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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의사의 솔직 고백에 댓글 창 폭발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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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63회 작성일 24-07-02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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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의사 5년차, 유튜브로 전한 솔직 고백에 감동 반응 터져
“신앙 씨앗 뿌리내리도록 돕는 바람 같은 역할 기대”

유튜브 시골의사 TV 채널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콘텐츠. 5년차 시골의사로 살아가는 황OO 원장의 다양한 일상과 고백이 담겨 있다. 유튜브 캡처

단출한 프로필, 투박한 편집, 꾸밈없는 말투로 일기장 같은 일상을 담아낸 유튜브 콘텐츠가 뭉근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유튜브 채널 ‘시골의사 TV’다. 프로필 첫 화면부터 정겨움이 묻어난다. 문패처럼 달아 둔 사진엔 ‘안 아프고 살면 얼매나 좋노’라는 바람이, 각 영상엔 ‘시골 쪼매난 의원에서 마음을 다해 진료중입니다’라는 짧은 소개가 적혀 있다.

정겨운 사투리로 “안녕하세요. 시골 의사입니다”라는 인사말을 전하며 시작하는 영상들은 경상남도의 한 마을에서 5년째 ‘시골 의사’로 살아가고 있는 황OO 원장의 일상을 보여준다. 그는 지난해 9월부터 ‘시골의사 환자 없을 때 뭐할까’ ‘시골의사 재태크 실패기’ ‘드론으로 비대면 진료, 먹는 약 배달 가능’ ‘우리 아이 마음숲 놀이터’ ‘시골의사 테슬라 적응기’ 등 브이로그 영상을 기록으로 남겨왔다. 초고령 마을 한복판에서 40대 젊은 의사로 살아가며 겪는 일상의 순간과 동네 어르신들과 나눈 대화들이 농촌 마을의 현실을 오롯이 보여주며 미소 짓게 한다.
황OO 원장이 시골의사 TV 채널에서 지방 의료 공백에 대한 견해를 설명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지난 3월엔 ‘의료계 파업과 지방 의료 공백’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황 원장은 “올해 1,2월 기준 지난해보다 환자 수는 20%, 매출은 28%가 줄었다”며 “매년 매출이 10% 정도씩 줄어드는데 현실적으로 의원을 유지하는 게 이상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나는 시골의 아픈 환자분이 불쌍하고, 환자분은 ‘젊은 의사가 얼마나 갈 데가 없으면 시골에까지 와서 진료하나’라면서 서로 불쌍해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업이라는 게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지 않나. ‘매출 떨어져 못 살겠다’ ‘커리어에 도움 안 된다’며 여길 떠날 수는 없는 것 같다”면서 “할머니들 다 돌아가시고 더 이상 동네에서 내가 할 역할이 없다 싶으면 떠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독자 4000여명, 평균 조회 수 5000회 수준이던 그의 채널이 급격하게 상승세를 탄 건 지난달 22일, ‘104년 된 시골 교회에 다니며 드는 생각’이란 콘텐츠를 올리고 나서부터다. 이전 영상엔 대중적으로 알려진 피아노 연주 음원이 배경음악으로 담겼다면 신앙 고백이 담긴 영상엔 피아노로 연주한 CCM 음원이 쓰였다.


“그냥 사는 얘기 해보려고 카메라를 켰다”는 말로 시작하는 이 영상에는 유년 시절 어머니 손에 붙들려 교회에 갔던 자신이 지금은 스스로 교회에 가는 크리스천이 됐다는 고백이 담겼다. 고백은 지방 인구 소멸과 교회에 대한 이야기로 흘렀다. 황 원장은 최근 교회 장로로부터 지난 역사를 영상으로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일을 소개하며 시골교회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1950년대부터 수십 장의 사진들을 보는데 지금도 가장 앞자리에서 예배드리는 80~90대 은퇴 장로님들의 청년 모습이 있더라고요. 지금은 기력이 다해가는 모습이지만 이분들이 내 나이대의 젊은 시절부터 헌신하면서 이 시골교회를 지켜오셨구나 싶었습니다. 나중에 150년 기념예배를 드릴 때 우리교회 청년들이 저의 젊었을 때 사진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까 싶었어요. 그때엔 모든 게 소멸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처음 영상 제작 요청을 받았을 땐 하기 싫어서 반항심도 들었는데 하나님이 이걸 깨닫게 하시려고 영상 작업을 시키신 거구나 싶더라고요.”

3일 후 ‘의사가 도대체 왜 하나님을 믿는거야?’란 제목으로 올린 영상에선 자신이 처음 신앙을 갖게 된 순간을 떠올렸다. 황 원장은 신앙이 없는 지인들이 자신에게 “근거도, 증거도 없는 신을 왜 믿는 거냐” “의사라면, 제정신이라면 성경 속 기적들이 믿어지는 게 맞냐”라고 따지듯 묻기도 했지만 자신이 예수 믿는 사람이란 정체성은 변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여년 전 학교 선배를 따라 부흥회 갔던 날을 회상했다.

“제 키가 181cm인데 제 옆에 서장훈씨가 다가왔다고 생각하면 ‘내 키가 작구나’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날이 그랬어요. 사실 나도 좀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았거든요. 그런데 부흥회 도중에 저도 모르게 엄청 거룩한 어떤 존재가 제게 다가오는 걸 느꼈어요. 그 순간 생각이 들었죠. ‘나 괜찮은 인간 아니구나. 진짜 악한 인간이구나’. 주변에서 괜찮냐고 왜이러냐고 물어볼 정도로 눈물이 펑펑 났어요.”

