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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쳐다봐" 술 마시다 붙은 시비…커터칼로 대학생 살해[뉴스속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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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57회 작성일 24-07-04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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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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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 칼을 맞은 A씨가 앞으로 쓰러진 현장이 찍힌 CCTV 영상/사진=온라인 갈무리

술집에서 우연히 마주친 낯선 이가 건 시비에 휘말렸던 20대 대학생은 2시간만에 처참하게 살해됐다. 방학을 맞아 안동에 놀러 갔다가 당한 변이었다. 가해자의 살해 동기는 단순했다. 기분 나쁘게 쳐다봐서 그뿐이었다.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가해자 측이 벌인 농간으로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 채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 피해자 일행이 가해자를 먼저 시비를 걸고, 3시간 가까이 끌고 다니며 폭행했다, 옷도 벗겼다 등의 루머였는데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유가족들과 피해자들은 얼굴 모르는 이들로부터 2차 가해를 당했다. 심지어 죽어도 싸다라는 반응까지 나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시작된 근거 없는 소문에 피해자 일행과 유가족들이 2번 울어야 했던 사건이다.



"왜 쳐다봐" 술 마시다 붙은 시비가 인명 피해로



사건은 2년 전인 2022년 7월4일, 새벽 2시30분경 발생했다.

고향이 포항인 23세 대학생 A씨는 대학교 친구들과 함께 방학을 맞아 경북 안동으로 수상레저를 즐기러 놀러 온 상태였다. A씨와 친구 등 5명 일행은 하루 일정을 마치고 경북 안동시 옥동 인근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날짜가 3일에서 4일로 바뀐 0시25분, A씨 일행은 같은 술집에서 지인을 기다리면서 술을 마시던 김모씨21와 시비가 붙었다. 김씨가 A씨 일행에 "왜 쳐다보느냐"며 먼저 시비를 걸었다.

김씨는 앞서 같은해 3월, 동일한 장소에서 다른 손님들에게도 고의로 어깨를 부딪치는 등 마찰을 일으킨 적이 있는 인물이었다. 재판 과정에서 김씨가 과거 미성년자 시절, 범죄를 저질러 여러 차례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술 마시고 붙은 시비는 결국 몸싸움으로 이어졌다. 김씨와 함께 있던 여성 지인이 지속적으로 김씨를 말렸지만, A씨 일행에 시비거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1대5의 싸움, 시비는 먼저 걸었지만 수적으로 밀린 김씨는 편의점에서 가위를 사와 A씨 일행을 위협했다.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과 김씨 일행 여성의 중재로 이들은 잠시 화해하고 함께 술을 마시기도 했다. 그러나 김씨가 지인과 통화하면서 또다시 A씨 일행을 낮잡아 부르는 등 시비를 걸자 감정이 다시 격해졌다. 김씨는 당시 출동했던 경찰관에게 "김씨가 여자친구를 때리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한 A씨에 특히 앙심을 품었다.

김씨는 여성 지인과 다른 지인들의 만류에도 가게 밖으로 나가 또다른 편의점에서 공업용 커터칼을 구매하고 다시 술집으로 돌아왔다. 다른 가게로 자리를 옮기려던 A씨 일행도 김씨가 접근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은 김씨에게 그냥 가라고 하며 자리를 뜨려고 노력했지만 김씨가 집요하게 따라와 시비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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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사건 현장. 피가 흥건하다./사진=온라인커뮤니티 갈무리
커터칼을 들고 다가오는 김씨를 막으려 맨 앞에 선 것은 A씨였다. 김씨는 A씨의 목에 커터칼을 순식간에 휘둘러 10cm의 자상을 입혔다. 당시 CCTV 영상을 보면 A씨 목의 우측 경동맥이 절단돼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고, 2~3초만에 A씨가 바닥으로 고꾸라진다. 쓰러진 A씨를 본 일행은 당황하며 얼어붙고, 이를 가만히 지켜보다 김씨는 현장을 떠났다.

마침 사건 현장을 지나던 간호사 한명이 즉시 A씨에게 지혈과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4일 새벽 2시31분, A씨는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도망친 김씨는 400m 떨어진 아파트 단지 인근에서 경찰과 대치한 끝에 붙잡혔다. 검거 당시 김씨는 만취 상태였고, 12시간이 지나서야 경찰 조사가 가능했다. 그는 "기억이 없다"고 주장했다.

CCTV 속 김씨는 웃통을 벗고 있었다. 이 때문에 A씨 일행이 김씨를 집단폭행했고, 옷도 벗겼다는 커뮤니티 발 소문이 돌았지만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이 옷은 화가 난 김씨가 스스로 벗어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가해자가 단체 폭행당한 것..찌를만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서 2차 가해



사건 후 CCTV 영상이 여과 없이 인터넷 커뮤니티와 포털 등에 퍼지면서 근거 없는 소문이 확산했다.

