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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과 갑질로 막 나가는 개저씨, 요즘도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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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83회 작성일 24-05-0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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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민희진이 쏘아올린 중년 남성 혐오 논란

그룹 뉴진스 소속사인 어도어 민희진 대표가 4월 25일 하이브 경영권 탈취 시도와 배임 의혹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울면서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내 새끼뉴진스 지키겠다는 일념에 마치 실성한 듯한 맘충의 이미지로 등장한 민 대표는,

그룹 뉴진스 소속사인 어도어 민희진 대표가 4월 25일 하이브 경영권 탈취 시도와 배임 의혹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울면서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내 새끼뉴진스 지키겠다는 일념에 마치 실성한 듯한 맘충의 이미지로 등장한 민 대표는, "개저씨들이 나 하나 죽이겠다고"라며 중년 남성인 하이브 경영진을 저격했다. /뉴스1

“이 개저씨들이 나 하나 죽이겠다고....”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쏘아 올린 ‘개저씨’ 논란이 뜨겁다. 개저씨는 형편없는 것을 뜻하는 접두어 ‘개’에 ‘아저씨’를 합성한 비속어. 나이와 성별, 지위를 ‘벼슬로 알고’ 여성과 청년을 억압하는 권위주의적인 중장년 남성을 비하하는, 즉 세대와 젠더 갈등을 모두 담은 혐오 표현이다.

지난달 25일 기자회견 이후 20~30대 사회 초년생들부터, 남성에게 치여 살아왔다는 생각을 가진 여성들까지 민 대표의 개저씨 저격에 폭풍 공감하고 있다. 개저씨의 영어·일본어 표현에 해당하는 ‘old jerks늙은 얼간이’와 ‘구소지지이糞爺·똥늙은 남자’가 해외에서 회자될 정도다.


반면 “요즘 그런 막 나가는 개저씨가 어디 있느냐” “문화 권력인 민 대표가 기득권에 짓밟힌 약자인가” “공개 석상에서 혐오 표현을 써도 되느냐”는 반발도 나오고 있다.

2014년께 소셜미디어에서 처음 퍼지기 시작한 혐오 표현인 개저씨. 권위주의적이고 성차별적인 중년 남성을 가리켰다. /인터넷 커뮤니티

2014년께 소셜미디어에서 처음 퍼지기 시작한 혐오 표현인 개저씨. 권위주의적이고 성차별적인 중년 남성을 가리켰다. /인터넷 커뮤니티

개저씨는 2014년 소셜미디어에서 처음 퍼진 용어다. 당시 각계에 포진한 젊은 여성 직장인 사이에선 “여자는 애 낳으면 직장에 충성 안 하는데 누굴 뽑겠어?” “여자들은 월급 받아 화장품과 옷에 쓰잖아”라며 대놓고 성차별·성희롱하는 남성 상사에 대한 불만이 팽배했다.

개저씨는 그보다 7~8년 앞서 등장한 ‘된장녀사치와 허영에 빠진 속물 여성’ 공격에 대한 반발이기도 했다. 1979년생인 민 대표가 20~30대 때 한창 업계 바닥에서 일하던 때와 맞물린다.

전문가들은 개저씨 혐오를 2017년 세계를 휩쓴 미투 운동의 전조前兆 현상으로 보기도 한다. 실제 미투로 지목된 가해자들 대부분이 안희정·박원순 같은 40~60대 기혼 남성이었다.

그래픽=송윤혜

그래픽=송윤혜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도 “회식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말 꺼냈더니 “너도 회식 횟수가 부족하다고 생각해?”라며 엉뚱한 소리를 하는 상사, 아르바이트생에게 반말하거나 후배의 사생활을 캐묻고, “네 와이프 애 낳는데 네가 왜 휴가를 내?” “요즘 애들은 의식이 없어” 등 충고를 가장한 참견과 자랑, 언어 폭력을 일삼는 무신경한 선배들이 개저씨 반열에 올랐다.

지하철에서 다리 벌리고 앉거나 아무 데서나 담배 피우는 등 시민 의식이 결여된 이들, 특정 정치 신념을 강요하고, 언제든 젊은 여성과 사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주제 파악 못 하는 아저씨’로도 의미가 확장됐다.

그러나 개저씨가 처음 등장한 10년 전과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갑질에 대한 반성과 검열, 성인지 감수성이 커지면서 이제 대놓고 ‘개저씨 짓’ 하는 사람은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개 중년 남성인 직장 상사의 무신경과 무례, 갑질의 끝없는 사례가 10여년간 조롱과 혐오의 이름을 달고 퍼졌다. 눈치 없는 개저씨를 묘사한 한 웹툰. /페이스북

대개 중년 남성인 직장 상사의 무신경과 무례, 갑질의 끝없는 사례가 10여년간 조롱과 혐오의 이름을 달고 퍼졌다. 눈치 없는 개저씨를 묘사한 한 웹툰. /페이스북

대기업 임원인 48세 남성 김모씨는 “요즘 아저씨들은 여직원이나 식당 종업원일수록 존댓말 쓰고 더 조심한다”며 “오히려 집에선 ATM기 취급받고 직장 내 입지도 불안한데 무슨 개저씨 타령이냐”고 했다.

2018년 낸 책 ‘개저씨 심리학’에서 ‘내적 성숙이 덜 된 갑질의 표상’ 개저씨를 신랄하게 저격했던 심리학자 한민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2010년대까지만 해도 탈脫권위주의 운동이 의미 있었지만, 한국 사회 변화가 워낙 빠르다 보니 지금은 민 대표의 표현이 적절치 않은 부분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일부가 환호하더라도 공개적인 혐오 표현엔 제재가 필요하다. 혐오는 사회 갈등을 높여 저출산 등 각종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기자회견 당시 모습과 발언이 새겨진 반소매 티셔츠. 개저씨를 too many old jerks로 표현했다. /인스타그램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기자회견 당시 모습과 발언이 새겨진 반소매 티셔츠. 개저씨를 too many old jerks로 표현했다. /인스타그램

실제 개저씨 이후 자기 자식만 챙기는 이기적인 엄마를 뜻하는 ‘맘충’, 운전에 서툴러 남에게 피해 주는 ‘김 여사’, 남녀가 서로를 비난하는 ‘페미’와 ‘한남’, 보수적인 노인 세대를 비하하는 ‘틀딱’과 여자에게 잡혀 사는 ‘퐁퐁남’까지 숱한 혐오 표현이 양산됐다.

일각에선 “민 대표가 진흙탕 경영권 싸움을 ‘맘충’과 ‘개저씨’의 대결로 연출, 어느 쪽 죄질이 더 나쁘냐를 따지는 여론 심판대로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저씨 혐오 반대편엔 정 많고 책임감 강한 ‘아재’에 대한 애틋함도 있다. 픽 웃음을 유발하는 ‘아재 개그’나 ‘아재 패션,’ 그리고 매너 좋은 ‘아재 파탈’이 그것. 다소 시대에 뒤떨어지고 눈치는 없더라도, 착하고 든든한 아재들은 지켜줘야 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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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행 기자 polyg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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