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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현수막, 아파트 7개층 다 덮었다…총선 뒤에도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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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32회 작성일 24-04-1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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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시 은평구 증산로의 한 아파트 벽면에 은평갑 국회의원 당선자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사진을 담은 초대형 현수막이 게시돼 있는 모습. 정은혜 기자

15일 서울시 은평구 증산로의 한 아파트 벽면에 은평갑 국회의원 당선자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사진을 담은 초대형 현수막이 게시돼 있는 모습. 정은혜 기자

15일 오후 서울시 은평구 증산로. 한 아파트 외벽에 ‘은평갑 국회의원 박주민’이라 적힌 거대한 현수막이 7개 층 옆면을 덮고 있었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후원회에서 제작한 현수막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정치인 후원회 사무소가 있는 건물에는 규격 제한 없는 현수막을 언제든 걸 수 있다. 은평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 지하가 후원회 사무소로 등록돼 있다. 이 아파트 경비원은 “현수막을 떼어가라고 얘기해야 하는데 연락처를 몰라 난감하다”고 말했다.


4·10 총선이 끝났지만, 현수막 공해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선거 현수막을 뗀 자리에는 당선과 승복 인사 현수막이 달렸다. 은평갑 지역구도 여야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초대형 현수막을 게시했다. 앞서 홍인정 국민의힘 후보 측은 선거 기간에 사무소 건물 외벽을 덮는 초대형 현수막을 걸어둔 바 있다. 박주민 의원 측은 선거 기간 사무소 건물 벽면을 현수막 여러장으로 채웠는데, 선거가 끝난 뒤에도 일주일 가까이 내리지 않았다가 은평 선관위로부터 철거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경쟁이 붙으면서 현수막이 더 커지고 잦아지고 있는데, 환경 보호 법률을 만드는 정치인들의 이런 행위는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규제 없애자 현수막 폭증…폐현수막 2만t 발생
4·10 총선 은평갑 후보였던 홍인정 후보 측이 건 초대형현수막. 홍 후보 측은 철거한 초대형 현수막을 대형폐기물로 처리할 예정이다. 정은혜 기자

4·10 총선 은평갑 후보였던 홍인정 후보 측이 건 초대형현수막. 홍 후보 측은 철거한 초대형 현수막을 대형폐기물로 처리할 예정이다. 정은혜 기자

현수막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서 선거 때마다 현수막 폐기물은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정치권은 2010년 선거법을 개정해 선거사무소와 현수막 개수 등 규제를 없앴고, 2018년에는 선거구 내 읍·면·동 당 후보자가 게시할 수 있는 현수막을 1개에서 2개로 늘렸다. 여기에 옥외광고물법을 개정해 지난해부터는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지 않고 제한 없이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규제 완화 흐름 속에 현수막이 난립하면서 지난해에만 6129.7t톤의 폐현수막이 발생했다. 1년 전 대통령 선거 당시 수거한 1110.9t의 5배가 넘는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발생한 폐현수막은 2만t에 이른다.

최근 5년간 선거용 폐현수막 발생 현황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환경부, 국회입법조사처 제출 자료]

최근 5년간 선거용 폐현수막 발생 현황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환경부, 국회입법조사처 제출 자료]

이번 총선은 후보자 수가 699명으로 2020년 21대 총선1101명보다 37%가량 줄었다. 이에 후보자들이 내건 선거 현수막 수는 줄었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관리법에 따르면 지역구 후보자는 선거구 내 읍·면·동 개수의 2배 만큼 거리 현수막을 걸 수 있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전국 거리에 후보자들이 건 현수막은 1만 9209개가 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는 각종 정당 현수막과 선거사무소·후원회 건물에 걸린 현수막 등은 빠진 수치다. 이번 총선부터 허용된 정당 현수막까지 합칠 경우 전체 현수막 규모는 지난 총선1739.2t보다 오히려 늘었을 가능성이 크다.


15억 원 투입해 재활용 지원…“생산 제한해야”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흥인지문 일대에서 종로구청 관계자들이 철거를 마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현수막을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뉴스1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흥인지문 일대에서 종로구청 관계자들이 철거를 마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현수막을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뉴스1

환경단체들은 정치 현수막 폭증을 부르고 있는 옥외광고물법과 공직선거법을 다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플라스틱과 면 등을 합성해 만든 현수막은 대부분 소각 처리되는데, 이 과정에서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을 배출하는 등 환경 오염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선거 현수막 재활용률은 25%에 그쳤다.

행정안전부와 환경부는 선거에 쓰인 현수막을 마대 등으로 재활용하기 위해 국비 15억 원을 지자체에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현수막 재활용 제품은 상품성이 없어 금세 쓰레기가 된다”며 “재활용이 아닌 생산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수열 소장도 “제일 좋은 건 사용을 안 하는 것이고, 적어도 정치권 현수막은 정치인이 수거해 재활용하도록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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