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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주차딱지 5000장 2년 만에 보낸 영등포구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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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57회 작성일 24-07-0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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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이해를 돕기위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A씨는 지난달 부정주차요금 납부고지서 한 장을 받았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에 차를 세웠다가 단속됐다는 내용이었다. 위반 날짜가 무려 2년 전인 2022년 7월이었다. 고지서에 적힌 장소를 자신이 방문했는지조차 가물가물한 상황이다. A씨는 “그때 기억이 전혀 없다 보니 영문도 모른 채 낼 수밖에 없어 황당하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가 2년 전 부정주차에 대한 요금 고지서 수천장을 뒤늦게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상당 기간이 지난 일로 몇만원씩 청구하면서 통지가 늦은 이유도 설명하지 않아 납부 대상자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관리 당국은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아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고지서 발부 시한을 규정한 업무 매뉴얼을 어긴 채 2년 가까이 해결을 미뤘다는 점에서 ‘늦장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년 걸린 고지서 인쇄
3일 국민일보 취재 결과 영등포구청 산하 영등포구시설관리공단은 2022년 4월부터 12월까지 적발된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 내 부정주차 5000여건에 대한 1차 납부고지서를 지난달에야 발송했다. 납부 대상자로서는 짧아도 1년6개월, 길면 2년2개월 지난 일에 대한 고지서를 받았다는 얘기다. 부과금액은 모두 약 1억9700만원으로 2억원에 달한다.

그동안 납부고지서를 인쇄하지 못해 발송할 수 없었다는 게 공단 측 해명이다. 고지서에 단속요원이 적발 현장에서 찍은 차량 사진을 첨부해야 하는데 2022년 당시 전산시스템을 교체하면서 이 부분에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공단 관계자는 “일부러든 실수로든 발송을 누락한 건 아니다”라며 “당시 전산시스템을 바꾸고 나서 사진이 빠지는 바람에 사진을 찾아 프로그램에 넣고 저장하는 기간이 길었다”고 설명했다.

공단은 오류 발생 사실을 알고도 해결을 미뤄 1년을 허비했다. 다음 해인 지난해 5월 다시 전산시스템을 바꿨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이때부터는 직원들이 일일이 사진을 찾아 전산에 입력했다. 전산상 내용과 사진이 일치하는지도 대조해야 했다. 그러는 동안 1년이 더 늦어졌다.

두 차례 전산시스템 교체로 적잖은 예산을 쏟아붓고도 수작업을 하면서 세금과 시간, 행정력을 모두 낭비한 셈이다. 구청으로부터 시설운영을 위탁받은 공단은 구 예산으로 운영된다.


공단 “시효 남았는데 좀 늦었다고 문제 되나”
공단은 체납 지방세의 소멸 시효가 5년인 점을 들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5년 안에만 요금을 부과하면 된다는 얘기다. 공단 관계자는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았는데도 발송이 조금 늦었다고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공단은 단속 당시 현장에서 붙인 이른바 ‘주차 딱지’로 부정주차 요금 부과가 고지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차량에 붙은 고지 스티커를 보고 납부한 사람도 있다는 설명이다.

공단 관계자는 “5년 안에 어떻게든 빨리 보내려고 열심히 하기는 했는데 평상시 단속 업무와 겹치다 보니 좀 미뤄졌다”며 “항의에 시달리게 될까 봐 내부에서도 2년이나 지난 고지서를 보내는 데 고민은 많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정당한 단속이기에 고지서를 안 보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과 달리 공단 내부 업무 매뉴얼에는 고지서 발송 시한이 정해져 있다. 단속 현장에서 부과되는 고지서에는 단속일로부터 15일 이내에 요금을 납부하라고 안내돼 있다. 이후 미납된 경우 공단이 ‘해당 납기가 시작되기 5일 전에 1차 고지서를 발송’하도록 돼 있다. 법적으로는 소멸 시효가 남아있다고 해도, 공단 스스로 정한 지침은 어긴 것이다.

“행정은 신뢰 우선…직무해태로 봐야”
주정차 관련 ‘지각 고지’로 혼란을 빚은 사례는 영등포구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경남 진주시는 3년치 주정차위반 과태료 고지서 3만7000여장을 뒤늦게 발송해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당시 진주시는 과태료 부과 절차 중 등기우편 납부 안내만 하고 일반우편을 보내지 않은 사실을 확인해 조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교통사고 전문 정경일 변호사법무법인 엘앤엘는 “시효가 지나지 않은 부분을 청구하는 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지만 행정은 그에 앞서 신뢰성의 원칙이 담보돼야 한다”면서 “행정 처리가 지연된 사정이 있다면 해명을 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칙에 따른 당연한 조치라는 식의 대응은 시효만 남아 있으면 고지서를 전부 몇 년 있다 보내도 된다는 소리”라고 꼬집었다. 정 변호사는 그러면서 “적법·부적법을 떠나서 통지 절차를 규정한 자신들의 내부 지침을 어긴 것인 만큼 ‘담당 직무 해태’로 보이는 부분을 문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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