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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받는 나무의 눈물 보이나요"…자연 파괴 족쇄된 사랑의 자물쇠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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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63회 작성일 24-04-06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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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서울타워 명물’ 환경 훼손 논란

지정 장소 아닌 곳에 마구잡이 설치

솜방망이 과태료·인력난에 처벌 미미

외국 관광객도 눈살… 의식개선 시급


빨간 하트와 함께 적힌 ‘건강하고 행복하자’는 세 친구의 메시지, ‘결혼해줘’라는 청혼에 ‘평생 같이 재미있게 살자’는 여자친구의 답변, 가족 건강과 딸의 무사 출산 그리고 아들의 공무원 시험 합격을 기원하는 어느 아버지의 바람까지….

봄기운이 완연한 지난 2일, 식목일을 사흘 앞두고 찾은 서울 용산구 N서울타워의 명물 ‘사랑의 자물쇠’에는 이처럼 수많은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단단히 체결된 수많은 자물쇠는 누군가에게는 사랑의 증표였다. 실현을 바라는 누군가의 간절한 소원을 담고 있기도 했다.


2000년대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알려진 뒤 점차 늘어난 사랑의 자물쇠는 남산의 대표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자물쇠 달린 안전 펜스 너머 나무로 시선을 던지면 인간의 이기심이 빚어낸 무분별한 자물쇠 걸기에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남산의 환경을 파괴하는 공해의 자물쇠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식목일을 사흘 앞둔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N서울타워의 명물 ‘사랑의 자물쇠’가 걸린 안전 펜스 너머 나무에서 무분별한 자물쇠 체결노란 동그라미이 눈에 띄고 있다.
◆나뭇가지에 매단 자물쇠… 처벌 규정 모호

남산 팔각정 인근을 둘러보면서 지정된 장소가 아닌 나뭇가지에 체결된 자물쇠 약 80개를 발견했다. 총 스물여섯 그루에 나뉘어 걸린 자물쇠 중 일부는 3~4개가 모인 군집群集형태로도 눈에 띄었다.

지난 2월25일로 방문 날짜가 적힌 어느 커플의 자물쇠는 다른 이의 손에 닿지 않게 하려는 욕심인지 나뭇가지에 달아 눈꼴사나웠다. ‘300년 더 사랑하자’는 자물쇠도 다른 나뭇가지에서 발견됐다.

매번 밝은 모습으로 지내기를 바란다며 친구의 영원한 행복을 기원하는 생일 축하 메시지를 담아 나뭇가지에 건 자물쇠를 보니, 친구를 사랑하고 행복을 바라는 만큼 자연도 사랑하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식목일을 사흘 앞둔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N서울타워의 명물 ‘사랑의 자물쇠’에 자물쇠를 나무에 걸지 말라는 등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팔을 있는 힘껏 뻗어도 닿지 않을 나뭇가지에 채워진 자물쇠를 보며 ‘어떻게 해야 저렇게 매달 수 있을까’ 궁금했다. 마치 보는 이에게 ‘떼어갈 수 있으면 떼어가 보시지’라고 말하듯 당당했다. 나무에 자물쇠를 매달지 말라는 등의 안내문이 곳곳에 세워져 있지만 완전히 무시됐다.

채우고 나서 열쇠를 없애면 풀지 못하는 탓에 나뭇가지에 걸린 자물쇠 처리도 고민이다. 최악의 경우 멀쩡한 나뭇가지를 잘라내야 할 수도 있다. 성숙하지 못한 시민의식이 엉뚱한 삼림 훼손을 유발하는 셈이다.

녹지 훼손을 금지하는 관련 법이 있지만 자물쇠 다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경범죄처벌법’은 공원이나 녹지구역 등에서 나무 등을 훼손하면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밝히지만, 가지를 꺾거나 글씨를 새기는 등의 범위로 위법 행위를 규정해 나뭇가지에 자물쇠 걸기를 같은 행위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이 나무 훼손 시 1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밝혀 두지만 단속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N서울타워 인근 등의 남산 일대 녹지를 관리하는 중부공원녹지사업소 관계자도 통화에서 인력 등 부족 탓에 단속이 어렵다는 취지로 고충을 토로했다. 나무에 자물쇠를 채우는 행위가 상식적으로 옳지 않다고 여기는 시민의식이 선행되어야 할 대목이다.

식목일을 사흘 앞둔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N서울타워의 명물 ‘사랑의 자물쇠’가 걸린 안전 펜스 너머 나무에서 무분별한 자물쇠 체결노란 동그라미이 눈에 띄고 있다.
◆외국인도 눈살 찌푸리는 나무 자물쇠

남산의 명물인 사랑의 자물쇠가 약속되지 않은 곳에 장식될 때 문제가 된다는 점은 오히려 외국인 관광객들이 더 잘 알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루마니아 출신 윤리단체 활동가 다니엘은 환경 측면 등에서 사랑의 자물쇠를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우선 밝혔다. 늘어나는 자물쇠 무게가 주변 시설물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 등에서다.

이어진 ‘나무에도 체결하는 일부 방문객이 있다’는 기자 말에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그는 고개를 저었다. 이날 다니엘은 루마니아에서 함께 온 관광객 20여명을 한국인 영어 가이드와 함께 인솔 중이었다.

다니엘은 “나뭇가지에 자물쇠를 다는 등 삼림 파괴 행위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발각 시에는 강력한 처벌이 내려질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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