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특항단 "테러났나 짐작하며 계엄군 이송…뉴스 본 뒤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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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당일 투입된 조종사 인터뷰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20여분 지난 오후 10시50분쯤. 충북 음성 육군 특수작전항공단에 ‘당장 헬기에 시동을 걸고 경기도 이천 특수전학교에 대기 중인 병력을 태우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특항단 관계자 A씨는 9일 당시 부대 내부 상황을 전하며 “3일 오전 중 갑자기 오후 비행이 취소됐고, 대신 야간비행을 준비하라는 안내가 내려왔다”며 “계엄령이 떨어진 당시 조종사들은 야간 비행훈련을 준비하던 참이었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출동 지시에 대기하던 조종사들은 이유도 묻지 못한 채 다급하게 조종석에 앉았다. 조종사들이 착석한 헬기는 병력과 장비 이동이 주목적인 블랙호크UH-60P 기종이었다. 이 헬기는 무장은 하지 않은 상태였다. 외부 연료탱크ETS는 장착돼 있었다.
조종사들이 헬기에 시동을 걸고 이륙을 준비하는 순간 ‘특전대원들을 태운 뒤 다 같이 국회로 간다’는 지시가 내려왔다. 조종사들은 명령에 따라 이천 특수전학교에 들러 707 병력을 헬기에 태웠다.
조종사 대부분은 출동 당시 임무가 민간인 장악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3일 밤 특항단 소속 기동헬기의 절반에 해당하는 총 12대가 국회로 출동했다.
A씨는 “조종사 모두 국회 주변에 북한과 관련한 대침투작전 혹은 테러 상황이 발생했을 거로 생각하며 출동했다고 한다”며 “출발 직후까지도 국회에 착륙할 곳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서울시내에 ‘VIP’대통령를 수송하는 곳은 국회가 아닌 다른 지역인데, 왜 목적지가 국회로 정해졌는지 조종사들은 잘 이해되지 않았다고 한다”고 했다.
3일 오후 11시48분쯤 특항단 소속 헬기가 출발 1시간여 만에 국회 상공에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 특항단에서 국회까지는 15~20분 만에 도착할 만큼 가까운 거리지만 당시 헬기 12대는 1시간이 걸려서야 국회에 내렸다. 지휘체계에 혼선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시 병력을 태운 헬기가 서울 상공에 진입하려 하자 공군작전사령부에서 중앙방공통제소MCRC 시스템을 통해 ‘헬기들을 잠깐 멈추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공역 관리 시스템상 용산 인근은 비행금지 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공군의 허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비상계엄 당시 육군 헬기 진입 허가 여부를 두고 공군과 사전 협의가 되지 않아 헬기가 일정 시간 상공에 머무르게 됐다는 것이다.
병력 수송 임무를 완료하고 곧장 부대로 돌아온 특항단 조종사들은 TV 방송 뉴스를 통해 국회 상황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조종사들이 자신의 임무 수행 결과를 뉴스를 통해 확인하며 자괴감이 많이 들었다고 호소했다”며 “그들은 내려준 병력과 시민들의 안위도 걱정했다”고 말했다. 일부 조종사는 “우리가 한 일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계엄 당일 707부대에 하달된 명령도 공개했다. 그가 공개한 메시지엔 ‘현 시간부로 대대원 전원은 출동을 준비하라. 1, 5대대는 우선 투입, 개인별 소총 휴대, 케이블타이 및 포승줄 휴대’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 그는 “실제로 국회의원을 체포하기 위한 모든 장비를 갖추고 구체적인 명령을 내린 것으로 판단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윤예솔 기자 pinetree2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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