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새 경찰관 3명 숨져…"업무 과중, 터질게 터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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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도 24명 극단적 선택
고소·고발 17% 늘 동안 인력은 4% ↑ 매분기 우수팀 선발에 압박감 최근 일주일 새 업무 과중 등의 이유로 경찰관 3명이 연달아 사망하면서 경찰 동료들이 일제히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현장에선 수사 인력 부족과 실적 위주 평가 시스템 등 구조적 문제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의 한 경찰서 소속 A경감은 29일 “현장 인력이 부족해진 건 기동순찰대와 형사기동대가 생기면서 수사 인원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B경정은 “고소·고발 반려제도가 폐지되면서 경찰이 온갖 사건을 다 처리해야 하고, 통합수사팀이 신설되면서 기존보다 업무량이 훨씬 늘었다”고 토로했다. 경찰청 등에 따르면 올해 1~6월 접수된 고소·고발 건수는 18만941건으로 지난해 대비 17%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수사인력은 3.6% 증가하는 데 그쳤다. 현장 경찰들은 인력 부족이 업무 과중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통상 일선서 수사관들은 매달 30~40건 정도의 사건을 담당한다. 이 가운데 수사 종결 기한을 일주일, 1개월, 6개월 등으로 나눠 매주 수사 경과를 보고한다. 형사과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은 “잇따른 동료들의 죽음이 크게 놀랍지 않다. 결국 터질 게 터진 것”이라며 “휴대전화, 자전거 분실과 같은 사건도 모두 형사과로 배정돼 종일 일대 CCTV를 돌려봐야 한다. 하루에 두 건 이상 쳐내는 것도 벅차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경찰이 정량화된 수사 결과를 통해 실적 위주 평가를 받는다는 점이다. 평가 하위 10%는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 수사관 C씨는 “매달 압박감을 느낀다”며 “매 분기 줄 세우기를 통해 우수 팀을 선발하는 기준은 사건을 얼마나 많이, 신속하게 했는지다. 장기사건이 많으면 팀장 자격이 박탈되기도 한다”며 “사건을 해결했다는 자부심보다 내가 빨리 쳐내지 못해 팀에 안 좋은 결과를 줄 땐 자책감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 탓에 경찰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매년 발생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1년 24명, 2022년 21명, 지난해 24명의 경찰이 숨졌다. 지난 18일과 22일에는 관악경찰서와 충남 예산경찰서 직원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지난 19일엔 동작경찰서 직원이 뇌출혈로 사망했고, 26일엔 혜화경찰서 소속 직원이 한강에 투신했다가 구조됐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이날 오전 10시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경찰 조직문화 개선을 요구했다. 경찰직협은 최근 숨진 관악서 소속 수사관 A경위에 대해 “발령과 동시에 약 40~50건의 사건을 배당받았다”며 “아직 수사 업무 능력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국가수사본부로부터 계속해서 사건을 빨리 처리하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실적 위주의 성과 평가를 즉각 중단하고, 인원이 충원될 때까지 수사 감찰 점검을 중단하라”며 “기동순찰대와 형사기동대를 폐지하고 초임수사관의 업무 적응을 위한 대책과 스트레스 측정 진단을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윤예솔 한웅희 기자 pinetree23@kmib.co.kr [국민일보 관련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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