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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세월호 배·보상 미숙했다는데 뒤늦게 "재심의 안 된다"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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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37회 작성일 24-04-1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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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9주기를 사흘 앞둔 지난해 4월13일 오전 세월호 선체가 보존된 전남 목포시 달동 목포신항 철제부두에 노란색 추모 리본이 묶여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9주기를 사흘 앞둔 지난해 4월13일 오전 세월호 선체가 보존된 전남 목포시 달동 목포신항 철제부두에 노란색 추모 리본이 묶여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배·보상 추진과정에 문제가 있어 직권재심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국가조사기구 권고에도 정부 배·보상심의위원회가 세월호 생존자들의 직권재심의 신청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경향신문 취재에 따르면 해양수산부 산하 ‘4·16 세월호참사 배상 및 보상심의위원회’심의위는 지난 9일 제주 세월호 생존자 측에 직권재심의 신청에 대해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거부하는 공문을 보냈다.

앞서 제주 세월호 생존자 24명은 지난 2021년 12월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낸 보고서를 근거로 심의위에 직권재심의를 신청했다. 사참위는 보고서에서 “참사 당시 정부가 피해자 상황을 충분하게 고려하지 않은 채 배·보상을 추진했고 배·보상 추진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점 등을 고려해 직권재심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조사결과를 담았다.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생존자의 정신행동 장해진단은 외상사건 발생 18개월이 지나고 난 후에 진단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피해자들은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 진단 결과를 제출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생존자 등 일부 피해자들의 경우 참사 직후의 불완전한 후유장해진단서만을 근거로 배상이 이뤄졌기 때문에 배·보상을 위한 재심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해수부는 이 같은 보고서와 관련해 2022년 1월 심의위원들 의견을 들은 뒤 “관련 국가배상소송에서 판결이 확정되면 판결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위원 전원의 의견을 물어 결정하자는 의견이 다수”라고 밝혔다. 법원의 배·보상 판결 결과를 보고서 재심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었다.

이후 법원에선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잇달아 나왔다. 2023년 1월 서울고법은 국가가 참사 희생자 유족들에게 총 88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3월 같은 법원에선 참사 생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들이 잇따르자 제주 세월호 생존자들은 다시 심의위에 “직권재심의를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심의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의위가 지난 9일 생존자 측에 보낸 공문을 보면 심의위원장은 “세월호피해지원법에 따른 배상금 지급 결정이 잘못됐거나 중대하거나 명백한 하자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심의위의 배상금 지급 결정에 동의하고 배상금을 받은 때에는 민사소송법에 따른 재판상 화해가 성립돼 같은 법상 직권재심의를 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유가족들이 제기한 같은 사안에 대해 2023년 6월16일 직권재심의 불가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판결 취지 등을 검토해보겠다던 말을 뒤집고 현행 법률상 이미 배상금을 지불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배·보상 심의는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제주 세월호 생존자 측은 “‘생존자’라는 특성을 간과한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법률대리인인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생존자들은 트라우마로 정상적인 삶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고, 신체감정 결과 최소 2028년까지 후유장해가 남아있을 거란 점이 확인됐다”며 “부실한 진단서를 근거삼아 배·보상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점이 명백한데 이를 별도로 심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생존자들의 문제가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심의위가 관련된 후속 대책을 논의하지 않고 법원에 공을 떠넘기는 사이 생존자들이 받는 고통은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변호사는 “제주 세월호 생존자들이 국가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지도 벌써 3년이 됐다”며 “법원과 정부 사이에서 핑퐁 같은 상황만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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