크기의 대형 쓰레기통이 6개 이상 비치돼 있었다. 하지만 대형 쓰레기통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양의 쓰레기가 넘쳐났다. 쓰레기통 주변으로 다가가자 술과 음식물 냄새가 진동했다.


한강공원 인근 고압 전력설비 위에도 일회용컵과 생수병 등 시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잔뜩 놓여 있다. 최현규 기자

음식물 쓰레기통에는 일회용 용기가 가득 들어차 뚜껑조차 닫히지 않았다. 다 먹은 회오리 감자 꼬챙이, 물티슈와 타코야키를 담았던 종이 포장지, 떡볶이를 담았던 플라스틱 용기 등이 음식물 쓰레기통에 그대로 처박혀 있었다.

대학교 친구들과 함께 벚꽃을 보러 왔다는 정모21씨는 먹다 남은 치킨과 떡볶이를 버리지 못하고 서성거리고 있었다. 음식물 쓰레기통이 꽉 차 있었기 때문이다. 정씨는 “축제를 찾은 인원에 비해 쓰레기통이 턱없이 적은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주말인 7일 저녁 상황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불법 노점상 문제도 여전했다. 서울시는 쓰레기 무단 투기를 줄이기 위해 불법 노점상이 판매하는 거리 음식을 먹지 말자는 경고문까지 설치했지만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았다.

노점상들은 한강을 마치 사유지처럼 사용하고 있었다. 여의도 한강공원을 중심으로 40여개의 불법 노점상들이 액화석유가스LPG통부터 각종 식자재를 늘어놓은 채로 운영하고 있었다. 이들이 판매하는 음식은 탕후루 등 수십종에 달했다. 음식을 조리하는 화기 바로 옆에 LPG 가스통을 비치한 불법 노점상도 다수였다. 자칫하면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해당 노점상에서 닭꼬치를 구입한 시민은 “큰 안전 문제가 없으니 가스통을 옆에 놔두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축제 기간 바가지요금 논란도 여전했다. 불법 노점상들은 맥반석 오징어를 1만원, 닭꼬치와 소시지를 5000원대에 판매했다. 아내와 함께 벚꽃을 보기 위해 경기 고양시에서 여의도를 찾았다는 조모53씨는 “아무리 물가가 올랐다고 해도 오징어 한 마리를 1만원에 파는 데 적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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