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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복붙 출렁다리 227개…물건너간 지방 핫플의 꿈 [대한민국 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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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04회 작성일 24-04-17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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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年100만명 찾던 천장호 출렁다리
희소성 떨어지며 방문객 수 급감

케이블카·모노레일도 우후죽순
재정 자립도 10% 안팎 지자체들
무분별한 경쟁에 혈세 낭비 지적
“관광 정책 컨트롤타워 만들어야”


“해마다 찾는 관광객이 줄어 매출이 예전 같지 않아요.”


지난 5일 방문한 충남 청양군 천장호 출렁다리 일대는 주말을 앞둔 금요일임에도 한적했다. 그 흔한 단체 관광객들도 찾기 어려웠다. 100대가량 수용할 수 있는 무료 주차장엔 고작 10여대만 주차돼 있었다. 천장호 출렁다리 인근에서 10년 넘게 식당을 운영해 온 A씨는 “그나마 주말에는 칠갑산 등산객들 상대로 장사가 좀 되지만 평일엔 파리만 날리는 처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지난 5년간 천장호 출렁다리를 찾은 연간 방문객 수는 2019년 58만 3000명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첫 해였던 2020년 26만 5000명으로 반토막 난 뒤 지난해에도 27만 6000명으로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또 다른 상인 B씨는 “여기에서 멀지 않은 지역에 잇달아 출렁다리가 만들어진 후 방문객이 크게 줄었다. 앞으로 더 감소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천장호 출렁다리는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져 전국 곳곳에 들어섰던 관광용 출렁다리의 현주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3년 1월 기준 전국의 출렁다리는 227개이고 이 가운데 72%인 164개는 2010년 이후 놓였다. 순전히 교통 용도로 쓰이는 출렁다리는 극소수이다. 대부분 관광객을 겨냥한 시설이다.

2018년 한 해 놓인 출렁다리만 20개에 달한다. 한 달에 1.6개꼴로 만들어진 셈이다. 지역별로 경북이 41개로 가장 많고 경남40개, 강원34개, 전남23개 등 순이다. 그러나 출렁다리가 ‘복붙’처럼 우후죽순 격으로 세워지면서 희소성과 차별성이 떨어져 기대했던 만큼의 관광객 유입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후발주자보다 규모가 작으면 관광객들 사이에서 금세 잊혀진다.

충남 출렁다리 중 ‘맏형’ 격인 천장호 출렁다리는 길이 207m로 2008년 개장 당시 국내 최장 타이틀을 앞세워 관광객을 끌어모으며 지역경제를 살리는 효자 노릇을 했다. 개장 3개월 만에 25만명이 찾았고 한때 연간 방문객이 100만명을 넘기도 했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서는 연간 방문객 수가 20만명대에 그치고 있다.

천장호 출렁다리의 인기가 시들해지는 사이 국내 최장 타이틀은 이웃 지자체인 예산군이 2019년 402m로 만든 예당호 출렁다리에 넘어갔다. 예당호 출렁다리가 가진 기록도 오래가진 못했다. 또 다른 이웃인 논산군이 2년 뒤인 2021년 국내를 넘어 아시아에서 가장 긴 570m 길이의 출렁다리를 탑정호에 조성했다. 재정 자립도가 10% 안팎에 불과한 지자체들이 무분별하게 출렁다리 건설 경쟁에 나섰다가 수백억원의 혈세를 낭비한 셈이다.출혈 경쟁을 벌이는 것은 케이블카도 마찬가지다. 2008년 4월 개장한 경남 통영 케이블카가 ‘대박’을 치자 너도나도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통영 케이블카 누적 탑승객 수는 개장 1년 1개월 만에 100만명을 돌파했고 지난해 10월에는 1600만명을 찍었다.

통영에 이어 전국의 산과 바다, 호수에 만들어진 관광용 케이블카는 24개에 달한다. 전국의 관광용 케이블카 41개 중 절반 이상이 최근 10여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이다. 케이블카가 난립하면서 통영 케이블카의 인기도 한풀 꺾여 연간 탑승객 수는 개장 초기 120만~130만명대에서 지난해 42만 5000명으로 줄었다.

출렁다리와 케이블카 개발 붐은 모노레일로 번졌다. 모노레일은 케이블카에 비해 설치 비용이 저렴하고 설치 기간도 짧아 지자체와 민간사업자가 선호하고 있다. 해마다 더 길거나, 더 높거나, 더 특이한 모노레일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비영업용과 스키장용을 제외한 전국의 모노레일 46개 가운데 80%가 넘는 38개는 불과 10년 사이에 만들어졌고 그 과정에서 최장 타이틀은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다 현재는 2020년 개장한 3.93㎞ 길이의 경남 함양 모노레일이 쥐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복되거나 유사한 관광 개발을 막기 위해선 관광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기구가 체계적이고 연속성 있는 계획을 수립,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상탁 경남대 관광학부 교수는 “정부가 공모 사업을 할 때 다른 지역에 없는 관광시설을 조성한다는 제안서가 올라오면 가산점을 줘 국비를 지원하는 등 지역별로 사업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류시영 한라대 문화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여행 경험이 많아질수록 지역성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찾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춘천 김정호·청양 이종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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