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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도난 불화 사들여 17년간 은닉한 前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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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62회 작성일 24-04-2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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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은사 ‘신중도’ 600만원 매입

1심서 징역형 집유 선고받아


도난당한 문화재를 사서 17년간 창고에 숨겨온 전직 박물관장에게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부장판사 한성진는 23일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된 권모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권 씨는 1990년대 초반부터 2010년대 후반까지 서울에서 한 사립박물관을 운영해왔다. 권 씨는 2000년 11월 상인을 통해 그림 한 점을 600만 원에 사들였는데, 이 그림은 같은 해 10월 전남 구례군의 천은사 도계암에서 도난당한 ‘신중도神衆圖’였다. 권 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박물관 인근 무허가 주택을 연구실로 변경 등록한 뒤 이곳에 2017년 5월까지 신중도를 보관해왔다.

신중도는 1987년에 제작된 국가유산청 지정 일반 동산문화재다. 화폭이 가로 192cm, 세로 126cm로, 제석천 위태천을 역삼각형으로 배치해 역사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아 왔다. 권 씨는 2014년과 2016년에 각각 도난 문화재 사건에 연루돼 수사를 받았는데, 당시엔 신중도가 발견되지 않았다. 나중에 수사기관에 적발돼 신중도는 조계종에 환부됐다.

권 씨는 재판에서 “신중도가 도난 문화재인 줄 모르고 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권 씨가 관련 문화재에 해박한 지식과 전문적 식견을 갖춘 만큼 이 주장이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특히 그림을 구매할 당시 문화재의 출처를 알 수 있는 부분만 의도적으로 훼손된 상태였음에도 취득 및 판매 경위에 대해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현금이나 수표를 사용해 구매한 점에 주목했다.

권 씨는 해당 그림을 은닉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박물관의 창고에 정상적으로 보관한 것일 뿐 은닉한 것은 아니었다”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해당 시설에 문화재 손상을 막기 위한 별도 설비가 없었던 만큼, 권 씨가 해당 문화재를 발견하기 어렵게 숨겼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문화재 절도 범행을 적극적으로 유인하거나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권 씨는 1심 판단에 불복해 항소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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