A씨가 포항 조직폭력배고, 김씨는 정육식당에서 일하는 도축업자라는 소문이었다. 김씨는 직접 도축을 하진 않았지만 도축업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피해자 A씨에 대한 소문은 가짜였다.

또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목격자인 척 하는 허위 증언들이 쏟아졌다. 이 중 일부는 A씨 일행이 김씨를 먼저 시비를 걸었고, 3시간가량 괴롭혔다고 주장해 김씨의 살해 행동을 정당화했다. 심지어 죽어도 싸다는 댓글들이 달리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CCTV 속 김씨가 웃통을 벗고 있었던 것을 보고 A씨 일행이 김씨를 집단폭행했고, 옷도 벗겼다는 소문까지 만들어냈다. 그러나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이 옷은 화가 난 김씨가 스스로 벗어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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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을 근거없는 소문으로 가해한 커뮤니티 게시글/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A씨 일행은 조폭도 아니었고, 단체 폭력도 행사하지 않았다. 방학을 맞아 안동에 놀러왔던 평범한 20대 대학생일 뿐이었다. 술에 취해 주변에 시비를 걸고, 자기 분에 못 이겨 타인의 목을 그어 살해한 것은 모두 가해자인 김씨였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상황이 정반대로 알려진 황당한 상황은 가해자 측이 실제 이 같은 허무맹랑한 주장을 했기 때문이었다. 가해자와 온라인 커뮤니티발 허무맹랑한 소문이 만든 2차 가해로 인해 피해자 일행과 유가족들은 고통을 겪어야 했다.

검찰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해당 재판에서 2차 가해를 해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은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은 피해자 유족에게 가해진 2차 가해에 대해 최후 의견 진술의 절반을 할애했다.

당시 검찰은 "피고인을 향한 집단 구타는 없었으며 옷도 피고인 스스로 벗었고, 피고인에 대한 1시간 이상의 폭행 및 괴롭힘도 없었다. 피고인은 자유롭게 돌아다녔으며 계속해서 피해자 일행을 찾아갔다"며 "피해자가 포항 조폭 등 범죄자라는 이야기도 사실과 다르다. 피해자는 아무런 범죄 전력도 수사 전력도 없는 완전 깨끗한, 평범한 대학생이다"고 했다.



반성 없는 가해자, 항소심서 20년→18년형으로 단축



김씨는 양손에 날카로운 도구를 쥐고 피해자들에게 달려들어 휘두른 혐의특수협박와 흉기를 피해자를 향해 휘두르고 찔러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살인로 기소됐다.

김씨에 대한 재판은 2023년 1월17~18일 이틀에 걸쳐 대구지법에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배심원 9명은 만장일치로 유죄를 평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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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전경/사진=뉴시스

재판에서 김씨는 계속해서 자신이 A씨의 목 부위를 겨냥한 적이 없으며 휘두른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목 부위는 공격당했을 때 순식간에 목숨을 잃을 정도로 치명적이고 약한 부위다.

재판정에서 김씨는 "피해자는 저보다 키가 크다. 목 부위를 겨냥한 적이 없으며 휘두른 적도 없다"며 "당시 저는 겁에 질려있었고 넘어뜨림 당했다. 방어 목적으로 오지 말라고 손을 세 번 뻗은 것이다. 휘두른 적 없으며 찌르거나 베어버릴 목적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사 때도 그랬듯 진심으로 사죄하고 싶은데 교도소나 구치소에서는 불가능해서 편지를 적어 전달했다"며 "그럴 의도가 아니었는데 매일 같이 기도하며 반성하고 있다. 명복을 빌고 있다"고 했다.

"선처해주신다면 피해자분 몫까지, 제 꿈을 위해 살아가겠습니다." 그의 최후 진술이다. 재판 내내 울고 있던 유가족들은 이 발언에 쓰러질 정도였다.

재판부는 "피고인 A씨가 먼저 시비를 걸었다. 계속 가라는 피해자 일행을 A씨가 집요하게 찾아다니며 시비를 걸었으며 여러 번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물러나지 않았다"며 "경위나 수법 내용 방법 등에 비춰 죄질이 극히 나쁘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또 피해자 측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면서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김씨는 선고 이후 이틀 만에 항소했고, 결국 형을 감형받았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진성철는 지난해 5월25일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씨에 대해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이 선고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대체로 사실관계를 다 자백하는 점, 유족을 위해 3000만원을 공탁한 점 등을 종합하면 원심이 선고한 형은 다소 무겁다"며 감형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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