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지옥]②"자기야로 시작해 부업 할래?"…6일만에 2.3억 앗아간 혼종 사... > 사회기사 | society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사회기사 | society

[사기지옥]②"자기야로 시작해 부업 할래?"…6일만에 2.3억 앗아간 혼종 사...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수집기
댓글 0건 조회 243회 작성일 24-05-02 06:01

본문

뉴스 기사
[편집자주] 인터넷 너머 일면식도 없는 인물에게 사기당한 피해자들은 곧바로 지옥으로 빠져든다. 경찰에 신고해도 온라인에서 철저하게 정체를 숨긴 사기 사범들은 계속해서 피해자를 농락할 뿐이다. 올해 1분기에만 사기 범죄는 10만 건을 넘어섰지만, 이중 절반 정도만 경찰의 검거망으로 들어온다. 뉴스1은 최근 폭증하는 비대면 사기 범죄의 실태와 원인을 살펴보고 피해자들의 고통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봤다.


[사기지옥]②quot;자기야로 시작해 부업 할래?quot;…6일만에 2.3억 앗아간 혼종 사기

ⓒ News1 DB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자기야 나 대신 부업 좀 해줄래?"


결혼 상대를 찾기 위해 결혼중개 애플리케이션에 가입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일주일도 되지 않아 결혼 준비 자금 약 2억 3000만 원을 모두 잃었다. 로맨스스캠혼인 빙자 사기과 부업 사기 그리고 투자리딩방 수법이 결합한 혼종하이브리드 사기에 걸려들었기 때문이다.


직장인 김모씨가 결혼중개앱에서 만난 남성과 카카오톡으로 나눈 대화 내용. 부업을 대신해달라고 접근했고 나중에는 위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여권까지 보내서 김씨를 안심시켰다. 자료=독자제공




◇결혼중개앱서 만난 남자 부업 대신해 달라더니…팀미션서 2.3억원 뜯겨

지난 1월 말 직장인 김 모 씨38·여는 결혼이 늦어지는 것을 걱정한 친구의 성화로 결혼 중개 앱을 깔았다. 반신반의했지만 앱에서 말을 건 조 모 씨의 상냥한 태도에 친밀감을 느꼈다. 훤칠한 외모를 가진 조 씨는 김 씨에게 자기라는 애칭까지 써가며 구체적인 데이트 계획을 잡기도 했다.

그때 조 씨는 본색을 드러냈다. 자신이 잠시 호주 시드니에 머물고 있는데 해외여서 사이트 접속이 되지 않는다며 부업을 대신 좀 해달라고 요청했다.

부업은 어렵지 않았다. 쇼핑몰로 보이는 사이트에 접속해 이미 보유한 포인트로 물건만 주문하면 됐다. 50여만 원짜리 반지를 주문하니 금세 2만 5000원의 수익금이 들어왔다. 조 씨는 해당 수익금을 김 씨에게 "커피 사 먹으라"며 선심 쓰듯 주려고도 했다.

이틀 후 조 씨는 또 다른 부탁을 했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채팅방에 들어가서 MD상품기획자 및 다른 팀원과 함께 물건을 공동구매하고 수익을 가져가는 팀미션을 수행해달라는 것이었다.

조 씨는 2500만 원을 해외에서 송금했다는 이체증을 보여주며 주말이 지나면 돈이 입금될 테니 일단 자신을 대신해 2500만 원을 쇼핑몰로 이체해 물건을 살 것을 요구했다. 김 씨는 이체증을 믿고 돈을 입금해 물건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액수는 점점 커졌고 김 씨는 결국 팀미션 수행을 포기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채팅방 속 팀원이란 인물들은 김 씨가 팀미션을 포기하면 자신들이 큰 손해를 본다며 2억 6000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하겠다고 협박하기까지 했다.


피해자 김씨가 라인 팀미션 방에서 부업사기 일당과 나눈 대화 내용. 김씨가 구매를 중단하려고 하자 소송을 언급하면서 두려움에 떨게했다. 자료=독자제공




이때 나타난 조 씨는 자신이 1억 8000만 원을 송금했으니 안심하라며 또다시 이체증을 내밀었고 이미 큰돈을 투자해 버린 김 씨는 팀미션에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쇼핑몰 상에서 수익금은 쌓여가 어느덧 3300만 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일당은 수익금은커녕 원금조차 돌려주지 않았다. 수익금을 받기 위해선 보증금을 추가로 입금해야 한다고 했고, 원금을 돌려달라고 했더니 전산상 문제 등을 들며 차일피일 미뤘다.

