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20년 살았지만 이런 공포는 처음" 모노레일 끊기고 빌딩 와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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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에 정전, 건물 붕괴까지…"땅이 흔들렸다"
대만 타이베이 남쪽 신주현에 거주하는 한국인 정모씨는 이른 아침부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3일 오전 7시 58분현지시각 대만에서 발생한 지진 때문이다. 대만 중앙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대만 동부 해안 깊이 15.5km 지역에서 규모 7.2의 지진이 발생했다. 진원지는 대만 동부 화롄花蓮의 남남동쪽 약 25㎞ 떨어진 해역이다. 정씨는 "건물이 흔들리고 벽이 움직이고 집 안에 있는 것들이 다 떨어지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고층 아파트에 거주하는 정씨는 지진이 발생할 당시 건물이 휘청거리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벽에 있던 페인트들이 갈라지면서 바닥에 떨어졌다. 바닥 타일도 다 부서지고 1층 천장에 있던 샹들리에도 떨어졌다. 엘리베이터 전기도 끊긴 상황이다. 현재 정씨가 머물고 있는 곳은 대만 북부 신주과학단지. 세계적인 최대 파운드리 반도체 업체 TSMC를 비롯한 주요 산업 공장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이곳은 관측된 지진은 규모 7.2 보다 낮은 4.0 정도였지만 그 여파가 고스란히 이어졌다. 정씨는 "지금 직원들 모두 대피하고 장비들도 다운이 되서 수리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며 "반도체 회사는 조금만 흔들려도 부품들 다 바꾸고 수리해야 한다. 웨이퍼 손실이 클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갑작스런 지진 소식에 현지인들도 당황했다. 교사와 학생들은 운동장으로 모두 뛰쳐나와 대피했다. 대만 직장인들은 출근을 멈추고 집에 되돌아가기도 했다. 정씨는 "일단 다들 정신 없이 수습 중"이라며 "회사에서도 제품이나 창고에 문제 없는지, 다친 사람은 없는지 등을 우선적으로 확인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타이베이 인근 지역과 태평양에 연한 대만 동부는 피해가 더 크다. 타이베이 모노레일은 두 동강이 났고 대만 화롄 지역에는 산사태가 발생해 도로를 덮쳤다. 오토바이와 차를 타고 이동하던 현지인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봤다. 도심 속 건물들도 옆으로 비스듬히 쓰러졌다. 대만은 1999년 약 2400명의 사망자와 건물 5만채를 붕괴시킨 규모 7.6의 강진 이후 내진 설계를 강화했다. 하지만 이날 내진 설계가 마련되지 않은 오래된 건물들은 힘없이 무너졌다. 정씨는 "20년 동안 대만에 살아오면서 여러 지진을 겪긴 했지만 이런 공포는 처음"이라며 "건물 안에 부상자도 엄청 많을텐데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 기상청은 대만 지진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진의 규모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만큼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은 지진의 여파로 미야코지마 등 남부 섬들에 3m에 달하는 파도가 예상된다며 쓰나미 경보를 내렸다. 필리핀 당국도 높은 쓰나미가 예상된다며 해안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하라고 경고했다. 중국 역시 진원지 주변에 해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쓰나미 1급 경보를 발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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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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