자신의 신앙을 고백한 영상이 올려진 이 영상은 조회수 19만회2일 현재를 넘기며 다른 영상들의 조회수를 함께 끌어올리고 있다. ‘시골의사 TV’채널 구독자 수도 가파르게 증가해 3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조회수보다 더 놀라운 건 댓글이다. 적을 땐 10~20개 정도에 불과했던 댓글이 최근 영상엔 2000개 넘게 달렸다. 댓글의 내용도 감동을 더한다. 테슬라나 의료파업 알고리즘을 타고 보게 됐다는 비기독교인은 물론 탕자처럼 살고 있다는 기독교인, 대학병원 중환자실 간호사, 시골 개척교회 목회자와 가족들, 시골 병원 의사와 가족들 등 국내외를 불문하고 다양한 지역과 세대의 반응이 댓글 창을 채운다.

‘교회도 안 다니고 예수도 믿어지지 않는 1인인데 내게도 하나님이 손 내미는 날이 오길 기도한다’ ‘올해 본 최고의 복음!’ ‘소박하고 진실돼 보이는 이야기에 끌린다’ ‘교회에서 권사로 섬기고 있는 정형외과 의사인데 내가 하는 봉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나보다 훨씬 똑똑한 의사선생님도 논리가 아니라 그냥 믿어지셨다는데... 이유를 찾아다니지 않고 기도해야겠다’ 등의 댓글엔 ‘좋아요’와 응원을 전하는 ‘대댓글’이 달렸다.

갑작스레 뜨거운 반응이 휘몰아치자 당황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며칠 후 ‘시골 폐허가 된 교회에서 밥먹다가 드는 생각’이란 영상 사진에선 “영상을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이 보시는 건지 진짜 신기하다. 나보다 엄청난 신앙을 가진 분들이 댓글을 남기고 계시니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고 동네 의사일 뿐인데 사람을 미화하고 계신 거 같아 걱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존경한다’ ‘대단하다’는 단어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혹시라도 환자도 없어 보이고 시골에서 지내다보니 불쌍해보여서 그런 거라면 오해다. 이 옷, 슬리퍼 억수로 비싼 거다. 굶어 죽지 않고 잘 먹고 잘 산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농사하며 밭을 가는 것’과 ‘신앙이 뿌리 내릴 마음 밭’을 빗대어 설명하며 자신의 영상에 대한 소회를 남겼다.

“농사지을 때 가장 먼저 하는 게 밭을 가는 겁니다. 것이다. 땅이 딱딱하면 씨가 뿌려져도 뿌리를 못 내리지만 밭이 잘 갈리면 민들레 홑씨 같이 작은 씨가 바람을 타고 날아와도 뿌리를 내릴 수 있거든요. 제 영상을 보고 감동을 느끼시는 분들은 마음 밭이 많이 디비지신 거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바람타고 날아가는 작은 씨앗이 뿌리를 내리는 거죠. 제 영상이 바람인 겁니다. 교회도 안 다니고 예수님도 안 믿는데 계속 보는 분들 계세요? 자기 집이 어딘지 댓글을 남겨 주세요. 혹시나 영상 보고 들어오시는 목사님들이 소개해줄 수 있으니까. 뒤집어진 마음 밭에 씨앗이 떨어져서 나무가 자라고 열매가 맺힐 수 있길 바랍니다. 하하.”


영상 말미에는 착한 뉴스에 대한 바람도 전했다. 그는 “요즘 뉴스를 보다보면 엔 세상에 우울한 일들만 있는건가 싶은 생각이 든다”며 “칭찬해주고 격려해주는 것만 알려주는 언론사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골 곳곳을 다니며 집 고쳐주고, 아이들 캠프도 열어주며 헌신하는 사람들을 언급했다. 영상의 설명란에 남겨 둔 에클레시아 지원연구소소장 박정엽 목사도 그 중 하나다. 박정엽 목사는 2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영상을 보신 분들 가운데 마음에 감동이 있었는지 무명으로 사역을 후원해주시는 분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며 “황 원장이 영상에서 자주 언급하는 것처럼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선한 일에 동참하길 원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황 원장이 영상에서 따로 실명이나 정확한 지역을 설명하지 않는 이유도 그 연장선”이라고 했다
박정엽에클레시아 지원연구소장 목사가 1일 황 원장을 만나 교제나눈 뒤 셀카를 찍고 있다. 박정엽 목사 제공

두 사람의 인연은 기독 의료인과 의대생 모임인 한국누가회로 맺어졌다. 10여년 전 황 원장이 의대생이던 시절 한국누가회 소속 목회자였던 박 목사와 만나 신앙을 나눠왔다. 박 목사는 “어제도 황 원장과 함께 점심 식사를 나누면서 ‘유튜브가 10가지 역기능이 있다할지라도 하나님께서 한 영혼이라도 구할 수 있는 순기능 하나를 쓰게 하시는 것 같다’는 얘길 나눴다”며 “말을 쉽고 편하게 하지만 그 안에 심지가 있고 영혼을 찌르는 황 원장의 은사가 지혜롭게 쓰임받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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