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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오지 마시오"…42년만의 위령제에 눈물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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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90회 작성일 24-04-26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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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1982년 의령 궁류면 우순경 총기사건... 4.26 위령탑 제막 후 위령제 진행

[최은준, 윤성효 기자]

26일 경남 의령군 궁류면 평촌리에서 열린 ‘우순경 총기 난사사건’ 위령탑 제막, 위령제.
ⓒ 최은준

26일 경남 의령군 궁류면 평촌리에서 열린 ‘우순경 총기 난사사건’ 위령탑 제막, 위령제.
ⓒ 최은준



"엄마. 사실 저 고향 궁류에 오는 게 무서웠어요. 엄마와의 추억이 많았던 이곳에 오게 되면 내가 무너질까봐, 살아갈 힘이 없어질까봐, 너무 무서워서 와 보지도 못했어요. 돌이켜 보면 부모 없는 세상에서 기댈 곳 없이 먹고 살기 바빠서 엄마를 마음껏 그리워하지도 못했던 것 같아요."

42년 전 벌어졌던 경남 의령군 궁류면 우순경 총기 난사사건 때 어머니를 잃었던 전도연62씨가 "보고 싶은 우리 엄마에게"라는 제목의 편지를 낭송하자 현장은 눈물바다가 되었다.

26일 오전 의령군 궁류면 평촌리에 조성된 4·26 추모공원에서 위령탑 제막에 이어 열린 위령제에서 전도연씨가 편지를 읽었다. 김씨는 "엄마, 잘 지내시지요. 엄마의 작은 딸 도연이에요. 어느듯 엄마 없는 4월 봄날이 벌써 마흔 두 번째나 지나가네요.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었습니다. 하루 아침에 엄마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정말 믿기지 않았습니다"라고 했다.

당시 어머니는 마흔 아홉 살이었고 자신은 스무살이었다고 한 김씨는 "갓 고등학교 졸업하고 사회생활 시작할 때였어요"라며 "그 일이 있기 며칠 전 엄마는 쑥떡을 해서 회사에 면회를 오셨지요. 환하게 웃으며 작은 딸 먹이려고 새벽부터 떡을 해오신 엄마의 마지막 모습이 아직도 가슴에 새겨져 잊혀지질 않네요.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며 우리 엄마 얼굴 더 많이 봐둘 걸 그랬어요"라고 했다.

김씨는 "엄마. 우리 오남매는 다 결혼해서 아들딸 낳고 잘 살고 있어요. 하지만 늘 엄마의 빈 자리가 그리워요. 엄마가 살아계셨으면 손주들 재롱도 보시고 이 따뜻한 봄날 엄마랑 같이 꽃구경도 실컷 했을 텐데요. 얼마나 좋아했을지 생각하면 지금도 한없이 가슴이 아려옵니다"라고 했다.

"그래도 오늘만큼은 엄마를 보러 용기 내어 와 봤어요"라고 한 김씨는 사진 한 장을 들어 보이면서 "엄마 이 사진 기억하세요. 얼마 전 앨범에서 엄마랑 둘이 찍은 사진을 보고 하염없이 울었네요. 우리 집 앞 벚꽃나무 아래서 엄마랑 저랑 둘이 찍은 사진이에요. 사진 속 우리 엄마 여전히 예쁘고 그립고 보고 싶네요"라고 했다.

그동안 고향을 찾아오기가 힘들었다고 한 막내딸은 "다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어요. 세월이 많이 흘러 무뎌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가봐요. 엄마 오늘은 실컷 엄마 생각하고 울고 또 보고 싶어 할래요"라고 했다.

전도연씨는 "엄마 42년 동안 벚꽃 피는 4월은 저에게 슬픈 봄이었는데, 이제는 4월이 기다려질 것 같아요. 엄마 내년 4월에도 엄마 보러 올게요. 여기 따뜻한 곳에서 엄마 좋아 하시는 꽃 보며 편히 쉬고 계세요. 매일 보고 싶은 우리 엄마. 우리 또 만나요. 사랑합니다"라며 인사했다.
26일 경남 의령군 궁류면 평촌리에서 열린 ‘우순경 총기 난사사건’ 위령탑 제막, 위령제.
ⓒ 최은준

26일 경남 의령군 궁류면 평촌리에서 열린 ‘우순경 총기 난사사건’ 위령탑 제막, 위령제.
ⓒ 최은준

26일 경남 의령군 궁류면 평촌리에서 열린 ‘우순경 총기 난사사건’ 위령탑 제막, 위령제.
ⓒ 최은준

26일 경남 의령군 궁류면 평촌리에서 열린 ‘우순경 총기 난사사건’ 위령탑 제막, 위령제.
ⓒ 최은준


오태완 군수, 김부겸 당시 총리 만나 추모공원 조성 건의

의령 우순경 총기난사사건은 1982년 4월 26일, 경찰관 우범곤이 당시 근무하던 궁류지서의 무기고에서 총과 수류탄을 들고 나와 마을 주민을 향해 무차별 난사해 56명이 숨지고 34명이 부상을 입었던 비극을 말한다.

