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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보면 자존감 떨어져"…이것 없어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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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59회 작성일 24-07-0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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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인터뷰]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아주대 교수의 SNS 잘 활용하는 법
내 삶의 목적의식 부재하기 때문, 행복의 크기보다 자주 느끼는 게 중요
"성장감 느끼는 수단으로 SNS 활용하면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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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공간이 집이라면, 디지털 공간은 SNS다. 하루 평균 8시간 이상 머무는 중요한 공간. 여기서 어떤 삶을 살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사진=LG전자
민아씨 SNS에 친구 피드가 떴다. 해외여행 간 사진이었다. 남자 친구와 찍은 다정한 모습. 부럽다. 그 마음 안에는 비교가 자리 잡고 있다. 난 저러지 못하는데. 그로 인해 어쩐지 마음이 어두워졌다면 어떨까. 나도 잘 모르는 사이에.

모든 이의 삶을 실시간으로 펼쳐볼 수 있는 이 공간. SNS에 들어올 때마다 불편한 감정이 반복된다면. SNS는 시간 낭비 서비스 약자가 아니냐며, 단순히 끊으란 조언으로 쉬이 해결이 안 되면 어떡하나. 인간은 모순적인 존재니까. 연결되고 싶으면서 동시에 단절되고 싶은 거니까.


어렵겠으나 지금보단 현명하게 이용할 길이 있을 거라고.

SNS를 쓰며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인지심리학자인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를 만나, 그의 지혜를 탈탈 털어보았다. 김 교수와의 대화를, 물음과 답변 형식으로 구성해봤다. 해당 인터뷰는 SNS의 부정적인 알고리즘을 바꾸기 위해 긍정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LG와의 콜라보로 진행됐다. LG전자는 디지털 공간인 SNS에서의 좋은 삶Lifes good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글로벌 플레이리스트는 지난달 이미 나왔고, 국내 버전은 10일 공개 예정이다.



Q. SNS를 하는 게 문제인 걸까요? 자꾸 비교하게 만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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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심리학자인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사진=남형도 기자
글쎄요. 예를 들어볼까요. 내가 고시원에 살고 있어요. 무슨 타워팰리스에서 매일 파티하는 사람을 봤다고 치자고요.

나도 저렇게 될 거야 하는 사람과 난 왜 저렇게 될 수 없을까 자괴하는 사람으로 나뉘잖아요.

같은 걸 봐도 반응이 다른 거예요. 그러니까 단순히 "SNS 때문이야"라고 말하는 것보단 누군가에겐 그리 비교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 놓은 상황은 뭘까에 대한 질문이 더 중요한 거예요.

예컨대 제가 얼마 전에 카니발을 샀어요. 근데 어느 날 옆에 애스턴마틴수 억원대 고급 차이 휙 지나가요. 그걸 보고 제가 그래요. 내 카니발이 얼마나 좋은데 이 자식아, 넌 인마 통풍 시트도 안 되잖아, 안 그래?

왜 그럴 수 있을까요. 제가 제 차에 대한 기준을 만족했기 때문에 그래요.

다시 말하면, 뭔가 부러운 걸 봤을 때 왜 반응이 다른가. 그건 내 삶에서 얼마나 자주 만족하면서 사는가. 그 차이에서 오는 거예요.



Q. 만족할 기회가 적으면, 비교에 더 취약하단 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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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LG전자
왜 그런지 아세요. SNS에서 엄청나게 화려한 정보를 많이 주잖아요. 근데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지금 행복하냐, 행복하지 않느냐예요. 그런데 그 행복은 크기보다는 빈도가 훨씬 더 중요하거든요.

근데 지금 우리 사회가 만족의 빈도너무 떨어트려 놨어요. 왜 그런지 아세요? 젊은이들을 너무 바쁘게 만들었거든요.

생각해보세요. 아침에 일어나서 미친 듯이 일하고 알바 가고 또 파트타임 뛰고요. 한가한 거를 나태함으로 보는 시선 때문에 애들이 행복한 순간을 못 가지게 됐어요. 바짝 조여 놓았거든.

부모들이 그래요. "야, 너 안 돼. 그렇게 해서는 안 돼. 더 해야 해." 사회도 그러잖아요. "더 열심히 하세요." 그러니까 즐거움의 기회가 없는 거예요.

