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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탐사] 명품마을 발칵, 울컥한 농부…태양광에 갈등 깊어진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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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52회 작성일 24-05-1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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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신재생 에너지 확대는 이제 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습니다. 국내에서도 태양광 발전 비중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주로 해가 잘 드는 평지에 설치되던 태양광이 산골짜기에도 점점 들어서면서 곳곳에 갈등이 일고 있습니다.

먼저 김보미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김보미 기자>


[현장탐사] 명품마을 발칵, 울컥한 농부…태양광에 갈등 깊어진 이유 풀영상

[결사반대! 결사반대! 태양광이 웬 말이냐! 웬 말이냐!]

군청 앞에 모여 목청을 높이는 사람들,

[담당자들 정신 차리시오. 큰일 납니다. 주민들 다 죽는다!]

이들은 무엇 때문에 이렇게 거리로 나선 걸까?

해발 1천m, 울창한 산림과 청정 계곡 빼어난 자연경관을 바탕으로, 6년 전, 강원도 명품 마을로 선정된 평창군 봉황마을입니다.

평화롭던 마을이 발칵 뒤집힌 건 지난해 말.

[오종근/봉황마을 주민 : 그 장소가 마을 한가운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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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가들 사이로 광활하게 펼쳐진 목장 부지에 거대한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서게 된다는 겁니다.

[나동근/봉황마을 주민 : 한 마을 정도 되는 면적인데 그 면적에 그 새카만 패널이 덮인다는 거는 끔찍한 재앙…. 지금 저 가까운 데는 민가와 불과 100m도 안 돼요.]

귀농 귀촌 가구가 마을의 90%를 넘을 만큼 인구 유입이 이어지던 상황.

그런데 느닷없이 20만㎡, 그러니까 축구장 30개 넓이가 태양광 패널로 뒤덮인다는 얘기입니다.

[최학래/봉황마을 주민 : 여기 와서 사과 농사를 마음먹고 했는데 지금 와서…. 갑자기 생각하니까 울컥합니다.]

주민들은 청정 휴양 마을로 육성하겠다며 60억 원의 보조금까지 지급했던 지자체가, 태양광 허가를 내준 건 모순이라며 분통을 터뜨립니다.

[나동근/봉황마을 주민 : 한쪽에서는 명품 마을이라고 지원을 해주고 한쪽에서는 태양광 사업을 해서 마을을 망치려고 그러고.]

해발 850m 정개산 자락에 있는 맷대 마을 5년 전, 제 뒤로 보이는 산 정상부 6만 6천㎡, 약 2만 평 부지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섰습니다.

그 후 계속해서 마을 쪽으로 태양광 발전소가 추가 건설되면서 견디다 못한 주민들은 살던 집과 부지를 태양광 사업자에게 넘기고 속속 마을을 떠나고 있습니다.

[맷대마을 주민 : 태양광이 나무 옆까지는 내려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우리는 그냥 못 살고 나가는 거지. 모든 걸 포기하고 나가는 거지. 힘이 없으니까….]

이 부지 안에서 한창 공사 중인 전원주택, 이 집은 완공되더라도 사방이 태양광 패널 숲입니다.

[건축업자 : 건축주가 땅을 사셨는데 모르셨어요. 판 사람이 여기는 개발이 절대 안 될 거다 그런 얘기를 하셨었어요. 좀 당했어요.]

귀농인 두 가구는 집을 짓다가 포기하고 그냥 헐어냈습니다.

[맷대마을 주민 : 이게 터잖아요. 공사까지 했는데 묻어버린 거예요. 태양광이 들어오면서 이 집을 부수게 된 거지.]

대부분 산지로 이뤄진 평창군 일대의 태양광 허가 건수는 최근 3년 새 급증하는 추세, 예정지마다 예외 없이 비슷한 갈등이 재연되고 있습니다.

[도사마을 주민 : 난 집도 절도 없는데다가 나가라잖아요. 제가 한 60년을 살았거든요. 태양광 업자들이 사서는 무조건 있는 사람들 다 내보내잖아요. 그렇게 하면 안 되잖아요.]

---

<앵커>

이렇다 보니 마을 주민과 태양광 사업자, 그리고 지자체까지 얽혀 소송전이 난무하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는 주민 반대에도 허가를 안 내줄 수도 갈등을 중재할 만한 방법도 마땅치 않다고 합니다.

왜 그런건지 이어서 유수환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유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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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숲이 베어져 나간 마을 야산.

중장비들이 산을 깎아 태양광 시설이 들어설 부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4년 전, 1차를 시작으로 이 마을에 들어서는 3번째 태양광 발전소입니다.

[도사마을 주민 : 1차만 들어오겠다, 이렇게 얘기가 돼 있었거든요? 그런데 2차로 하고, 3차로 하고…. 반대를 많이 했죠. 비대위를 꾸려 가지고.]

주민들은 거리 시위도 하고, 반대 서명을 모아 여러 기관에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해당 군청도 주민 의견 수렴이 안 됐다며 사업 신청을 반려했습니다.

그러자 태양광 사업자는 군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걸었고, 법원은 주민 반대가 사업 허가 여부에 적법한 기준이 될 수 없다며 사업자 손을 들어줬습니다.

승소한 사업자는 주민 반대 때문에 사업이 지연됐다며, 해당 주민들을 상대로 2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최현주/도사마을 주민 : 소장을 딱 받는 순간 직감을 한 거죠. 찍소리 못하게 해서 앞으로 또 태양광을 추가로 하겠다 그런 의사 표현이구나.]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걸까?

현행 전기사업법은 태양광 사업 허가를 위해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부 내용을 정한 대통령령에는 지역 일간지에 공고만 하면 될 뿐, 주민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지자체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평창군청 관계자 : 우리나라 모든 존재하는 허가에서 주민 동의서를 요구하지 않아요. 행정 조치할 때 법에 근거가 있어야 되잖아요. 저희도 규정이 딱 맞게 있으면 직원들도 편하죠.]

법이 이러하니 사업자들도 주민 설득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유인배/맷대마을 이장 : 마을에서는 아무도 모르고, 다 끝나고 통보를 받은 거죠. 그때서 알아봤죠. 다 벌써 이뤄졌더라고요. 허가까지 다 떨어진 거죠.]

전체 발전 비중의 절반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한 유럽 국가들은 별도의 중재 기관을 두고 갈등을 조율해 왔습니다.

현재 9%대인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게 우리 정부의 계획.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고민과 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원형희, 디자인 : 방명환, VJ : 김준호

▶ [현장탐사①] 산으로 가는 태양광…명품마을도 발칵
▶ [현장탐사②] 주민 동의 없어도…소송 내면 백전백승?

김보미 기자 spring@sbs.co.kr
유수환 기자 ysh@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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