당시 우범곤은 동거인과 말다툼을 벌인 뒤 흥분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궁류면 운계, 압곡, 토곡, 평촌리 4개 마을이 피해를 입었다.

의령 궁류 총기사건이 발생한 지 42년 만에 희생자와 유가족의 한을 달래줄 첫 추념 행사가 열린 것이다. 유가족과 주민, 오태완 군수와 경남도, 군청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위령탑 제막과 제례를 시작으로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는 공연과 살풀이춤, 장사익씨의 추모공연이 이어졌다.

집집마다 희생자들이 나왔고 살아남은 주민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사건이 일어난 지 42년이나 지났지만 유가족과 주민들에게 공권력은 여전히 두렵고 불편한 존재로 남아있다. 경찰에 의해 벌어진 범죄인데도 당시 경찰은 소극적인 수사대응 태도로 마을 사람들의 분노를 샀다. 이날 추모행사에도 유가족의 요청으로 경찰은 초대받지 못했다.

당시 전두환정권은 보도 통제로 철저하게 이 사건을 덮었고, 이후 민관 어디에서도 추모행사 한번 열지 못한 채 안타까운 42년이 흘렀다.

열아홉살 생때같은 아들을 잃은 전병태씨와 유가족은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고 슴플을 나눌 수 있도록 추모비 건립을 요구해 왔다. 2018년에는 전병태씨가 직접 3000명의 동의를 받아 경남도에 민원을 넣고 2021년에는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위령비 건립을 바라는 국민청원이 잇따랐다.

그해 12월 오태완 군수가 김부겸 당시 국무총리를 직접 만나 추모공원 건립을 건의한 뒤 추진위원회가 구성되고 추모공원 건립 확정 단계에 이르렀다.

의령군은 2022년 행정안전부로부터 7억 원의 국비를 지원받고 도비 2억과 군비 21억 원을 합쳐 추모공원을 건립했다.

위령탑엔 추모희생자의 넋을 추모, 위로유가족 위로, 의지비극적인 죽음을 되풀이 않겠다는 의지의 세 가지 뜻을 품은 디자인이 담겼다. 위령탑 비문에는 희생자 이름과 사건의 경위, 건립취지문을 새겨 기록했다.
▲ 의령 우순경 총기 사건 42년만에 첫 위령제 ... "눈물 바다" 의령군은 26일 궁류면 평촌리 4.26추모공원에서 위령탑 제막식과 위령제를 열었다. 기획 : 윤성효, 촬영-편집 : 최은준 ⓒ 최은준


유족대표 전원배씨는 "오태완 군수께서 애를 많이 쓰셔서 고맙다. 오늘 행사로 한이 다 풀리겠느냐만은 그래도 42년만에 위령제를 열어서 한이 조금은 풀린다"라고 말했다.

위령제에 참석한 한 군민은 "당시 피해자가 너무 많아 장례를 궁류면 자체에서 다 해결 못해서 의령군 각 마을마다 3~4명씩 차출해서 장례를 치렀다. 그땐 마음이 너무 참담했지만 42년만에 오늘 위령제를 여니 마음이 조금은 나아진다"라고 했다.

오태완 의령군수는 "오랜 시간 말로 다 할 수 없는 비통함을 가슴에 감추고 고통을 견디어 온 유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특히 이 사건은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이 저지른 만행으로 반드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오 군수는 "억울하게 고통받은 분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명예를 회복해 줘야 한다. 이것은 국가가 해야 할 도리이자 의무이다"라고 말했다.
26일 경남 의령군 궁류면 평촌리에서 열린 ‘우순경 총기 난사사건’ 위령탑 제막, 위령제. 전도연씨.
ⓒ 최은준

26일 경남 의령군 궁류면 평촌리에서 열린 ‘우순경 총기 난사사건’ 위령탑 제막, 위령제. 오태완 의령군수.
ⓒ 최은준

26일 경남 의령군 궁류면 평촌리에서 열린 ‘우순경 총기 난사사건’ 위령탑 제막, 위령제.
ⓒ 최은준

26일 경남 의령군 궁류면 평촌리에서 열린 ‘우순경 총기 난사사건’ 위령탑 제막, 위령제.
ⓒ 최은준

26일 경남 의령군 궁류면 평촌리에서 열린 ‘우순경 총기 난사사건’ 위령탑 제막, 위령제.
ⓒ 최은준

26일 경남 의령군 궁류면 평촌리에서 열린 ‘우순경 총기 난사사건’ 위령탑 제막, 위령제.
ⓒ 최은준

26일 경남 의령군 궁류면 평촌리에서 열린 ‘우순경 총기 난사사건’ 위령탑 제막, 위령제.
ⓒ 최은준

26일 경남 의령군 궁류면 평촌리에서 열린 ‘우순경 총기 난사사건’ 위령탑 제막, 위령제.
ⓒ 최은준

26일 경남 의령군 궁류면 평촌리에서 열린 ‘우순경 총기 난사사건’ 위령탑 제막, 위령제.
ⓒ 최은준

26일 경남 의령군 궁류면 평촌리에서 열린 ‘우순경 총기 난사사건’ 위령탑 제막, 위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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