50대에서 60대 정도로 짧게 살던 시대에, 어느 지점까지 달성해야 행복해진다고 배운 노년 세대가 수명이 길어졌죠. 그러면서 옛날 방식으로 "더 정신 바짝 차려야 돼", "노력의 양이 부족해" 그러니까 행복의 빈도가 떨어진다고요. 더 오래 살아야 하는 젊은 세대가 동력이 안 나오는 거예요.

그러니까 SNS를 포함해 모든 정보가 다 우릴 힘들게 하는 거지요. 젊은 친구들이 자꾸 만족의 빈도를 높이려고 몸부림치고 있는 거예요. 10년 전부터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말이 나왔잖아요. 그게 철없는 소리가 아니라, 이런 배경에서 나온 거예요.



Q. 안타깝네요. 행복의 빈도가 적다고, 그런 경우엔 어떻게 무너지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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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한 16세 미국 소년의 틱톡 화면에 떠 있던 영상들./사진=블룸버그
점점 나는 안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심어져요. 그게 만들어지는 이유가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거든요.

좋은 걸 보며 우리가 괴로워할 것 같죠? 보편적인 청소년들이 외적으로 멋진 사람들 모습을 SNS로 보며 자기의 짧은 다리를 비교해요. 그러면서 아이고, 그러니까 공부나 열심히 하자 이런 얘길 찾아요. 왜일까요. 난 잘될 거라는 낙관적인 기대가 가능하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그렇지 않은 경우엔 어떻게 되느냐면, 앞으로 더 나빠질 거라고 하는 일을 볼 때 무너져요. 얼마 전에 자립 준비 청년 한 분이 자살하셨어요. 어느 정도는 그래도 사회생활을 잘한 분이었어요. 근데 이분이 미안해, 난 여기까지인가 봐 하고 생을 끊으셨어요.

근데 그가 마지막으로 본 영상이 타워팰리스나 파티나 그런 게 아녔어요. 자기보다 더 불행해진 사람의 영상을 보고 무너졌다고요. 나를 불지르는 정보는, 지금의 나보다 더 나락으로 떨어진 것들이에요.

단순히 부러워서 무너진다, 그렇지 않아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정교한 과정을 거치는 거예요.



Q.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SNS에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잘 잡으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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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네가 할 수 있다고 믿어,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수준 높은 목적 의식이라고 했다./사진=LG전자 긍정 플레이리스트Optimism your feed
목적의식이 중요해요. 계획을 세우는 것과는 좀 달라요. 계획은 언제까지 무엇을 한다고 하는 거고, 그건 굉장히 낮은 레벨의 목적의식이고요. 요즘 세대가 계획은 더 잘 세우죠.

목적의식은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과 더불어 난 뭔가를 하면 이렇게 될 거야라고 하는 추상적인 생각이에요. 그게 더 수준이 높은 목적의식이에요. 가장 큰 목적 의식은 나는 이 세상에 살아 있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고요.

부자를 보며 저런 사람도 있는데 왜 난 저렇게 못 살아? 이런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잖아요. 동경하는 그 모습으로 갑자기 훌쩍 가는 게 아니에요. 인간을 만족시키는 건, 그 앞에 놓인 촘촘한 징검다리들이죠. 그게 하나씩 해소가 되고 충족이 될 때, 앞으로 더 많이 건너갈 수 있겠네, 더 갈 수 있겠네, 나아갈 수 있게 돼요.

이런 목적의식이 있으면, SNS가 퍼붓는 AI 알고리즘에도 휩쓸리지 않게 돼요. 인간의 생각이 가지는 목적은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고, AI의 목적은 세상에서 가장 평균적인 패턴이 뭔가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요.

이처럼 다양한 목적을 만들어내는 사회에서는, 절대로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대로 볼 수가 없어요. 당연하게도요.



Q. 목적의식이 강한 사람은, 알고리즘도 맘대로 할 수 없다는 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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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심리학자인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사진=남형도 기자
요즘엔 AI가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과, AI에게 오히려 뭔가 질문을 하면서 대답을 찾아가는 사람. 이렇게 더 많이 갈리더라고요.

보여주는대로 보는 사람은 선호도가 없는 사람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뭘 보여줘도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요즘 AI 기술들을 보면, 너의 선호도를 파악하겠어를 지나서 너의 선호도를 내가 만들겠어가 됐어요.

