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처럼 뛰고 있긴해요" 어느 41세 가장의 슬픈 죽음 > 사회기사 | society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사회기사 | society

"개처럼 뛰고 있긴해요" 어느 41세 가장의 슬픈 죽음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수집기
댓글 0건 조회 136회 작성일 24-06-28 09:28

본문

뉴스 기사
주 6일 하루 10.5시간 심야노동하다 사망한 쿠팡 택배노동자... "처참한 로켓배송이 부른 타살"

[박석운 기자]

quot;개처럼 뛰고 있긴해요quot; 어느 41세 가장의 슬픈 죽음
▲ "개처럼 뛰고 있긴 해요" 새벽 5시 넘은 시간에 쿠팡CLS 측으로부터 다른 동료 택배기사의 물량을 대신 배송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 고 정슬기 택배노동자가 카톡에 응답한 내용
ⓒ 택배과로사대책위


매일 100km씩 이동하면서 밤 8시 반부터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하루 10.5시간씩 주6일 심야노동야간노동 30% 할증시 주77시간 노동을 수행한 41세의 택배노동자 정슬기님이 지난 5월 28일 새벽 시간에 퇴근한 직후 남양주 소재 자택에서 아이들이 보는 가운데 쓰러졌고, 119 신고로 후송되었지만 병원에서 사망하였습니다. 사인은 "심실세동"과 "심근경색 의증"으로 나왔는데 전형적인 과로사 증상입니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와 고 정슬기님 유족은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이 과로로 사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고 정슬기님은 쿠팡CLS 남양주2캠프 소속으로 중랑구 상봉동 지역 배송을 맡아서, 지난 1년 3개월간 가족부인과 4자녀과 함께 먹고살기 위해 죽도록 열심히 일하다가 과로로 죽음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실로 참담하기 짝이 없는 사회적 참사입니다. 로켓배송 시스템이 불러온 사회적 타살입니다. 장시간 노동뿐만 아니라 과중한 노동강도 또한 과로사의 원인입니다. 쿠팡CLS는 로켓 배송을 위해 새벽 7시까지 배송 완료를 지키지 못하면 지연 배송으로 계약 해지 또는 배송구역을 회수당할 수 있도록 일종의 "노예계약" 체결을 강요하고 있습니다계약해지에 관한 부속합의서.

통상 주간에 근무하는 일반 택배기사들은 하루 1회전 배송을 하는데, 쿠팡CLS에서는 로켓배송을 위해 심야시간에 무려 3회전 배송을 해야 하는 초인적 중노동을 강제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고인의 경우 캠프와 배송지까지의 편도거리만 20km, 3회전 배송을 마치고 나면 출퇴근 시간과 배송지에서의 배송시간을 빼고, 캠프와 배송지간 이동거리만 해도 하루 100km를 달려야 하는 실로 살인적인 중노동입니다.

거기다가 경우에 따라서는 새벽 7시까지 배송완료를 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동료기사에 대한 배송 지원까지 원청인 쿠팡CLS로부터 요구 받습니다. 고인의 카톡에는 이런 대화가 있었습니다.

쿠팡플렉스_남양주2_CLS : "슬기님 6시전에는 끝나실까요", "000님 어마어마하게 남았네요".
정슬기 : "최대한 하고 있어요. 아파트라 빨리가 안돼네요, 하고 갈게요"
쿠팡플렉스_남양주2_CLS : "네 부탁드립니다.달려주십쇼 ㅠ"
정슬기 : "개처럼 뛰고있긴해요".


이렇게 구조적으로 과로를 강요당하다가 41세의 가장이 안타깝게 쓰러진 것입니다.사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때부터 택배노동자 과로사가 속출했지만, 온 국민과 소비자들이 "늦어도 괜찮아"라며 함께 성원한 결과 "택배과로사 예방을 위한 사회적합의"가 이루어졌습니다. 또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하 "생활물류법"이라 함이 제정되고, 표준계약서 제도가 시행되면서, 분류작업과 산재고용보험료를 택배사가 책임지고, 또 주60시간 이상의 노동시간을 제한하게 되면서, 택배과로사 사례가 대폭 예방되었습니다.

