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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잤으니 엄마를 형님이라 해" 낄낄…짐승 새아빠 죽인 여대생과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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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99회 작성일 24-04-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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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3월 14일 청주지법 충주지원에서 열린 1심 공판 때 김보은은 "의붓아버지는 짐승보다 못한 짐승이었다"고 했다. 경향신문 갈무리 ⓒ 뉴스1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32년 전인 1992년 4월 4일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은 존속 살해교사, 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보은당시 21세에게 징역 5년, 김진관당시 22세에게 징역 7년 형을 선고했습니다.

당시로선 혐의에 비해 비교적 선처한 형량이었지만 1992년 10월 2일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3형사부는 김보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김진관 징역 5년 형을 내렸습니다.


살인 혐의로는 건국 이래 사상 처음 집행유예가 떨어진 순간으로 수많은 방청객 사이엔 다행이다는 안도의 한숨과 무죄가 선고되지 않았다는 의미의 아하는 탄식이 터져 나왔습니다.

앞서 9월 24일 결심 공판에서 김보은은 지금까지도 뭇사람들을 울린 최후 진술을 했습니다.

◇ 감옥이 오히려 천국…더 이상 짐승에게 밤새 시달리지 않아도 됐기에

먼저 최후 진술에 나선 김진관은 "어머니 다음으로 사랑했던 여인이 무참히 짓밟힌 사실을 알고도 이렇게 되도록 밖에 일 처리하지 못한 나 자신이 원망스럽습니다"며 살인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김보은을 감싸 주지 못한 자신을 책망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보은이의 의붓아버지를 살해한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보은이를 살린 것입니다"이라고 울부짖었습니다.

뒤이어 나선 김보은은 "감옥에서 보낸 7개월이 지금까지 살아온 20년보다 훨씬 편안했습니다"고 말한 뒤 "더 이상 밤새도록 짐승에게 시달리지 않아도 됐기에 밤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아름답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고 말했습니다.

방청객 사이엔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고 판사도 상기된 얼굴로 고개를 숙인 채 김보은의 말을 들었습니다.


1992년 9월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김보은 석방운동을 펼치고 있는 시민들. KBS 갈무리 ⓒ 뉴스1




◇ 이회창 김석수 최종영 등 화려한 대법 1부…현재의 부당한 침해 인정

당시 김보은을 돕기 위해 무려 22명의 변호사가 무료 변호를 자처했습니다.

변호인단은 살의 혐의 사상 첫 집유 결정에도 불구하고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며 상고했습니다.

1992년 12월 22일 대법원 1부는 "현행법상 정당방위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상고를 기각하면서도 정당방위 요건 중 하나인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음을 인정했습니다.

현재의 부당한 침해형법 21조는 지금 당장 타인의 신체, 건강, 재산에 해를 입히거나 위협을 가하는 등의 행위 즉 급박한 상태에 있거나, 바로 발생해야만 성립됩니다.

하지만 대법원 1부는 "김보은은 12살 때부터 의붓아버지인 피해자의 강간 행위에 의해 정조를 유린당한 후 계속 이 사건 범행 무렵까지 성관계를 강요받았고, 그 밖에 피해자로부터 행동의 자유를 간섭받았다"며 "그러한 침해 행위가 그 후에도 반복해 계속될 염려가 있었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지금 성폭행을 당하거나 당할 위험은 없지만 흐름으로 볼 때 언제 갑자기 성폭행당할지 모른다고 판단한 것으로 정당방위 해석의 범위를 넓혔습니다.

이는 정당방위 판단 기준을 제시한 명판결로 지금까지도 각종 판결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당시 대법원 1부는 이회창, 김석수, 최종영, 배만운 등 화려한 라인업이었습니다.

이회창, 김석수 대법관은 훗날 국무총리, 최종영 대법관은 대법원장을 지냈습니다. 배만운 대법관은 1992년 이회창 대법관과 함께 국보법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표현물이 지닌 상징적 위험성만으로 불법행위로 단정해선 안 된다고 소수의견을 낸 것으로 유명합니다.


