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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행 부르는 일방통행 헬게이트…표지판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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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58회 작성일 24-07-0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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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부근의 일방통행로. ‘일방통행, 보행자 우선도로’라는 글이 쓰여 있지만, ‘일방통행’이라는 글자가 지워진 상태다. 100∼200m를 이동하니 ‘일방통행’ 글자를 알아볼 수 있는 지점이 나왔다. 이수안 교육연수생

“빵∼” 서울 양천구 목동동로의 한 교차로에서 경적 소리가 울렸다. 우회전하려다 머뭇거리는 택시 뒤로 직진 차량이 답답하다는 듯 세차게 지나갔다. ‘일방통행’과 ‘양방향 통행’이 어지럽게 교차하는 구간이었다. 학원 차량을 운전하며 이 도로를 운전한다는 정아무개65씨는 “일방통행 도로였다가 양방향 도로가 나오니 순간 ‘잘못 길을 들었나’하며 주춤하는 차를 많이 봤다. 반대로 양방향 운전자가 좌회전이 금지된 일방통행로로 진입하다가 멈춰서는 경우도 종종 봤다”며 “운전기사인 나도 적응하는 데 1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지난 1일 밤 시민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가 일방통행로에서 벌어진 탓에, 아직 규명돼야 할 사고 원인과 무관하게 ‘불친절한 일방통행로’의 위험성 자체에도 관심이 모인다. 서울시와 경찰은 시내 일방통행로 분석·점검에 나섰다. 경찰청 관계자는 5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사고가 벌어진 곳이 일방통행로였던 만큼, 일방통행로 현황을 파악하고 점검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도 서울 시내 일방통행도로 전수조사에 나설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사고가 난 서울 중구 시청역 부근의 북창동 먹자골목길 사진. 왼쪽 도로가 일방통행로라, 오른쪽 도로에서 진입할 경우 ‘우회전 진입금지’ 표시가 있어야 하는데도 아무 표식이 없다. 조승우 교육연수생

이날 한겨레가 일방통행로가 있는 서울 목동·신촌·시청 주변 등 3곳을 살펴보니 교통 표지판이나 노면 표시 식별이 어려워 역주행을 하거나 접촉사고가 우려되는 길은 흔히 보였다. ‘악명 높은’ 양천구 목동 일대 일방통행로들의 경우 골목으로 진입하는 구간마다 일방통행의 방향이 달라 당황스럽다는 평이 다수였다. 이곳은 ‘운전자 멘붕시키는 목동 헬게이트’, ‘택시기사들도 두려워한다는 목동 자동차도로’라며 누리꾼들 사이에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자칫하면 30∼40분간 한 도로를 맴돌 수 있다는 후기도 있다.



직접 차를 타고 오목교역 근처 일방통행로를 돌아보니, 교차 구간마다 교통 표지판으로 진입 금지 표시가 돼 있지만 거리 표시가 혼란스러워 진입 금지 구간을 혼동하기 쉬웠다. ‘50m 진입 금지’ 표시를 진입 가능 구간부터 표시하는 식이다. 교통사고분석시스템을 보면, 지난해 이 도로의 교차 구간에서만 75건의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면도로의 일방통행로들은 사정이 한층 심각했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주변 도로는 일방통행로와 양방향 도로 구간 자체를 구분하기 쉽지 않았다. 교통 표지판이 제대로 설치돼있지 않고, 노면 표시조차 지워져 있는 탓이다. 교차로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한아무개44씨는 “전봇대 앞에 일방통행 안내 표지판이 있었는데 없어졌다. 일방통행이 어디부터인지 헷갈리는 분들을 꽤 봤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 8년간 배달 일을 해온 하아무개37씨도 “처음 온 분들은 헷갈려서 배달하기 힘들다고 한다. 표지판이 있긴 한데 작아서 잘 안 보인다”고 말했다. 시민 김아무개82씨는 “여기서 운전하다가 일방통행로로 잘못 진입해서 딱지를 떼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의 한 일방통행로의 일방통행 및 좌회전 금지 표지판. 인근에 오래 거주한 한 시민은 4차선의 넓은 도로라 표지판을 식별하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김가윤 기자

지난 1일 사고가 벌어진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도 사정은 비슷했다. 사고 현장 주변인 북창동 먹자골목 길에서 만난 박아무개26씨는 “한두 달 전 교차로를 지나는데 일방통행이나 진입 금지 표시가 없어 짧게나마 역주행을 한 적이 있다”며 “밤이라 더 헷갈렸다. 속도가 높지 않아 다행이지 정말 아찔했던 순간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 이후 일방통행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역주행이나 추돌의 위험이 있는 도로의 경우 표식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박사는 “일방통행로는 도로 흐름에 도움을 주지만, 표시가 제대로 돼 있지 않으면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며 “처음 가는 운전자도 바로 알 수 있을 정도의 명확한 표시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이수안·조승우 교육연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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