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사와 환자 및 보호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 발표를 시청하고 있다. 2024.4.1/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의대증원에 반발해 사사건건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던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대정부 대응 방식에 있어 변화의 기류가 감지된다. 정부를 대하는 태도나 발언 수위, 메시지 관리 등에서 정제되고 격식을 갖춰가는 듯한 모습니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7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3시간 동안 회의했다. 의대교수단체 대표인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 전공의단체 대표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도 참석했다. 차기 의협 회장인 임현택 당선인은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의협 비대위는 대통령과 박 위원장 만남은 의미 있는 만남이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양측 만남이 성과 없이 끝난 게 아니냐는 여론이 높아진 데다 박 위원장에 대한 의사사회 내부 비판도 불거지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모습이다.
의협 비대위에 따르면 박단 위원장은 이 회의에서 지난 4일 대통령과의 만남 내용을 짧게 공유했다. 특별한 대화가 오갔다기보다 전공의들이 그동안 주장했던 의대증원 백지화 등 7가지 요구에 대해 박 위원장이 대통령에게 잘 설명했다는 수준의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제7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4.4.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김 위원장은 "만남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이라면서 "의협 비대위에서 대통령이 전공의와 직접 만났으면 좋겠다고 얘기했고 대통령이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전공의가 호응해 성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현택 차기 회장이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 면담을 사전에 알지 못했고,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은 데 대해 김 위원장은 "대화를 안 하는 건 아니다. 내부에서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대신 오해를 불러일으킨 상황에 대해 앞으로 소통을 면밀하게 하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의사들은 내부 분열을 봉합하고 정부 대응은 의협으로 일원화하는 모습이다. 의협 비대위는 총선 직후 의협 비대위, 전의교협, 대전협에 의대생 단체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까지 참여하는 의료계 합동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예고했다.
이 보다 앞서 지난달 말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김창수 회장이 의협 비대위 정책위원장으로 합류한 것을 두고도 의료계 내부에서 조차 대단히 의미 있는 신호로 평가했다. 전의교협은 전국의 40개 의과대학가운데 33개 의대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했다는 것은 의대증원 국면에서 의료계가 의협을 중심으로 대동단결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당시 의협은 대표성 논란으로 곤경에 처해 있었고, 정부는 전체 의료계를 아우르는 대표단 구성을 요구하며 의협을 대놓고 무시하던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 김창수 회장의 의협 비대위 합류는 의협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됐다. 여기에 김성근 여의도성모병원 교수가 언론홍보위원장으로 가세하면서 독설 가득했던 의협발 메시지가 절제되고 안정감 있는 표현들로 바뀌었다.
의협은 한목소리로 2000명 증원 절차 중단을 요구하며 단일대오를 이루겠다는 목표다. 김 위원장은 "한곳에 모여 목소리 내는 이유는 현재 가장 중심에 있는 단체가 의협이고 나머지 여러 단체가 힘을 합쳐 움직이고 있다는 걸 천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7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부는 숫자에 매몰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면서 "의료계 내에서 통일된 안이 도출되기 어렵다면 대통령 직속 의료 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특위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거듭 대화를 제안한 데 대해 의협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한 총리 발언은 정부가 2000명을 고집하지 않고 철회까지는 아니어도 이에 가까운 발언이었다. 이전과 조금 다른 뉘앙스를 보인 점에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증원 절차를 멈추지 않으면 협의체도 의미를 두기 어렵고 의협도 참여할 수 없다"고 소개했다.
의협 비대위는 물론 상당수 의사들은 늦어도 이달 말이면 의대생들이 유급되고, 미복귀 전공의들의 행정처분도 피할 수 없으니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 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 역시 "대한민국의 의료 체계도 망가지고,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의협도 대통령과의 만남을 희망하느냐는 질문에 "의료계 입장은 전공의 대표가 충분히 전달했다고 판단한다"면서 "여러 번 나서주시면 감사한 일이나 내용을 아실 테니 결정을 먼저 해주시고 정부가 실행하도록 힘을 실어주는 게 빠른 해결 방안"이라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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