결국 김 씨가 더 이상 돈을 입금하지 않자, 일당들은 모두 잠적했다. 김 씨가 돈을 못 받으면 자신이 책임진다고 호언장담하던 조 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국 김 씨는 13년 직장생활을 하며 모은 결혼 준비 자금 2억 3000만 원가량을 뜯겼다. 이는 조 씨와 대화한 지 6일, 팀미션방에 들어간 지 단 3일 만의 일이었다.

김 씨는 다음날 곧장 서울 송파경찰서 수사과에 신고한 상태지만 두 달이 넘도록 "계좌추적 중" 이란 통보 외엔 진척 사항을 듣지 못했다.


로맨스스캠에 악용된 도용 사진들이 피해자 카페에 게시돼 있다. 자료=로캔스스캠 피해자 모임




◇무작정 "돈 필요해" 로맨스스캠 수법 계속 진화했다

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사이버에서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비대면 사기가 죄종을 구분하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진화와 혼종을 거듭하고 있다.

김 씨가 당한 신종 사기 수법은 로맨스스캠과 메신저피싱의 일종인 부업 사기가 결합한 혼종 사기다. 여기에 팀 미션이란 이름으로 채팅방에 초대한 후 바람잡이들이 구매를 압박하는 방식은 불법 투자리딩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법 중 하나다.

로맨스스캠의 경우 기존에는 SNS에서 접근해 연인관계를 맺은 것처럼 친분을 쌓은 후 돈을 요구하는 유형의 범죄가 잦았다. 주로 의사, 해외주둔군인 등 신뢰받는 직업을 가진 수려한 외모의 인물로 가장해 만남을 위한 이동 경비, 응급병원비, 물류 통관비 등을 요구했다. 사진 속 인물들은 대다수 백인이지만 실제론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국가 남성들이 사기를 벌이는 경우가 대다수다.

하지만 최근에는 친밀감을 형성한 후 부업 사기는 물론 암호화폐나 비상장주식 등을 권유하면서 불법 투자리딩방 사기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경찰 관계자는 "중국 조직이 보이스피싱전기통신금융사기의 대표적 특징인 악성 앱이나 가짜 홈페이지를 활용하는 신종 로맨스스캠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처음 사기를 당하고 나서 자책하는 마음에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했다는 김 씨는 "부모님 생각해서 버티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보이스피싱에 뿌리 둔 신종 사기 극성…월 피해액 500억원대 지속

사이버상에서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신종 사기 수법들은 보이스피싱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에는 전화를 직접 걸어 무작정 검사나 경찰, 금융감독원 등을 사칭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불특정 다수에게 미끼 문자를 보내 개인정보를 탈취하는 스미싱 수법을 거친 다음 보이스피싱이나 메신저피싱으로 이어지는 식으로 진화했다.

부업 사기나 불법 투자리딩방 역시 문자나 SNS 등을 통해 미끼 문자를 무작위로 뿌려 유인하는 스미싱 수법이 자주 사용된다.

경북 구미에 거주하는 김 모 씨35 역시 부업 사기 미끼 문자를 보고 팀미션에 참여했다가 단 하루 만에 8300만 원을 잃었다.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자 목돈 마련을 위해 부업이라도 해보자는 심산이었지만 결국 마이너스통장, 카드론, 현금서비스까지 써가며 빚더미에 올랐다. 사기 이후 아파트 분양권을 팔 수밖에 없게 됐고 김 씨의 아내는 우울증에 걸렸다.

김 씨는 신고 후 구미경찰에서 조사도 받았지만, 두 달이 넘도록 계좌 추적에 성공했다는 답신을 받지 못했다.


경북 구미에 사는 김모씨가 부업사기를 당하기 전 받았다는 미끼문자왼쪽과 실제 거래가 이뤄진 사이트. 해당 사이트는 도메인만 바꿔서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 자료=독자제공




김 씨는 "가장 화가 나는 것은 폐쇄됐던 쇼핑몰이 도메인만 바꿔 버젓이 또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라며 "일당을 잡기 위해선 뭐든 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이스피싱과 여기서 파생된 혼종 범죄들이 잇따르면서 지난 3월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539억 원으로 전339억 원에 비해 크게 늘었다. 지난해 평균 300억 원대였던 피해액은 12월 500억 원대로 증가한 이후 쉽사리 꺾이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의 수법과 시나리오가 전통적인 범죄의 구분을 뛰어넘는 혼종 형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면서 "전기통신을 이용하는 수법은 비슷해지고, 시나리오만 달라지는 형태가 늘고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songss@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회원로그인

회원가입

사이트 정보

회사명 : 원미디어 / 대표 : 대표자명
주소 : OO도 OO시 OO구 OO동 123-45
사업자 등록번호 : 123-45-67890
전화 : 02-123-4567 팩스 : 02-123-4568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제 OO구 - 123호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정보책임자명

접속자집계

오늘
1,877
어제
2,129
최대
3,806
전체
660,937
Copyright © 소유하신 도메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