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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가격에 팔면 원단 값도 안 나와요"…테무·알리 습격에 옷가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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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82회 작성일 24-04-0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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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만 살 수 있는 동대문 도매시장 가보니


지난 3일 오전 1시께 찾은 동대문패션거리의 한 도매의류상가 모습.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가 가장 바쁜 시간대다. 각 상가 내외부에서 옷가게 사장님들과 대신 물건을 받으러 온 ‘사입삼촌’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이민경 기자.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4월 초입, 봄 한 철 아주 찰나만 입을 수 있는 얇은 트렌치코트가 동대문 도매시장에도, 이화여대 앞 보세 옷가게에도, 인터넷쇼핑몰에도 주력 상품으로 깔렸다. 하지만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사업자등록증이 있어야만 구매가 가능한 동대문 새벽시장에서 트렌치코트 가격은 4만원대, 이대 앞 보세 옷가게에서 비슷한 옷을 찾았더니 6만5000~8만5000원 가량이었다.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유사 상품이 10만원에 팔렸다.

동대문 새벽시장의 도매가격이야 일반 소비자가 직접 찾아가서 가격을 일일이 비교하기도 어렵고, 구매도 불가능하니 상관없다. 하지만 중국 직구해외 직접구매 사이트 ‘테무’가 문제다. 유사한 디자인의 트렌치코트가 테무에선 2만9075원에 팔리고 있었다. 배송비도 무료였다.

‘말도 안되는’ 가격 책정에 옷가게 사장들은 수심이 깊다. 테무와 알리는 국내 영업자도 아니라서 어디에 찾아가 따지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서울에서 30·40 여성이 주로 입는 옷을 파는 상인 김모 씨는 “저는 큰 욕심 안 부리고 조금만 마진 남기겠다는 마음으로 동대문에서 옷을 떼서 팔고 있다. 그런데 테무에선 도매 가격 이하로 판다. 게임 자체가 끝난 것 아니냐”고 한탄했다.

동대문 상가에서 국내공장서 생산한 옷을 파는 업체 사장도 “걔네테무, 알리랑 경쟁하다간 원단값도 못 건진다”며 “중국 옷이랑 생산 단가 자체가 다른데, 겉으로 드러나는 가격만 비교하면 국내 의류 산업 전체가 망할 판이다”라고 우려했다.

그도 그럴것이 이제 소비자들은 테무를 이용하면 굳이 새벽 동대문에 안 가고도 집에 앉아서 도매가격보다도 1만원 더 싸게 쇼핑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보세 옷가게 사장님들부터 시작해, 궁극적으로 동대문 도매시장까지도 연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어두운 전망이 제기된다.

지난 3일 오전 1시께 찾은 동대문패션거리 디오트, 에이피엠apm 등 도매상가는 ‘사입 삼촌’과 직접 시장에 옷을 사러 나온 여성 사장들로 붐비며 하루 중 가장 바쁜 때를 맞이하고 있었다. 서울의 다른 동네들이 잠에 빠져들고 있을 때, 동대문에 나온 사람들은 아이스아메리카노로 졸음을 쫓으며 하루 매출에 집중하고 있었다. ‘사입 삼촌’은 동네 옷가게소매상 업주들로부터 주문을 받아 동대문 도매상에서 옷을 사서 대신 가져다 주는 구매대행을 업으로 하는 남성을 가리킨다.

여기서 만난 김씨는 “그래도 아직까지 저희 손님들 중에선 피부에 직접 닿는 옷은 중국산을 사는 걸 꺼리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제가 진짜 ‘메이드 인 코리아’를 잘 구별해서 가져가 차별화 하려 한다”고 말했다. 동대문 시장에도 중국산 옷과 국내 생산 옷이 섞여있다. 대체로 원산지 표시가 안 되어 있기에 옷을 보는 안목이 있어야 어느 나라에서 생산했는지를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 상인들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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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은 새벽 3시께 눈이 부신 조명이 일제히 켜진 동대문 패션거리 일대 모습. 이민경 기자.

그렇지 않아도 경기 위축에 동대문 도매시장을 찾는 사람이 크게 줄었는데, 중국발 저가 의류 공세까지 더해지자 상인들 분위기는 어두웠다. 동대문 도매상가에서 가죽 잡화 등을 파는 업주 A씨는 “코로나 전만 해도 밤 11시부터 신당역에서 도매상가 앞쪽까지 커다란 쇼핑비닐을 들고 오는 사람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며 “오늘 본 인파는 그에 한참 못미치는 정도고, 앞으로도 테무 같은데서 직구 소비가 늘어나면 우리는 더 힘들어 질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사실 소매손님을 받으면 안 되지만 2개 이상 사면 특별히 도매값에 판매를 해주겠다”며 “우리는 사장님들 위해 싸게 파는거라 소매손님한테 팔면 상도덕에도 어긋나고, 무엇보다 우리도 손해긴 하다”고 언급했다.

소비자의 가격 인식 체계가 혼란스러워졌다는 평가도 있다. 이대 앞에서 여성의류를 판매하는 한 가게 사장은 “손님들이 가격표를 보고 망설이는 경우가 많아 얼마까지 생각하느냐, 현금으로 하면 깎아줄 수 있다고 제안하는데, 손님이 생각하는 금액대 자체가 테무 이런데서 영향을 받았는지 너무 낮다”며 “중국산 의류와 국내 생산 의류는 단가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손님을 돌려보낼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해당 가게에서 청바지는 대체로 4만5000~5만5000원 가격표를 달고 있었는데, 같은 날 테무에서는 ‘하이웨이스트 청바지’가 1만3983원에 판매중이었다. 6만원 가격표가 달린 여름용 블레이저는 테무의 1만8550원 ‘싱글 브레스티드 포켓 재킷’과 소비자들의 마음속에서 경쟁해야 한다. 업주는 “동대문에서 제가 사올 때 가격이 바지는 2만5000원, 블레이저는 4만원 정도”라며 “제 인건비, 가게 유지비를 고려하면 이 정도 마진은 남겨야 하는데 이걸 소비자들은 너무 비싸다고 평가하니 맥이 빠진다”고 말했다.

유통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국내 패스트패션은 고전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진단한다. 유통업계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한 한 관계자는 “중국의 알리, 테무 모두 이미 중국 내에서 쟁쟁한 이커머스 경쟁을 다 뚫고 선두주자가 된 플랫폼”이라며 “여기에 세계의 공장인 중국에 글로벌 패션회사들이 위탁생산OEM을 맡기고 있기 때문에 이런 브랜드에서 특정 모델이 나온 순간 중국 공장에서 똑같은 디자인의 옷을 싼 값에 찍어낼 수 있다. 테무는 이 옷들을 배송비 무료에 말도 안되는 싼 값에 팔테고, 우리나라에 배로 그 옷들이 들어오는 데는 단 하루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중국산 옷, 중국 플랫폼 불매 운동은 기대하기 힘든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비는 이념으로 재단되지 않는다”며 “그냥 내가 좋으면 사는 것이고, 지금 이미 많은 국내 소비자들이 호기심에라도 테무에 들어가서 하나씩 구매하고 있다. 경험이 누적되다보면 소비자들은 쉽게 떠날 수가 없게 된다”고 덧붙였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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