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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만 보면 봄이 무서워"…벌벌 떠는 맞벌이 학부모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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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71회 작성일 24-04-03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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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식·상담·공개수업...
3~4월 학교행사 줄줄이
불참하면 아이 소외당할라
맞벌이 부부 휴가쓰기 전쟁


quot;달력만 보면 봄이 무서워quot;…벌벌 떠는 맞벌이 학부모들 왜?

워킹맘 이선영 씨가명는 지난달 27일 열린 학부모총회에 부득이 불참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의 담임 선생님을 만나 학급 운영 계획을 듣고 같은 반 학부모들과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기회지만 휴가를 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불과 3주 전 입학식날 겨우 휴가를 냈는데 또 휴가를 쓰는 게 눈치보였다. 총회가 평일 낮 2시에 열리다보니 일이 많은 남편도 휴가를 못냈다.


워킹대디 김진수 씨가명은 점심시간에 택시를 타고 초등학교 공개수업에 다녀왔다. 부부 모두 휴가를 낼 수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직장과 학교가 가까운 김 씨가 점심시간에 짬을 냈다. 수업 중 부모가 왔는지 뒤돌아볼 아이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자녀 두 명 모두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어 오후 1시부터 40분간 이어지는 공개수업에 눈도장만 찍고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김 씨는 “누구를 위한 학부모 공개수업이냐”고 토로했다.

새학기가 시작되는 3~4월은 맞벌이 부모에게 유독 가혹하다. 입학식 행사부터 학부모회 임원 선출·투표, 학부모총회, 공개수업, 학부모상담 등 학교 행사가 줄줄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대부분 한창 일하는 시간인 대낮에 열리고, 행사가 서로 다른 날에 열려 한 달에 몇 번이나 휴가내는 것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온라인 맘카페에는 학부모총회, 공개수업 등에 꼭 참석해야하는지 묻는 글이 수시로 올라온다. 휴가 내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안 가면 불이익은 없는지, 굳이 가야 한다면 여러 행사 중 어떤 것을 가야 하는지 묻는 글이 대부분이다.

교육부는 맞벌이 부모의 편의를 위해 전화 상담, 저녁 총회도 가능하다지만 저녁에 학부모총회를 여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마저도 저녁·주말 상담, 저녁 총회가 얼마나 열리고 있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학사일정은 학교가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라 저녁·주말 행사 등에 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학부모 대면 상담시간을 오후 2시~4시20분으로 정하고 금요일은 상담을 하지 않아 불편을 겪는 맞벌이 부모도 많다.

맞벌이 가정의 돌봄공백을 해결하겠다는 정부와 학교의 엇박자는 한 두번이 아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는 돌봄교실의 신입생 서류제출 시간이 오전 8시~오후5시까지로 제한돼 서류 제출을 위해 부모가 휴가를 내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정부는 2011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법적기구인 학교운영위원회 행사의 경우 ‘운영위원회 회의 일시를 정할 때는 일과 후, 주말 등 위원들이 참석하기 편리한 시간으로 정해야 한다’는 조항을 집어넣었다. 그러나 일선 학교에서는 학부모회 임원 선거 관련 입후보 등록 기간을 평일 오전 9시~오후 4시로 제한해 사실상 맞벌이 부모를 제외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기혼여성 고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경력단절을 겪고 있는 여성은 총 134만9000명으로, 전체 기혼 여성 가운데 17%를 차지했다. 경력단절의 주된 사유는 육아였다. 육아 때문에 직장을 그만뒀다고 답한 여성은 56만7000명으로, 전체의 42%에 달했다. 결혼을 경력 단절의 이유로 꼽은 여성은 26%였다.

결혼한 부부 중 맞벌이 가구가 절반에 달하면서 일부 학교에서는 공개수업과 학부모총회를 같은 날에 여는 등 학교 행사를 합치고 있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 학부모총회를 화상회의로 대체하거나 학교 행사를 최소화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해 교육부는 “학부모들이 학교 행사에 참석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행사를 축소하기보다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가족돌봄휴가제 등을 활성화해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적으로 보장된 각종 양육지원제도와 정책을 실제로 사용하기 어려운 사회·문화적 환경에서 가족돌봄휴가는 ‘그림의 떡’일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출생아 100명의 부모 중 당해 육아휴직을 사용한 휴직자 수는 35명에 불과하다. 또 고용노동부의 2022년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 실제 제도 활용이 어려운 이유로 ‘사용할 수 없는 직장 분위기나 문화 때문’이라는 답변이 2위에 올랐다.

두 자녀를 키우는 워킹맘은 “정부가 늘봄학교로 돌봄 공백을 해결하겠다고 하지만 그보다 학교에서 학부모를 일과 시간에 부르는 관행부터 해결해야 한다”면서 “하루에 학부모총회, 공개수업, 상담을 몰아서 하거나 화상회의로 대체하고 불필요한 학부모 연수는 과감하게 없애거나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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