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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칠십 둘, 또래들과 국수 팔며 삶의 낙 얻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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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33회 작성일 24-04-20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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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천편일률적인 사업에서 벗어나 톡톡 튀는 시책으로 주민들의 행복도를 높이려는 광주·전남 지방자치단체의 새로운 도전을 살펴보는 우리 동네 히트 상품 기획시리즈로 마련했다.


quot;내 나이 칠십 둘, 또래들과 국수 팔며 삶의 낙 얻고 있죠quot;

광주 서구 양동전통시장 천원국시 1호점에 근무하는 박순자 어르신 모습. /뉴스1DB ⓒ News1 이수민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우린 다른 노인네들이랑 달라. 밝고 즐겁고 행복하잖아."


지난 17일 오전 광주 서구 양동시장에 위치한 천원국시 1호점에서 만난 박순자 어르신72·여이 밝고 활기찬 모습으로 육수를 젓고 있다.

희끗희끗 흰 머리 위로 두건과 눈가에는 짙은 주름. 국자를 들고 있는 손도 곳곳 성한 곳이 없다.

이 곳 가게의 직원들은 전부 박 씨 또래 어르신들이다. 하지만 우리가 길에서 보는 평범한 어르신과는 다르다.

뭔가 화가 나 있고 우울해 있는 모습이 아닌 상냥하고 즐거운 표정의 어르신들. 손님을 맞이하면서도 "고마워용~" 콧소리 섞인 인사를 하고 힘들지도 않은지 업무 내내 호호호 웃음 소리가 가득하다.

양동천원국시는 서구가 광주서구시니어클럽과 함께 노인일자리 창출과 양동시장 활성화를 위해 추진한 사업이다. 근무하는 사람들은 전부 사회 은퇴자 즉 노인들이다.

양동시장 수산물동 입구에 위치한 양호경로당 일부 공간을 식당으로 새단장해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재료소진시까지 하루 100그릇의 국수를 한정 판매한다.

만 50세 이상, 양동시장 당일 이용 영수증 소지자는 국수 한 그릇을 단돈 1000원에 먹을 수 있다. 이외 주민들은 3000원에 이용 가능하다.

2호점은 풍암동 3호점은 화정4동, 4호점 상무1동, 농성2동에 벌써 5호점까지 가게를 늘렸다.

양동시장은 시장 활성화라는 특징이 있고 나머지 가게는 원룸 밀집지역, 청소년 꿈터, 독거노인 밀집 세대 등에 위치해 서구 곳곳에 소외된 이들을 돕고 있다.


천원국시 직원들이 김이강 광주 서구청장과 고경애 광주 서구의장에게 업무를 안내하고 있는 모습.광주 서구 제공 /뉴스1DB




1호점 반장인 박순자 어머니는 지난해 3월부터 근무한 오픈 멤버다. 농성동에 사는 박 씨는 우연히 이 사업을 알게 돼 참여하면서 자신의 노년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젊었을 적 중고교에 기자재를 납품하는 회사를 다녔던 박 씨는 일평생 제대로 쉬어보지 못 하고 자식들을 위해서만 살았다.

5년 전 퇴사하고 집에서 처음 쉴 때는 편하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평생을 일하고 살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헛헛하고 우울하기 일쑤였다.

집에서 텔레비전 드라마 만 보고 퇴근하고 돌아오는 가족들 만을 기다리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런데 시니어클럽의 도움으로 일주일에 3회, 매일 3시간, 천원국시에서 일한 이후로는 하루에 웃을 일도 많아지고 즐거움도 늘어났다.

임금은 겨우 최저 수준이지만 매일 함께 근무하는 15명의 또래 직원들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하고 손님들 이야기도 하니 너무 기쁘다는 게 박 씨 설명이다.

박순자 어르신은 "엄청 중요한 이야기도 아니다. 어디 병원이 진료를 잘 본다더라, 요 앞에 꽃이 예쁘게 폈다더라 이런 이야기를 할 뿐인데 살아있는 것 같더라. 우울한 것도 없고 너무 힘이 난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9일 광주 서구 양동시장 천원국시 개소식에서 참석자들이 국수를 맛보고 있다. 광주 서구 제공 2023.3.9/뉴스1 ⓒ News1




기억에 남는 손님도 있다. 천원국시를 매일 같이 찾았던 50대 부부가 그 주인공이다. 아내가 휠체어를 탄 장애인인데 남편이 휠체어를 끌고 와 국수를 숟가락에 올려 늘 음식을 먹여주곤 했다.

박 씨는 "요즘 이상하게 그 부부가 잘 오지 않아 걱정이 된다"며 "참 천원국시 사업이 좋은게 요즘은 고독사하는 일도 많지 않냐. 이렇게 자주 오는 사람들이 안 오면 이상한 걸 우리가 바로 아니까, 한 번 구청에 이야기해서 가보라고 할 수도 있고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도 노인이니까 서로를 살피고 소외된 사람없이 이웃을 얻어가는 것 아니겠냐"며 "매일 여기 오는 것이 힘들지 않고 즐겁고 보람된다. 손님들이 맛있다는 이야길 하면 유난히 더 힘이 나더라. 안 아프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이 곳에서 일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시니어 클럽 어르신들의 소망은 다가오는 여름 전 함께 여행을 가는 것이다. 어디 먼 곳을 다녀오진 못 하더라도 하루 퇴근 후 나들이를 가 추억을 쌓고 싶다고 했다.

박 씨는 "아직 놀러간 적은 없지만 맨날 여기만 있으니 아쉬운 건 사실"이라며 "젊은 사람들도 회사에서 야유회 가지 않냐. 우리도 야유회 가서 추억을 만들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brea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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