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1억 못받고 두 아들 혼자 키운 엄마…10년 악전고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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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 첫 실형 선고에도 양육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법정에서 온몸이 떨리더라고요. 혼자 두 아들을 키운 10년이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갔습니다." 지난 27일 양육비 미지급 사건 선고공판이 끝나자 인천지법 413호 법정 방청석에서는 흐느끼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10년 동안 전 남편 A44씨로부터 양육비 1억원가량을 받지 못한 김은진45·여씨는 연신 "판사님 고맙습니다."라며 붉은 눈시울을 옷 소매로 훔쳤다. 당일 A씨는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3개월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곧바로 구속됐다. 양육비 미지급자에게 처음으로 실형이 선고된 날이었다. 김씨는 2010년 A씨와 혼인신고를 하고 이듬해 첫째 아들을, 2013년 둘째 아들을 낳았다. 그러나 둘째를 가진 지 3개월 만에 이혼 얘기가 오갔고, 결국 소송 끝에 2014년 4월 갈라섰다. 두 아들의 친권과 양육권은 모두 김씨가 가졌다. 법원은 이혼 소송에서 "2032년까지 매월 40만∼80만원을 양육비로 김씨에게 지급하라"고 A씨에게 명령했다. 그러나 A씨는 굴착기 기사로 일하면서도 전처인 김씨에게 양육비를 한 푼도 보내지 않았다. 참다못한 김씨가 2019년 법원에 양육비 이행 명령 신청을 했고 인천가정법원이 양육비 미지급을 이유로 감치하기 위한 심문기일을 지정하자 그제야 A씨는 2021년 10월 딱 한 차례 양육비 500만원을 보냈다. 감치는 법원 명령을 위반했을 때 재판부가 직권으로 구치소 등지에 최대 30일 동안 가두는 조치다. 김씨는 "6년 넘게 양육비 한 푼 안 보내던 사람이었다"며 "감치기일 전날 전 남편의 변호인이 연락해 와서는 양육비를 보낸다길래 거부했는데 그냥 입금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다시 양육비는 끊겼다. 법원의 2차례 감치 결정은 A씨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아 집행조차 되지 않았다. 김씨는 재차 1년을 기다린 끝에 2022년 12월 A씨를 형사 고소했다. 형사 고소 전 손팻말을 들고 전 남편의 집 근처에서 1인 시위를 하다가 전 시아버지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되기도 했다. 그는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자 정식재판을 청구한 끝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전 시아버지의 의사에 따라 공소 기각 판결을 받았다. 지난해 12월에는 국회 앞에서 "양육비 미지급자의 처벌을 강화하고 양육비 이행 절차를 간소화하라"며 삭발 시위까지 했다. 전 남편의 양육비 없이 두 아들을 키운 10년은 김씨에게 악전고투의 시간이었다. 이혼 후 부모님 집에 얹혀살면서 생계 전선에 직접 뛰어들어야 했다. 대출받아 포장마차를 운영하며 하루에 18시간씩 5년 동안 일했다. 이후 지금까지는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알루미늄 도색 공장에서 근무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김씨는 "공장에서 계속 주간에 일하다가 전 남편을 형사 고소한 뒤부터는 시간이 없어 야간으로 바꿨다"며 "밤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낮에는 법원과 검찰을 찾아다녔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번에 A씨에게 실형이 선고됐다고 해도 그동안 밀린 양육비 1억원가량을 김씨가 바로 받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A씨가 징역형을 모두 복역하고 출소한 뒤에도 양육비를 계속 주지 않으면 김씨는 지금까지 해 온 양육비 이행 명령 신청→감치 명령 신청→형사 고소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반복해야 한다. 김씨는 "지금 큰아들은 중학교 1학년생이고 둘째 아들은 초등학교 5학년"이라며 "아이들도 내색은 하지 않지만, 아빠가 양육비를 주지 않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형 선고 날 집에 가서 아이들에게 자세하게는 말하지는 않고 오늘은 엄마가 기쁜 날이라고만 했다"며 "앞으로도 밀린 양육비를 계속 주지 않으면 또 3∼4년을 더 잡고 처음부터 다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본창62 양육비 해결하는 사람들 대표는 30일 "양육비는 자녀의 생존권과 관련돼 있다"며 "양육비를 주지 않는 행위는 아동학대"라고 꼬집었다. 이어 "양육비 미지급자에게 내려진 첫 실형 판결은 환영하지만, 징역 3개월이라는 형량은 아쉽다"며 "형량이 높아져야 양육비 지급을 끌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s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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