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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소에 가오나시가 나타난 이유는…"발달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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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63회 작성일 24-04-0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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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외톨이 캐릭터로 분장해
‘존재 지워진 발달장애인’ 항의 표시
선관위에 ‘투표 보조’ 권리 보장 요구


4·10 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5일 서울 종로장애인복지관 앞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에서 만화영화 주인공 ‘가오나시’ 분장을 한 참가자가 그림투표용지 및 알기 쉬운 선거자료 제작 등 발달장애인을 위한 참정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4·10 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5일 서울 종로장애인복지관 앞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에서 만화영화 주인공 ‘가오나시’ 분장을 한 참가자가 그림투표용지 및 알기 쉬운 선거자료 제작 등 발달장애인을 위한 참정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4·10 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5일 서울 종로구 사전투표소 중 한 곳인 종로장애인복지관 앞에는 만화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에 나오는 캐릭터 ‘가오나시’ 차림을 한 시민 등이 손팻말을 들고 섰다. 이들은 “발달 장애인 참정권을 보장하라”고 외쳤다. 얼굴이 없고 외톨이 캐릭터인 가오나시 분장은 “발달장애인이 이 나라에 없는 사람으로 취급 당하고 있다”는 항의의 표시였다.


한국피플퍼스트,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장애인권단체들은 이날 종로장애인복지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달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 제공인 ‘투표 보조’를 보장하라”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요구했다.

이들에 따르면 2020년 선관위가 발달장애인에 대한 투표 보조 지침을 삭제해 투표장에 발달장애인이 투표보조인과 함께 들어갈 근거가 사라졌다. 발달장애인 단체 한국피플퍼스트 문윤경 대표는 “발달장애인 당사자 중에는 혼자서 투표소를 찾아가지 못하거나 투표소에 찾아가는 것을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다”며 “투표장에 가더라도 투표를 어떻게 할지 몰라서 투표소 밖으로 그냥 나가거나 무작정 아무나 찍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발달장애인들이 선거와 관련해 적절한 편의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올해 초 선관위가 ‘이해하기 쉬운 선거 공보 제작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는데 이는 권고에 지나지 않아 발달장애인들이 실질적으로 정보를 제공받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가이드라인은 지적·인지 장애인, 열악한 교육환경에 있는 사람들 등을 위해 제작됐다. 내용을 보면 ‘사전 투표’와 같은 전문용어의 의미를 쉽게 설명할 것, 대명사·은어·약어를 사용하지 않을 것 등이 포함돼 있다.

실제로 이날 투표에 참여한 발달장애인 박경인씨30는 투표소에 들어설 때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관내’라는 말과 ‘관외’라는 말이 박씨에게 너무 어려웠다. 투표장에 동행한 김수원 한국피플퍼스트 사무국장이 송파구에 사는 박씨를 관외 투표자 줄로 이끌었다. 선관위 측 관계자가 박씨에게 주민등록번호를 물었다. 박씨가 번호를 답하자 이 관계자는 “인지 능력은 있는 것 같은데 보조가 필요하냐”고 물었다. 투표 보조인으로 나선 김 사무국장이 옆에서 “사전 투표 과정이 본 투표와 다르고 투표용지를 봉투에 넣는 과정도 박씨에겐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결국 박씨는 선관위 측의 허락 하에 김 사무국장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투표를 하게 됐다.

하지만 박씨의 투표는 ‘운 좋은 사례’에 불과하다고 단체들은 지적했다. 지난 2월 15일 중앙선관위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의 간담회에서 “발달장애인도 신체적 어려움이 확인될 때만 투표 보조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체적 떨림이 아닌 인지 장애로 인해 투표 보조가 필요하다고 확인될 경우 투표보조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발달장애인이 투표행위를 위한 자신의 인지능력을 선관위 관계자에게 입증해보여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투표 보조를 거절당하는 발달장애인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장애인들로부터 관련 차별 피해 사례 신고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오는 10일 본투표 당일에도 발달장애인의 투표권이 침해되거나 차별당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선관위는 발달장애인 유권자 모두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선거를 만들도록 노력해달라”고 촉구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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