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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만원 모자를 3만원에…"먹고살기 힘들어" 단속 비웃는 짝퉁 시장[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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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73회 작성일 24-04-05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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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업자 6명 불구속 입건 소식…당일에도 프라다·셀린느·미우미우 짝퉁 버젓이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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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밤 11시 서울 중구 새빛시장. 명품 브랜드의 디자인은 물론 상표도 위조한 가품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김미루 기자
지난 3일 밤 11시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끼고 신당역 방향으로 걸으니 노란 천막 50여개가 펼쳐졌다. 천막마다 매대나 옷걸이가 놓였다. 주요 명품 브랜드의 디자인은 물론 상표까지 위조한 짝퉁 의류와 소품이 팔리고 있었다. 행정당국이 짝퉁 판매업자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알린 당일이지만 상인들은 이를 비웃듯 가품을 버젓이 내놓고 있었다.

모자 전문 점포는 매대 위 야구 모자 50여종과 챙이 넓은 모자 20여종을 차곡차곡 늘어놨다. 아이브 멤버 장원영이 착용해 인기를 끈 명품 브랜드 미우미우, 블랙핑크 리사가 썼던 셀린느와 디자인이 같았다. 명품 브랜드 로고가 수놓아진 이 모자들은 1개에 3만원에 팔렸다. 매대에 있던 야구 모자와 디자인과 색깔마저 같은 셀린느 이니셜 베이스볼 캡 공식 판매가는 79만원이다.

한 중국인 관광객이 매대 앞에 멈춰 서더니 모자를 하나씩 머리에 쓰고 천막 봉에 달린 거울로 자기 모습을 확인했다. 그가 "디스카운트?"라며 가격 흥정에 나서니 점주는 손사래를 쳤다. 대화가 길어지자 점주는 외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천막 아래로 불러들였다. 다른 외국인 손님들이 모여들면서 매대 앞에 선 손님이 금세 4명으로 늘어났다.


심야 운영 짝퉁 시장…관광객 사이 입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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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밤 11시 서울 중구 새빛시장. 명품 브랜드의 디자인은 물론 상표도 위조한 가품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김미루 기자
이곳은 매일 저녁 8시쯤부터 시작해 다음 날 오전 3시까지 심야에만 운영하는 새빛시장이다. 중국, 일본인 관광객 사이에서 동대문 인근에 꼭 들러야 할 주요 관광지로 꼽힌다. 내국인 사이에서도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야시장으로 알려졌다. 거래는 대부분 현금으로 이뤄진다.


점포 자체는 합법이다. 중구청은 2016년 동대문 야시장 활성화를 위해 상표법 준수를 조건으로 야간 노점 175개에 도로점용 허가를 내줬다.

문제는 각종 명품 브랜드의 디자인과 상표를 위조한 가품을 주로 판다는 점이다. 특허청과 서울시·서울 중구청·서울 중부경찰서로 구성된 새빛시장 위조상품 수사협의체수사협의체는 지난달 16일 노란 천막 12곳을 단속해 위조 상품 854점을 압수했다. 수사협의체는 3일 상표법 위반 혐의로 도소매업자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도 밝혔다.


검은 봉투 속 루이비통 와르르…"누가 잠깐 두고 간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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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밤 11시 서울 중구 새빛시장. 썰렁한 점포 바깥으로 루이비통, 샤넬 등 가품 가방이 여러 점 담긴 검은 봉투가 보였다. /사진=김미루 기자
단속 이후 매대가 절반 이상 비워진 점포도 눈에 띄었다. 한 가방 판매 점포는 이날 명품 브랜드 고야드를 따라 만든 짝퉁 가방 6점만 매대에 올렸다. 비슷한 크기 가방 20점은 더 올릴 수 있는 면적을 그대로 비워뒀다. 향수 점포도 향수 5병만 올린 채 매대를 비워뒀다.

썰렁한 점포 바깥으로 루이비통, 샤넬 등 짝퉁 가방이 여러 점 담긴 검은 봉투가 보이기도 했다. 인근 점포 상인에게 "이것도 파는 거냐"고 묻자 상인은 "파는 거 아니다. 누가 잠깐 두고 간 거다. 왜 그러시냐"고 답했다.

상인들은 사진 촬영을 막기도 했다. 한 관광객이 한 손으로 행어에 걸린 티셔츠를 한 장씩 넘기고 다른 손으로 핸드폰을 들고 있자 점주는 "사진은 찍으시면 안 된다"고 했다. 루이비통 짝퉁 지갑을 판매하는 한 점주는 "얼마 전 단속이 있지 않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먹고 살기 힘들어 죽겠다"며 "사진을 지워달라"고 말했다.

각 기관은 앞으로도 단속을 이어가며 결과를 수사협의체에서 공유할 계획이다. 수사협의체는 "노점사업자가 상표권 침해로 벌금형 이상 형이 확정되면 서울 중구청에 결과를 피드백해 해당 노점에 대한 허가를 취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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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밤 11시 서울 중구 새빛시장. 매대가 절반 이상 비워진 점포가 눈에 띄었다. /사진=김미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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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루 기자 mir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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