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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할 땐 한 손에 핸들 쥐고 용변…지하철 기관사의 자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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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36회 작성일 24-07-0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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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로 붐비는 지하철역

2007년 12월 서울 지하철 승무원이 전동차에서 떨어진 후 뒤따라오던 전동차에 치여 숨지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사망한 승무원은 근무 중 갑자기 배탈이 나서 기관실 문을 열고 전동차에 매달려 용변을 보다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건은 큰 충격을 안겼고 기관사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도록 하는 촉매제가 됐습니다.

그런데도 기관사에게 용변은 여전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일단 운행을 시작하면 운전실을 떠나기 어렵기 때문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화장실에 가고 음식도 조절하지만 생리 현상은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부산 지하철 2호선 이도훈 기관사는 신간 이번 역은 요절복통 지하세계입니다에서 기관사의 중요한 업무 역량 중 하나로 대장 관리능력을 꼽으며 기관사의 애환을 소개합니다.

그는 급X이 터져 나올 것 같은 상황에서 화장실에 못 가는 고통은 지옥에 있는 것과 같으며 그런 상황이 오면 내 삶에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닌가하고 스스로를 돌아볼 정도라고 고백합니다.

책에 따르면 기관사들은 운행 중 용변이 급해지면 일본에서 사 온 지사제를 먹기도 하고, 생리 현상을 참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팔의 혈을 누르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합니다.

최후의 수단은 운전실에 있는 간이 변기와 비닐을 씌운 쓰레기통입니다.

하지만 운전실 출입문 반대편에는 승객들이 있습니다.

달리는 전동차에 쭈그리고 앉아 한 손에 핸들을 쥐고 용변을 보는 것은 엄청난 자괴감을 불러일으키는 일입니다.

거점 승강장까지 가면 긴급 상황에 교대해주는 대기 기관사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기 기관사의 도움을 받으려면 괄약근에 그만큼의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급할 땐 한 손에 핸들 쥐고 용변…지하철 기관사의 자괴감

비 오는 날은 운전이 더 어렵습니다.

지상 구간의 선로는 젖어서 열차가 정위치에 멈추지 못하고 더 나아가는 과주가 빈발합니다.

이런 경우 후진에 해당하는 퇴행운전을 해야 하는데 규정상 관제실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낡은 무전기는 유독 이런 날 한 번에 잘 연결되지 않고 기관사의 마음은 급해집니다.

선조치 후보고를 하면 좋겠지만 과태료 150만 원이 부과되기 때문에 부자 기관사가 아니면 이런 융통성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문이 열리지 않는 동안 승객들이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또 민원을 제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안내 방송과 사과 발언도 거듭해야 합니다.

지하철 선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은 기관사에게 트라우마를 남깁니다.

비상시 일반 열차의 제동거리는 100m가 넘기 때문에 선로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고 치는 일이 벌어집니다.

책은 전동차에 치인 20대 청년이 사망한 사고를 겪은 동기 기관사가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이야기를 전하며 목숨의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자살하는 사람은 애달프다. 중략 자살하는 이들의 절망과 세상의 무심함 앞에서 애먼 기관사들의 삶이 망가져간다."

사진=이야기장수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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