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구인 사이트서 보석 판매직 지원했는데…어느 날 보이스피싱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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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 뜯은 금 판매
범행 인지 못했어도 처벌 가능성 높아
금 액세서리나 골드바 등을 판매한 수익금을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일당에게 넘긴 30대 남성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알고 보니 이 골드바 등은 범죄 일당이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에게 뜯은 돈을 현물로 세탁한 것이었다. 해당 남성은 일반적인 귀금속 출장 판매직이란 구인구직 사이트 소개에 속아서 일을 했을 뿐 범죄인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달 중순 전기통신금융사기법 위반 등 혐의로 30대 A씨를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A씨는 보이스피싱 일당이 피해자에게 가로챈 액세서리 등을 받아 소매상에 판매한 뒤 수익금 1억 원가량을 범죄 단체에 입금해 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최근 보이스피싱 일당은 범죄 수익금을 치밀하게 숨기기 위해 돈을 금으로 바꾸고, 이를 다시 현금화해 재차 세탁하는 경우가 많다.
A씨는 경찰에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일자리를 얻었다"고 진술했다. 지난달 4일 주얼리 판매직원을 구한다는 게시글을 발견했고, 면접을 거쳐 6일 취직했다고 한다. 그는 다른 직원에게 귀금속을 받아 소매상에 팔고, 그 수익을 정해진 계좌에 입금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시급도 4만 원으로 그리 높지 않은 데다 포털 사이트에 회사 이름을 검색했을 때에도 설립한 지 10년 넘은 업체로 소개돼 있어 "보이스피싱 가담인 줄 꿈에도 몰랐다"는 입장이다. A씨는 일한 지 닷새쯤 되는 날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퇴사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경찰은 공모 혐의를 적용해 자세한 사건 경위를 들여다보고 있다.
최근 경제 불황을 틈타 이처럼 일자리에 목마른 청년들을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게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반인 입장에선 취업한 업체가 범죄와 관련 있는지 분간이 쉽지 않다. △구직자들이 많이 찾는 애플리케이션앱이나 대형 사이트에 게시글이 올라오고 △포털 사이트 검색 시 기업 정보가 명확히 나오며 △업체 관계자들이 그럴듯한 업무 설명을 해 철저히 속이고 있기 때문이다. 입사 초반에 다른 업무를 시키다 범행에 동원하는 경우도 있다.
범행 인지를 못했다고 해서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니 주의가 필요하다. 구직 앱에 인터넷 관리 업무라고 소개된 일을 했지만 실상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계기 관리책을 맡았던 것으로 밝혀진 B씨는 올해 4월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다. 이승재 법무법인 리앤파트너스 변호사는 "무죄가 나오는 경우는 드물고 합의가 안 되면 징역 3년까지 선고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처벌에 앞서 더 중요한 건 또 다른 피해 방지를 위해 범죄 조직의 수법을 적극 공유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김재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범행 가담 확률이 높은 사회초년생들을 대상으로 실제 기소된 사례 등을 알리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예진 기자 ywh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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