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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하차감은 아우디 아닌 도곡역"…강남 우월주의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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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66회 작성일 24-07-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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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기사
[강남 거주자 우월감 표현 극단화]
내릴 때 주변 시선 즐기는 하차감
지하철역 특성 따지며 우위 매겨
서열화 끝 부동산 계급표도 등장
"부유층 소속되려는 심리적 효과"
"젊은 세대까지 내재화해 병리적"
누가 요즘 자동차에서 하차감 느낍니까? 진짜는 지하철역이죠.


하차감이란 수년 전 자동차 커뮤니티에서 등장한 단어다. 고가 차량에서 내릴 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데서 오는 만족감을 뜻하는 용어로, 과시를 위해 국산차가 아닌 외제차를 선호하는 이들 사이에서 널리 쓰였다. "독일 3사벤츠, BMW, 아우디는 돼야 하차감이 좋다고 할 수 있다"거나 "리스 차와 차별화되는 슈퍼카의 하차감이 가장 최고"라는 식이었다.

최근 이 단어를 지하철역에 응용한 게시물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다. 값비싼 자동차에서 내릴 때와 마찬가지로, 집값이 비싼 강남 지역 지하철역에서 하차할 때 주변의 부러운 시선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강남 지역 거주를 이유로 우월감을 과시하는 모습이 인터넷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지속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SNS에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것이 과거에는 부정적으로 비쳐졌지만 이제는 오히려 선망의 대상이 되면서 이 같은 물신주의적 경향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반포역 내릴 때 우쭐해" "잠실역은 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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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진정한 하차감은 자동차가 아니라 지하철역에서 나온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글쓴이는 "요즘 누가 독일 3사 자동차에서 내리는 걸 쳐다보고 있느냐"며 "반면 지하철역은 도곡역에서 내리려 하면 저 사람 여기 사는 건가?하고 힐끔힐끔 쳐다본다"고 말했다. 이어 "잠실역이나 강남역은 많은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환승역이라서 하차감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동조하는 글도 다수 올라왔다. "하차감은 청담역도 좋은 것 같다"거나 "귀가할 때 반포역이나 잠원역에서 내리는데 난 평당 1억2,000만 원짜리 집에서 사는데 너희들은 어디로 가냐는 생각이 든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또 다른 누리꾼은 "대학생 때 대중교통을 타고 가다 내가 실제 다니는 대학보다 급이 낮은 대학 근처에서 하차하면 왠지 억울한 기분이 들었는데 같은 심리인 것 같다"며 공감했다.

이를 접한 누리꾼 다수는 "말도 안 되는 허영심에 혼란스러울 지경"이라거나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실제로 있다니 경악스럽다"며 난색을 표했다. 다만 일부는 "회사 퇴근길에도 동료가 부자 동네에서 하차하면 소문이 돌고, 학생들이 고급 주거 지역에서 내리면 금수저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느냐"며 "솔직히 공감되는 이야기"라는 반응도 보였다.

"강남 비싼 냄새"… 매년 부동산 계급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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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우월주의 표출은 지속적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청은 공식 홍보 영상에서 "건물들이 반짝반짝하고 사람들도 많잖아, 비싼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촌스럽게 건물들 좀 그만 쳐다봐, 시골에서 온 사람들 같아 보이거든" 등의 대사를 썼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강남 이외 지역 사람들을 비하·조롱했다는 항의가 빗발치자 강남구 측은 해당 영상을 비공개 전환했다.

같은 해 6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 주상복합 아파트 분양 광고도 논란을 빚었다. 해당 광고 중 "언제나 평등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당신에게 바칩니다"라는 문구가 문제가 됐다. 광고를 접한 시민들 사이에서 "상류층의 우월주의를 자극하고 서민에게는 박탈감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항의가 거세지면서 아파트 홈페이지 서버가 다운됐고 결국 해당 광고 문구는 삭제됐다.

거주 지역을 계급화하는 현상이 심해지면서 부동산 계급표도 등장한 지 오래다. 수년 전부터 매년 초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동산 평당 실거래가에 근거해 거주지역 등급을 9개로 나눠 매긴 표가 만들어져 떠돈다. 여기서도 강남·서초구 등 강남 주요 지역은 항상 1등급으로 분류되곤 한다.

"젊은 세대도 특권층 소속감… 사회병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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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차감이란 표현에 나타나는 우월감은 부유층에 대한 소속감에서 나온다.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강남에 오래 거주한 계층이 아니더라도 잠시 머무르거나 근처 역에 하차하는 행위만으로 일종의 소속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정 제품·재화를 소비함으로써 비슷한 제품을 소비하는 집단에 속한 것 같은 환상을 느끼는 파노플리 효과의 일종으로도 볼 수 있다.

이런 인식은 세대를 거듭할수록 더 강해지고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통상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의 가치를 부정했던 것과 달리, 2000년대생 이후부터는 기성세대의 수직적 계급의식을 내재화하고 있다"며 "그 결과 부유층에 대한 선망과 우월주의가 비례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 역시 "예전에는 부유층에 대한 선망을 드러내는 게 유치하고 부적절하게 여겨졌다면 이제는 어떤 수단을 통해서든 같은 부류로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더 강하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가 사회적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부동산이 거주가 아니라 투자의 개념으로 확대된 데다 집 소유에 대한 욕구가 강한 특징이 있다"며 "이런 상황에 거주지역에 계급까지 나누는 일은 공동체 의식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낳는다"고 경고했다. 하 평론가 역시 "젊은 세대마저 거주 지역에 대한 우월감을 드러낸다는 건 사회병리적"이라고 진단했다.

물질적 가치를 가장 우선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바뀌지 않으면 이런 현상은 계속될 수 있다. 임 교수는 "과거 산업사회에선 재화만을 중요 가치로 여겼지만 오늘날은 환경·인권·자아실현·건강 등 추구할 만한 다른 가치가 많다"며 "여러 바람직한 가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소속감을 찾으려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육의 역할도 중요하다. 하 평론가는 "학교 교육에서부터 계급 서열화를 내재하지 않도록 교육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오히려 주입시키는 풍조가 강하다"며 "교육 현장, 방송·언론 등에서부터 서열화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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