사회적 합의 무시한 쿠팡, 그런 쿠팡 받아준 국토부
서울의 한 쿠팡 배송캠프
ⓒ 연합뉴스


그런데 후발 택배사업자로 등장한 쿠팡CLS가, 사회적 합의에 참가하지 않고 표준계약서까지 이행하지 않게 되면서, 이른바 사회적 덤핑social dumping, 저임금, 장시간 노동 따위를 통하여 생산비를 적게 들여 생산한 상품을 싸게 파는 일 현상이 생기게 되었고, 쿠팡이 택배노동자들의 생명을 희생타로 삼아서 급성장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이미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는 CJ대한통운이나, 한진택배, 롯데택배 등 기존의 택배사들은 도리어 경쟁에서 밀리는 상황까지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쿠팡이 이런 사회적 덤핑까지 할 수 있게 된 것은, 쿠팡CLS의 등록신청이 "생활물류법" 소정의 등록요건에 위반되는데도, 신기하게도 국토교통부가 쿠팡CLS에 택배사업자 등록증을 교부한 위법한 법집행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즉, 생활물류법 제11조제1항에 의하면, "택배서비스사업자는 택배서비스사업종사자와의 택배서비스 운송 위탁계약을 해지하려는 경우에는 택배서비스종사자에게 60일 이상의 유예기간을 두고 계약의 위반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이를 시정하지 아니하면 그 계약을 해지한다는 사실을 서면으로 2회 이상 통지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제2항에서는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계약의 해지는 그 효력이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반해 아침 7시까지 배송완료를 지키지 못하면 배송지연으로 계약해지 또는 배송구역을 회수당할 수 있게 되어 있는 쿠팡CLS의 부속합의서의 계약조항이나, 이른바 클렌징사실상의 상시 해고제도 관련 계약조항 등은 이러한 실정법의 법령상 강행규정에 위반되어 당연 무효임이 분명합니다.

그런데도 국토교통부는 쿠팡CLS의 택배사업자등록을 받아주었습니다. 또 생활물류법 시행령에는 "표준계약서에 기초하여 작성한 위탁계약서를 갖추고 있을 것"을 등록 기준으로 정하고 있는데, 쿠팡CLS의 경우는 국토부 장관이 정한 표준계약서에 기초하지 않은어긋나는 위탁계약서를 제출하였는데도 국토교통부에서 등록증을 교부하는 위법을 저질렀습니다. 이러한 국토교통부의 위법한 법집행은 마땅히 시정되어야 합니다.

삼가 고 정슬기님의 명복을 빌며, 고인의 급작스러운 사망으로 황망해 있을 유가족들께 따뜻한 위로와 연대의 말씀을 드리면서, 먼저 쿠팡CLS가 유가족들께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실 것을 촉구합니다. 쿠팡CLS가 고인의 장례를 치르는 동안이나 또 그 이후 현재까지도 제대로 조문조차 하지 않은 것은 인간적으로나 상식적으로도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처신입니다.

또 주무관청인 국토교통부는 쿠팡CLS가 생활물류법을 준수하도록 그리고 사회적 합의에 따라 설정된 제반 계약조건들과 표준합의서에 따른 계약을 하도록, 지금이라도 법적 관리를 제대로 실시할 것을 촉구합니다. 국토교통부는 실정법에 맞게 법을 집행해야 마땅합니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연이어 과로사를 유발할 정도의 과로노동, 심야노동을 근절하기 위한 적극적인 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합니다.
▲ 기자회견 후 쿠팡CLS에 항의서한 전달 시도 쿠팡CLS는 유족과 택배과로사대책위의 항의 서한을 받는 것을 거부했다.
ⓒ 택배과로사대책위


아울러 이번 정슬기님 사례나 지난 2020년 쿠팡 대구 칠곡물류센터에서 심야 장시간 노동을 하다가 과로사한 27세 청년노동자 고 장덕준님 사례 그리고 작년 10월 군포에서 야간 택배노동자가 과로사한 사례 등 쿠팡에서 심야노동하는 노동자들이 연이어 과로사하고 있다는 상황을 종합해 본다면, 장시간 심야노동을 하는 경우 결국 노동자가 과로사 할 수 있다는 피할 수 없는 슬픈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런 점에서 현재의 심야배송, 로켓배송 시스템은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은 시스템이라는 점이 확인됩니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종합대책으로 제2의 택배과로사 예방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추진할 것을 제안 드립니다. 비록 쉽지 않은 과정일 수 있겠지만, 택배 소비자들, 택배노조 또는 택배과로사대책위, 또 CJ대한통운이나, 한진택배, 롯데택배 등 기존의 택배사업자들과 새로 진입한 택배사업자인 쿠팡CLS 그리고 쿠팡CLS의 택배영업점 등이 모두 참가하고, 또 국회와 관련 정부 부처들도 함께 참가하는 사회적 합의를 추진해 나가는 것이, 그나마 원만하고 올바른 문제 해결의 길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박석운 기자는 택배과로사대책위원회 공동 대표입니다. 이 글은 기자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완한 글입니다.


▶오마이뉴스 시리즈에서 연재하세요!
▶오마이뉴스 취재 후원하기
▶모바일로 즐기는 오마이뉴스
☞ 모바일 앱 [ 아이폰] [ 안드로이드]
☞ 공식 SNS [ 페이스북] [ 트위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회원로그인

회원가입

사이트 정보

회사명 : 원미디어 / 대표 : 대표자명
주소 : OO도 OO시 OO구 OO동 123-45
사업자 등록번호 : 123-45-67890
전화 : 02-123-4567 팩스 : 02-123-4568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제 OO구 - 123호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정보책임자명

접속자집계

오늘
1,423
어제
1,991
최대
3,806
전체
758,937
Copyright © 소유하신 도메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