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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버린 부모·불효자 유산 못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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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50회 작성일 24-04-2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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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시대상 반영 상속제 47년만에 수술


자식 버린 부모·불효자 유산 못 받는다

가수 고故 구하라 씨가 사망하자, 20년 넘게 연락을 끊었던 친모가 유산을 받아갔다. 천안함 피격 사건으로 순직한 장병의 친부도 자식과 20년 넘게 연락 없이 살았지만 보상금으로 1억원을 받아갔고, 아들이 숨지자 54년 만에 나타난 친모도 사망보험금 중 3억원을 받아갔다.

이들이 본인 몫의 상속권을 요구한 법적 근거는 ‘유류분’ 제도였다. 유류분 제도란 고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유족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유산 비율을 말한다. 고인이 제3자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주겠다고 유언을 해도, 배우자·직계비속·직계존속과 형제자매 등은 본인 몫의 유류분만큼은 받을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47년 만에 이 유류분 제도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일부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 폐지하고, 일부는 법을 고쳐야 한다고 결정했다. 양육과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았거나, 부모를 버리거나 학대한 패륜적 불효자까지 상속받는 것은 국민 법 감정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달라진 시대상 반영한 헌재=26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달라진 시대상이 자리 잡고 있다. 유류분 제도가 도입된 1977년에는 가부장제와 남아선호 사상이 심했다. 장남에게만 재산을 몰아주는 경향이 강했고, 상속에서 배제된 여성과 미성년자는 경제적으로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지는 일이 잦았다.

유류분 제도는 이를 막기 위해 도입됐지만 지금은 오히려 ‘자식 떠난 부모’, ‘부모 버린 패륜아’의 상속권 문제가 더 커졌다. 헌재 결정에는 이러한 문제의식이 영향을 미쳤다. 헌재는 “피상속인고인에 대해 패륜적 행위를 일삼았는데도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반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지금도 유류분 제도 자체의 정당성은 인정된다고 봤다. 헌재는 “아직 모든 세대와 지역에서 남녀평등이 완전히 실현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족의 생존권과 가족의 연대를 유지하기 위해 유류분 제도 자체는 필요하다고 했다. 단, 양육 또는 부양 의무를 다 하지 않은 이는 배제하는 것이 맞다고 결론 내렸다.

▶형제·자매 유류분은 단순 위헌=헌재는 형제자매에게 법정상속분의 3분의 1을 보장한 부분에 대해서는 단순위헌 결정했다. 이로써 이 조항은 즉시 효력을 잃었다.

헌재는 “형제자매는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가 거의 인정되지 않는데도 유류분을 보장할 타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제도가 도입됐을 때에는 인구의 40%가 농민으로 대가족이 함께 농사를 짓다 보니 가족재산의 개념이 존재했지만 이젠 그 재산의 의미가 달라졌다고 봤다.

헌재는 “가족 재산의 개념이 사라지고, 가족구조도 부모와 자녀로만 구성되는 핵가족 제도가 보편화됐다”고 밝혔다. 나아가 헌재는 유류분 제도에 관한 외국의 입법례를 살펴봐도, 독일, 오스트리아, 일본 등에서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부연했다.

▶자녀·배우자·부모 유류분은 헌법불합치=헌재는 자녀·배우자·부모의 유류분을 규정한 조항에 대해선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패륜 등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선 유류분을 상실할 수 있다는 취지다. 헌법불합치란 법률 공백에 따른 혼란을 우려해 한시적으로 국회가 법을 개정할 때까지 효력을 유지하는 결정이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유류분 상실 사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아 헌법불합치라고 판단했다. 이로써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헌재는 2025년 12월 31일까지 법을 개정해 상실 사유를 추가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상속인이 무조건 유류분을 요구할 권리, 유류분 산정 시 부양 등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는 것 등을 문제 삼았다. 헌재 결정 취지에 따라 개정안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패륜적 상황에 유류분을 상실하는지, 고인을 생전에 잘 모신 ‘효자’는 기여분을 얼마만큼 받을지 등에 대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헌재 관계자는 “유류분 제도의 정당성과 구체적 조항의 합헌성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시한 최초의 결정”이라며 “유류분 제도는 오늘날에도 유족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가족 연대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을 선언하고 입법 개선을 촉구한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안세연 기자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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