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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 절반 우울증 위험군…의료비 지원은 끊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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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31회 작성일 24-04-15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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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0년의 기억②] 국립중앙의료원 조사 결과 유가족 49% "우울증 위험군" 미국·일본 등 해외는 참사 피해자 평생 심리 지원하는데 세월초 참사 유가족 의료비 지원 오늘 종료 유가족들, "우리는 아팠고 지금도 아프다" "의료비 지원 기한 삭제" 법 발의됐지만 국회에 계류 중 "희망을 찾는 것도, 연대활동도 진료와 병행돼야"

편집자 주
2014년 4월 16일. 우리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인파가 무너져 내린 골목에서, 화마가 덮친 물류센터와 병원에서, 물에 잠긴 지하차도에서. 여전히 안전하지 못한 현실에 부딪힐 때마다 우리는 세월호와 마주합니다. 지난 10년, 세월호 참사 이후의 흔적을 돌아보며, 앞으로도 각자의 방식으로 세월호를 기억하리라 다짐합니다
지난 13일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찾은 경기 안산에 있는 4·16 세월호 가족협의회 사무실 앞 풍경. 나채영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그새 무시된 사참위 세월호 권고…정부 이행률 8.3% 그쳐
②세월호 유가족 절반 우울증 위험군…의료비 지원은 끊겨
계속

"불면증 약을 먹어도 많이 자야 3시간이에요.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하루하루가 힘들지만 3~4월이 특히 힘들어요. 아이 생일, 참사가 발생한 날, 마지막으로 아이를 바다에서 데리고 나온 날이 다 비슷한 시기니까. 정신과 약을 한 번씩 끊어보기도 했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9년째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고故 김소정양의 어머니 김정희54씨는 새벽마다 잠에서 깬다. 10년 전 새벽 바다에서 건져 올린 딸아이의 시신을 확인했던 기억이 지금도 비슷한 시각이 되면 떠오른다. 이럴 때에는 의사가 처방해 준 수면제도 소용이 없다.

"모든 희생자 부모님들이 다 그러셔요. 죽을 때야 돼야 내려놓을 수 있다고. 약도 그때 가야 끊을 수 있다고. 약 안 드시는 분이 없어요. 저도 자살 시도도 참 많이 해봤고 약도 안 먹어보려고 많이 해봤는데 아직 해결된 것도 없고…."

2014년 세월호 참사로부터 10년이 흘렀다. 떠나간 이들을 기억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남겨진 이들을 치유하는 일이지만 피해자들은 "고통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한다.

치유는 아직인데, 지원은 끝난다.


참사 10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이날이 지나면 세월호 피해자들은 더 이상 의료비를 지원받지 못한다.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세월호 피해자지원법 시행령 제21조에 2024년 4월 15일까지 발생한 비용으로 지원 범위를 한정한다고 규정한 탓이다.

세월호 피해자를 위한 의료비 지원이 종료되는 15일, CBS노컷뉴스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피해자들에게 이뤄졌던 의료비 지원 기간이 과연 충분했는지 유가족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고통은 현재진행형… 피해자 222명 지금도 정신과 진료 받아

지난 12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 고故 지상준 군의 어머니 한지은 씨가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주보배 기자

지난 12일 서울 구로구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고故지상준군의 어머니 강지은55씨에게도 불면증은 오래된 불청객이다. 지은씨는 7년 전 봄, 우울증을 진단받았다. 오늘도 하루에 두 번 아침#x2027;저녁마다 정신과 약 여섯 알을 삼킨다. 최근에도 증상이 계속되냐는 물음에 지은씨는 주먹으로 가슴을 쳤다.

"가슴이 막 답답해서 숨을 못 쉬어요. 어떻게 설명을 해야 되지. 여기가슴에 돌 같은 게 탁 얹어진 것처럼 아파요. 또 두통이 너무 심해서 웬만한 두통약으로 듣지도 않고요."

지난해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유가족 17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49%85명가 고위험군에 속해 있었다. 유가족 두 명 중 한 명은 우울증 치료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연구를 진행한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소희 전문의는 "코로나19 때 일반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서는 치료가 필요한 중증도 이상이 20%전후로 나왔다"며 "유가족들은 일반인에 비해 2배 이상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월호 피해자들의 심리 지원을 위해 경기 안산시에 세워진 안산온마음센터에 등록한 대상자 총 889명 가운데 지난해 12월 기준 약 25%222명가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다.

안산온마음센터 정해선 센터장은 "정신과 진료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은 사람들까지 감안하면 이보다 더 많은 피해자가 진료를 받고 있을 것"이라며 "정신적 문제뿐만 아니라 신체적인 문제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나빠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3일 경기 안산시에 있는 4·16 세월호 가족협의회 사무실에서 만난 고故 권순범 군 어머니 최지영60씨는 자신보다도 함께 활동하지 않는 유가족들을 걱정했다.