1992년 1월, 검찰 고위 사무직 공무원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김진관. KBS갈무리 ⓒ 뉴스1




◇ 새 아빠 생겼다며 좋아했지만, 초 2년 때부터 밤마다

김보은은 1977년 충북지역 검찰 공무원 A 씨와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 A 씨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김보은은 법정에서 "새아빠가 생겼다는 생각에 기뻤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2년 뒤부터 밤은 김보은에게 지옥 같은 시간이 됐습니다.

그가 초등학교 2년 때인 1979년 어느 날,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 A는 김보은을 겁탈했습니다. 이후 김진관에게 살해당할 때까지 A는 김보은을 건드리고 또 건드렸습니다.

◇ 의붓딸에게 욕심 채운 짐승 "이제 엄마를 형님이라고 불러…내가 둘 모두와 잠잤다"

A는 김보은에게 "내가 너와 네 엄마 둘 모두와 성관계했으니 이제 엄마를 형님이라고 불러라"며 낄낄댔습니다.

A가 딸을 건드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엄마가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A가 지역 검찰청 고위 사무직4급 서기관이라는 사실에 조사를 포기했습니다.

엄마는 딸을 구하기 위해 이혼하자고 했지만 그때마다 A는 같이 죽자며 쥐약과 흉기를 들고 위협하는 바람에 김보은의 악몽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A는 이따금 전국의 모든 사건은 내가 알고 있다며 힘을 과시했고 압수한 불법 테이프를 집으로 가져와 김보은에게 보게 한 뒤 똑같은 짓을 시키기까지 했습니다.


1992년 9월 24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을 위해 법정에 들어선 김보은오른쪽과 김진관. 경향신문 갈무리 ⓒ 뉴스1




◇ 여자 친구 사연 들은 김진관 짐승은 없어져야 한다…

김보은은 대학에 진학, 매일 매일 A로부터 시달리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주말마다 집으로 내려가 그의 욕망을 처리해야 했습니다.

그러던 중 같은 대학 동급생인 김진관을 만나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김진관은 수업이 없는 주말 김보은과 데이트를 하고 싶었지만 그때마다 김보은은 불안한 눈빛을 한 채 집으로 갔습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김진관이 영문을 묻자 김보은은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사연을 털어놓았습니다.

이에 김진관은 짐승은 없애야 한다고 결심, 김보은과 함께 강도로 위장해 A를 죽이기로 계획했습니다.

결국 김진관은 1992년 1월 17일, 김보은이 열어준 문을 통해 집으로 들어온 뒤 흉기로 A를 살해했습니다.

◇ 전 국민 공분…대규모 변호인단, 석방 운동

살인 혐의로 체포된 김보은, 김진관의 사연은 김진관의 부친이 한국성폭력 상담소에 상담을 의뢰하면서 전국에 알려지게 됐습니다.

22명의 변호사가 무료 변호에 나섰고 전국적으로 김보은 석방운동이 펼쳐졌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손흥민 이강인 충돌 사건보다 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졌고 시민들과 동료 학생들이 펼침막을 들고 김보은 김진관을 응원했습니다.

얼마나 관심이 많았는지 방청객이 몰려드는 바람에 재판이 진행되지 못하고 연기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1992년 4월 4일 청주지법 충주지원이 김보은 징역 5년, 김진관 징역 7년형을 내리자 동료 학생들이 그들은 죄가 없다며 호송차를 가로막고 연좌농성을 펼치고 있다. 한겨레 갈무리 ⓒ 뉴스1




◇ YS, 김보은 특별사면 김진관 형기 절반 감형…개명 후 조용한 삶

1993년 3월 1일 당시 김영삼 대통령YS은 김보은에게 3·1절 특별사면 조치를 단행, 형면제 및 복권 조치를 했습니다.

김진관은 잔여형기의 절반을 감형받아 1995년 2월 17일 만기 출소했습니다.

김보은과 김진관은 이후 개명 후 조용한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보은 김진관 사건은 1991년 일어난 김부남 사건과 더불어 1994년 1월 5일 제정된 성폭력 범죄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고 쉬쉬하던 친족간 성폭행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올린 계기가 됐습니다.

buckba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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