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해외선 설탕꿀인데…한국만 식품 인정하는 사양벌꿀 [꿀 없는 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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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효상 기자 사양벌꿀사양꿀이 국내에서만 식품으로 인정받아 유통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유럽연합EU, 일본 등은 벌꿀류 중 ‘사양꿀’을 별도의 식품 유형으로 정하고 있지 않다. 식약처는 이를 검토하고도 지난 2016년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 규정을 신설하며 사양꿀을 식품으로 인정했다. 사양꿀은 사람이 인위적으로 벌에게 설탕을 먹여 만든 꿀을 말한다. 제품으로 유통할 땐 ‘꿀벌이 설탕을 먹고 저장해 생산한 꿀’이라는 문구를 12포인트 크기 글자로 명시해야 한다. 사양꿀은 천연벌꿀과 달리 건강 보조 효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를 소비자가 혼동하지 않도록 표기를 의무화했다. 식약처가 규정 신설 당시 해외사례를 검토한 결과 사양꿀을 식품으로 판매하는 나라는 한국 뿐이다. CODEX의 ‘벌꿀에 대한 규격CODEX STANDARD FOR HONEY’이나 EU의 ‘꿀에 대한 라벨링 규정EU labelling rules for honey’에는 벌꿀을 ‘화밀이나 식물의 분비물로부터 꿀벌에 의해 생산되는 천연의 단 물질’로만 규정하고 있다. 사양꿀은 ‘벌꿀’로서 인정하지 않는 셈이다. 식약처는 사양꿀을 식품으로 인정한 이유에 대해 “꽃이 피지 않는 겨울철 등 시기에 벌의 생존을 위해 일부 설탕을 먹여 키우는 것이 불가피한 국내 환경적 특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사양꿀 생산이 꿀벌의 수명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꿀벌은 밀원식물꿀샘식물의 화밀과 화분에서 각각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공급받아 면역력을 강화한다. 하지만 설탕물 사료에는 미네랄, 아미노산, 효소, 당분 등 밀원식물에 있는 필수 영양분이 없다. 설탕물을 자주 급여하게 되면 꿀벌은 필수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한다. 면역력이 약해진 꿀벌은 기생충인 응애, 농약, 살충제, 말벌 등 피해에 더욱 취약해진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에서도 설탕물 급여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지난 2009년 ‘양봉 사료의 개발 방향’을 연구한 바 있다. 해당 연구논문에는 “설탕물 제조 공정에서 필연적으로 함유되는 회분과 색소가 꿀벌에게 해를 줌으로써 사료 효율이 적고 부작용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포도당이 많아 벌집에 저장된 상태에서 쉽게 결정 돼 겨울 동안 꿀벌이 먹지 못해 월동에 실패하는 경우도 발생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문가들도 설탕물 급여가 꿀벌의 면역력 저하와 수명 단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철의 안동대 식물의학과 교수는 “꿀벌에게 설탕물을 주 사료로 공급할 경우 수명과 활동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최용수 국립농업과학원 양봉생태연구관은 “꿀이 나오는 시기에 벌들의 바이러스·질병 검사를 하면 진단이 안 된다. 그만큼 꿀이 천연 항생제 역할을 잘해주는 것”이라며 “단순 당인 설탕엔 좋은 미네랄 성분이 없다. 꿀벌 건강에 좋지 않은 건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승환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곤충학 교수 역시 “꿀벌에 설탕물을 주로 급여한다면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 다만 “우리가 꿀벌에게 천연벌꿀을 뺏었기 때문에 설탕을 주지 않게 되면 굶어죽을 수 있다”며 “설탕이 일부 함유됐다고 해서 버리기는 아깝지 않나. 규격 기준과 검증기관이 있기 때문에 설탕물을 급여했다고 표시해 판매하는 것이 맞다”고 전했다. 송인택 한국꿀벌생태환경보호협회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사양꿀을 합법화한 양봉정책으로 인해 늦가을까지 사양꿀 생산에 꿀벌이 동원되곤 한다”며 “꿀벌에게 사양꿀 생산을 강요하거나 월동식량을 만들도록 늦가을까지 설탕물을 계속 공급할 경우 영양 부족과 과로로 꿀벌의 수명은 크게 단축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사양꿀이 소비자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의견도 있다. ‘벌에게 설탕을 먹여 만든 꿀’이란 설명을 작은 글씨로 표기해 눈에 잘 띄지 않다보니 천연벌꿀과 사양꿀의 차이점을 모르는 소비자들이 천연벌꿀로 오인할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이다. 실제 천연벌꿀과 사양꿀은 맛으로는 구별이 어렵고 탄소동위원소측정법을 이용해 판별해야 한다. 구분이 어려운 점을 이용해 사양꿀을 천연벌꿀로 속여 판 업체들이 지난 2022년 식약처에 적발되기도 했다. 천연벌꿀 시장이 움츠러들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사양꿀 규정 신설 당시 일부 양봉단체에선 양봉농가가 사양벌꿀 생산에 집중해 천연벌꿀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정철의 교수도 “한국을 제외하고 사양꿀이 양성화 된 나라는 거의 없다. 대부분 국가는 사양꿀 유통을 금지한다”며 “국제식품규격상 사양꿀은 식품으로 규정해선 안 되는데, 국내에선 산업계 요구에 따라 결정됐다. 생산 단가가 낮은 사양꿀이 값싼 가격으로 공급되면 천연벌꿀을 생산하는 농가가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사양벌꿀이라는 명칭은 잘못된 명칭이다. 소비자들이 천연벌꿀이라고 오인할 소지가 크다”고도 덧붙였다. 반면 이승환 교수는 “소비자들이 색깔이나 맛으론 천연벌꿀과 사양꿀을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표기하게 돼 있다”며 “명칭을 바꾸기 보단 사양꿀은 설탕이 일부 함유됐다고 소비자들에게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은 “외국에서는 벌꿀로 인정하지 않는 설탕물꿀까지 사양벌꿀이라는 상표로 벌꿀로 인정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국내 밀원이 충분히 확보되고, 나아가 천연벌꿀 생산으로 양봉산업 자체의 국가경쟁력 확보 및 양봉농가 소득 증대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은빈, 최은희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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