예컨대, 내가 이런 주스를 하나 보면 알고리즘은 그다음에 제일 많이 보는 걸 추천하겠죠. 그럼 이 사람은 원래 기호가 없었는데도, 이런 도넛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취향이 조형되는 거죠.

자기 판단 체계가 분명한 사람들은 AI가 건드리기 힘들어요. 보다가도 이거 내가 원하는 게 아닌데, 왜 자꾸 올라와, 짜증나 이렇게 돼요. 그런 취향은 보관함을 보면 갈려요. 얼마나 많이 넣어뒀는가. 내가 나중에 꼭 볼거야, 그런 데에서 세분화가 생기는 거예요.

그런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는 20~30%가 사회를 계속해서 리드하며 나아가고 있죠. 더 활기차고 능력을 발휘하기 좋은 거고요.



Q. 목적의식을 만든다는 말씀이 좀 어려운데요. 구체적으로 뭘 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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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성장감을 느낄 수 있는 영상들로 채우는 방법도 있다. 그게 행복감의 원천이 된단다./사진=유튜브 채널 캡쳐
끊임없이 뭔가를 새로 배워야 해요. 성장하면 거기에서 낙관론이 만들어져요.

예를 들면 붓글씨를 새로 배우면 성장감이 빨리 생겨요. 왜 그럴까요. 어제보다 무조건 잘 쓰게 돼 있거든요. 처음 해보는 거니까.

성장감을 느끼는 인간은 절대로 비관적일 수 없어요. 작은 것들을 꾸준히 새로 배우는 것. 그게 행복감의 가장 큰 원천이에요.

여기서 중요한 건, 뭔가 이유가 있어 배우는 게 아니라 목적 없이 성장감을 느끼는 거예요.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강요되는 게, 이유 있는 자격증을 따는 공부만 계속 시켜요. 자살한 자립 준비 청년도 자격증이 14개인가 있었어요. 모든 삶의 행동이, 이유를 대야만 하니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저는 요즘 중국, 석유, 공룡, 이런 것들을 유튜브로 배워요. 사이클을 여기에 맞추면, 끊임없이 추천이 떠서 계속 배우는 메커니즘을 만들 수 있어요. 그리 있는 그대로의 성장감을 느끼면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존재의 이유가 생겨요.



Q. 목적 없는 배움의 수단으로 SNS를 잘 활용하면, 행복해질 수 있단 말씀으로 들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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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고 행복한 일상의 기록들을 공유하는 SNS 챌린지. 아기가 웃는 사진을 LG글로벌SNS 스토리에 공유한 사용자./사진=LG글로벌 인스타그램
그렇지요. SNS도 그렇게 딱 봤으면 좋겠어요. 행복한 사람들이 SNS를 너무 잘 써요.

덧붙이자면, SNS는 작고 소소한 행복을, 여러 번 적는 공간이면 가장 확실해요.

난중일기 같은 기록 말이죠. 뭐냐면 난중일기를 보면, 큰 칼은 패하고, 구국 충절이 어떻고 그런 장엄한 문장은 별로 없거든요. 쭉 보면 다 스몰 토크소소한 대화에요. 누구랑 와서 뭘 먹었고, 누가 나를 괴롭혔고, 누구랑 술 먹고 놀았더니 힘이 났다, 그런 거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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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고 행복한 일상의 기록들을 공유하는 SNS 챌린지. 사랑하는 고양이를 품에 안은 모습을 LG글로벌SNS 스토리에 공유한 사용자./사진=LG글로벌 인스타그램
그래서 제가 얘기해요. 난중일기는 100점짜리 행복이 아니라, 10점짜리 행복을 적는 공간이다. 작은 행복들을 적어 놓으면 그걸로 힘이 나는 거예요.

그래서 행복은 크기보다 빈도가 중요하다고 심리학자들이 그렇게 얘기합니다. 빈도를 높이는 행복이 뭐냐면, 작은 행복인 거고요. 대단한 걸 적으면 1년에 한 건도 적을 게 없어요. 돼지껍데기 집 여기 진짜 맛있다, 소주는 이럴 땐 이걸로, 막 이러면서 적어요.

그런 걸 쭉 보면서, 그래그래 하면서, 사람이 매일 버티는 거예요. 실제 역경을 잘 이기는 사람들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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