"못 견디고 돌아가시는 분들도 있고, 갑자기 아파서 쓰러지는 분들도 있고…. 한 분, 두 분 가실 때마다 아 다음은 우리 차례일 수도 있다 싶고…. 우리처럼 차라리 막 소리라도 지르고 사회적으로 활동을 하면 그나마 살아요. 근데 혼자 집에서 있다 보면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수 있으니까요."

상준 엄마 지은씨 역시 아직도 치료를 거부하거나 이제 막 치료를 시작하는 피해자가 많다고 말했다.

"이제 막 증상이 나타나서 치료를 시작한 사람이 많아요. 아직도 병원 안 가고 오롯이 견디는 분들도 많고요."

전문가들은 사회적 참사로부터 비롯된 트라우마의 특성을 반영해 의료비 지원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경희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사람에 따라서 10년이라는 기간도 충분치 않은 분들이 분명히 있다"며 "세월호 참사 이후로 재난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심리적 응급처치로 일컬어지는 초기 지원은 잘 되는 편이지만 장기적 차원의 지원은 아직"이라고 진단했다.

아이 보낸 부모들, "처음엔 미안해서 치료도 못 받아"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희생자 299명 중 250명은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이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만난 유가족 중 상당수는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치료에 쉽게 나설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지난 13일 4·16 세월호 가족협의회 사무실에서 만난 고故 곽수인 양 어머니 김명임60씨 역시 처음엔 공황장애 증상이 나타나도 참으려고만 했었다.

"공황장애가 오면 우리 아이들은 더 힘들었을 텐데 조금만 참아보자고 생각했었어요. 증상이 심해지면서 그 순간에는 진짜 죽을 거 같으니까 생각이 바뀌었죠."

심지어 참사의 고통에 더해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은 사회적 혐오까지 받고 있다. 2014년 극우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 회원들의 폭식 투쟁이 대표적이다. 2022년에도 세월호 참사 8주기를 추모하는 현수막이 훼손되기도 했다.

상준 엄마 지은씨는 지금도 혐오에 노출돼 있다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안산에서 4·16생명안전공원 조성을 촉구하는 행사를 하면 그 주변에서 확성기를 든 분들이 꼭 나타나요. 세월호 납골당 반대를 외치고 유가족들을 향해 빨갱이들이라고 하기도 하고요. 그러면 머리가 아프고 숨을 못 쉬는 증상을 겪어요."

카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채정호 교수는 "자녀가 사망한 사건은 자신의 아픔은 전혀 돌보지 않고 생각하지 않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지연성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피해자들이 회복해서 사회에서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고 지금 치료를 중단하면 추후에 사회적 비용이 더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세월호 참사를 향한 막말 사태, 희생자 어묵 비하, 또 유가족들을 향한 시체 장사한다는 비난 등은 또 다른 형태의 가해로 치유를 더 더디게 만들었다"며 "트라우마는 다리 골절처럼 통상적인 치료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은 질환이기에 의료비 지원 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더 나아가 세월호 참사를 선례로 삼아 다른 사회적 참사에 대한 의료비 지급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해선 센터장은 "세월호 참사가 의료비 지급 기한 폐지의 선례가 되어 이태원 참사 등 다른 참사 피해자에게도 동등한 지원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며 "국가가 참사 피해자들에게 충분한 지원이 이뤄질 때 트라우마 회복도 빨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려 8년째 머리를 노란색으로 염색한 고故 권순범군 어머니 최지영씨왼쪽는

실제로 미국은 2973명이 사망한 2001년 9·11 테러 후 피해자들에 대한 의료지원 기한을 2090년까지로 정해 사실상 평생 지원한다.

일본에서도 1995년 고베 대지진 피해자들을 약 2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심리 지원 중이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3월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이 주도해 참사 피해자가 의료비 지원을 무제한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세월호 피해자지원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제21대 국회 임기는 다음 달 29일로 종료되기 때문에 이 개정안은 사실상 폐기될 운명에 처해 있다.

"희망과 극복, 연대… 이 모든 것은 진료와 함께 가야"

10년 동안 유가족들은 슬픔 속에만 갇혀 있지는 않았다. 진실규명, 세월호 특별법 제정 등을 위해 지난한 투쟁을 나섰다. 2022년 10·29 이태원 참사, 지난해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가족들과 연대했다.

이 과정 속에서 상준 엄마 지은씨는 투쟁과 연대 등 사회적 활동을 하려면 지속적인 진료가 전제돼야 한다고 느꼈다.

"우울을 겪으며 약을 먹고 있지만 가만히 있지 않으려고 해요. 하지만 연대활동이나 투쟁이나 다 치료와 함께 가야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주변 가족분들께 치료를 받으라고 권해요."

10년이면 충분할까. 이 질문에 수인 엄마 명임씨는 이렇게 답한다. 우리는 아팠고, 지금도 아프다고.

"우리는 계속 아파왔고 지금도 아픈데 10년 딱 지나면 짠하고 나은 게 아니잖아요.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10년 동안 나타나는 증상까지만 트라우마고 그 외의 것은 트라우마가 아니라고 이해시켜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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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주보배 기자 treasur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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