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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신병원 다인실 손발 묶여 맞아죽은 다음날, 다른 환자 또 묶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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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27회 작성일 24-07-3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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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8일 춘천ㅇ병원 폐쇄병동에 갇힌 지 289시간 20분 만에 숨진 고 김형진가명·당시 45살씨가 보호사들에 의해 실려 나가기 직전의 모습. CCTV 영상 갈무리

환자를 별도 격리실이 아닌 다인실 안에 묶어두는 부당한 강박으로 인해 사망 사건이 발생한 인천의 한 정신병원에서 그 다음 날 똑같은 방식으로 다인실 내에 환자를 격리·강박하는 일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의 사망사건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에 이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이튿날 벌어진 강박과 관련해 30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재발방지 대책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춘천ㅇ병원에 이어 부천W진병원에서 벌어진 정신병원 격리·강박 중 사망사건이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과 함께 드러나 충격을 준 가운데, 정신병원이 환자 인권침해에 대한 최소한의 경각심 없이 무분별하게 격리·강박을 시행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다인실에서 위협당하면 묶인 환자는 무방비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지난해 11월2일 오전 6시께 인천ㅅ병원 다인실에 묶여있던 50살 남성 ㄱ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 진단으로 이 병원에 입원했던 ㄱ씨는 행동제어가 안 돼 병동환경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병실 내 침대에 묶여있다가 다른 환자 ㄴ씨에게 폭행을 당해 갈비뼈 골절과 장 파열로 사망했다.



다음날인 11월3일 12시께에는 같은 병원에 조현병 진단을 받고 입원해 있던 77살 남성 ㄷ씨가 휴대전화 사용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다인실에서 사지가 묶여 침대 주위로 가림막이 ㄷ자로 설치되고 기저귀가 채워진 채 방치됐다. 부당한 격리·강박으로 사망자가 발생한 지 불과 하루가 지난 시점에, 다시 환자를 큰 위험에 놓이게 할 조처를 반복한 것이다.



이 환자는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상태로 장시간 묶여 있었다”며 지난해 12월29일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이 병원에서는 이후에도 다인실 내 격리·강박이 지속돼 올해 3월까지 이어져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2일 발생한 사망사건과 관련해서는 관할인 인천 계양구 보건소가 올해 2월 현장조사를 하고 병실 내 강박에 대한 적정성을 전문 기관이 판결해달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낸 상태다. 인천 계양경찰서에 따르면, 사망사건 피해자 유족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피소돼 경찰 조사를 받은 병원장과 보호사는 지난 4월10일 불구속 송치돼 검찰로 넘겨졌다. 강박된 환자를 때려 숨지게 한 가해 환자는 구속돼 지난 2월15일 1심에서 살인 혐의로 15년형을 받았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소위원장 남규선는 사망 사건 이튿날인 지난해 11월3일 벌어진 격리·강박 당사자가 낸 진정과 관련해 지난 16일 병원 쪽에 “환자에 대한 부당한 격리·강박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보건복지부의 격리 및 강박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라”고 권고했다고 30일 밝혔다. 또한 관할 보건소장에게 “정신병동에서 격리·강박이 부당하게 시행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도·감독을 철저히 하라”고 했다. 인권위의 이번 권고는 사망으로까진 이어지지 않은 강박에 대한 것이지만, 앞서 사망으로까지 이어진 해당 병원의 격리·강박을 포함해 정신병원 내 관행적인 다인실 격리·강박 전반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보건복지부 격리 및 강박지침에 따르면, 격리·강박은 격리강박실로 명시된 공간에서 하는 것이 원칙이며, 해당 공간은 타인으로부터 인격이 보호되는 장소여야 한다. 격리 장소는 가급적 격리·강박 된 환자를 관찰하기 용이한 장소, 즉 간호사실과 가까운 곳에 설치해야 하고, 관찰 창 등을 통해 내부를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 강박은 격리를 시행한 이후 다음 단계로써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병동 편의 및 처벌의 목적으로 시행돼서는 안 된다.



인권위는 인천ㅅ병원의 격리 및 강박이 보건복지부의 이런 지침을 위반했다고 봤다. 인권위 조사에서 ㅅ병원 쪽은 “지난해 11월3일 격리실에는 다른 환자가 입실 중이어서 부득이 병실에서 강박을 진행했다”고 했지만, 조사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이 병원에 있는 3~5층 남성 병동 6개 격리실 중 2곳이 비어 있었다.



다인실에 환자를 묶어두면 환자는 “풀어달라”고 몸부림치며 소음을 일으키게 되고, 이 과정에서 다른 환자들과 시비와 다툼이 벌어질 수 있는데, 묶인 환자는 다른 환자의 공격에 무방비 상태다. 하지만 다인실에 환자를 묶어도 법적 제재를 받지는 않아 일선 현장에서 간호사나 보호사들은 ‘귀찮다’는 이유 등으로 격리실로 이동하지 않고 병실 내에서 강박을 하는 경우가 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의 또 다른 ㅎ정신병원에서도 2021년 7월 격리·강박실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존 병실에서 강박을 시행했다가 강박 당한 환자가 다른 환자에게 목이 졸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가해자는 분노조절 장애로 치료를 받고 있었고, 평소 피해자와 잦은 마찰을 겪어왔다고 한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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