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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원만 줘도 가요"…돈급한 외국인 근로자, 제 발로 불법 찾아가[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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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57회 작성일 24-06-2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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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지은 기자, 김미루 기자] 화성 화재, 업체 간 책임 공방…외국인 노동자들 "돈은 급한데 일은 안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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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5시쯤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인근 삼거리 인력시장. 동이 트기 전 오전 4시부터 100여명이 대기하고 있다. 대부분 중국 국적 이주노동자다. /사진=김미루 기자

"저는 일당 10만원만 줘도 가요."

27일 오전 4시쯤 서울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3번 출구 앞. 검은색 백팩에 조끼를 입은 중국 국적 A씨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날 새벽 4시부터 오전 5시50분까지 이곳에서 대기했지만 일을 찾지 못했다. A씨는 "요즘 경기가 안좋아서 일이 많이 없다"며 "파견인지 하청인지, 보험 가입이 되는지 따지지 않고 되는대로 우선 간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 화성시 1차전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23명이 숨진 가운데 불법파견 여부도 도마에 올랐다. 1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측은 도급 계약을 맺었으므로 불법 파견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아리셀 노동자와 비슷한 처지로 국내에서 저임금 노동에 종사하는 이주 노동자들은 당장 돈벌이가 중요할 뿐 계약 형태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언어장벽과 고용불안에 놓인 외국인 노동자가 국내 노동자들은 기피하는 불법 파견 사업장에 제 발로 찾아가는 현실이다.



외면 받는 일자리…결국 외국인이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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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5시쯤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인근 삼거리 인력시장. 한 남성이 당일 입을 작업복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이날 남구로역 앞에도 일자리를 찾는 외국인 노동자가 100여명 대기 중이었다. 업체 관계자가 회색 승합차를 타고 도착하면 철거, 목수, 자재 정리 경험이 있는 노동자가 차량에 탑승했다. 선택 받은 외국인 노동자는 보통 아침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한다. 일당은 평균 15만~20만원이다.

취업 비자를 받지 못한 불법 체류자도 있다. 인력 사무소 직원 B씨는 "남구로역 앞 대부분은 취업이 불가능한 동포방문C-3-8 비자"라며 "돈은 급한데 인력사무소 같은 곳에서는 일을 내주지 않으니까 중간에 현장 팀장이라는 사람이 인건비를 떼 먹어도 아무 말도 못하고 또 거리에서 일을 구한다"고 말했다.

근무 중 다쳐도 치료비를 청구하지 못하는 근로자도 있다. 한국에서 20년 넘게 생활했다는 중국 국적 C씨는 어깨 사이로 보이는 멍 하나를 보여줬다. 그는 "내가 다친 건 보험이 안된다고 해서 1400만원 내고 병원에서 수술했다"며 "근로 형태 이런 건 아무 것도 모른다. 계약서도 써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위장 도급 계약 만연…원청 사업주가 하청 업체 사장 바꾸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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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5시쯤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인근 삼거리 인력시장. 동이 트기 전 오전 4시부터 100여명이 대기하고 있다. 대부분 중국 국적 이주노동자다. /사진=김미루 기자




파견과 도급… 핵심은 지휘·명령권


이번 화재 사고 책임을 둘러싼 쟁점 중 하나는 외국인 근로자를 불법 파견 여부다. 아리셀 측은 불법 파견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사망한 외국인 노동자는 모두 도급 인력으로, 인력파견 업체인 메이셀이 업무 지시를 내렸다는 취지다. 하지만 메이셀 측은 자신들이 직접적인 지휘·명령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견과 도급은 지휘·명령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로 구분된다. 원청 사업주가 노동자를 지휘·명령하면 파견으로 본다. 하청업체 사업주가 권한을 행사하면 도급이다.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아리셀과 같은 제조업장에서 직접적인 생산 공정이나 업무에 대한 외국인 파견은 금지됐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아리셀에 파견됐다면 문제 소지가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형식은 도급 계약이지만 실질은 파견 형태를 띤 위장 도급 계약이 만연하다. 원청 기업이 하청 업체 노동자를 사실상 파견 노동자로 취급하고 지휘·명령하는 식이다. 원청 기업은 형식상 도급 계약을 유지해야 임금 체불 등 법적 다툼이 발생했을 때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원청 기업에 다니는 직원이 하청 업체의 사장이 돼 기존 하청 업체 직원을 빼돌리는 경우도 있다. 출근을 비롯한 근태 또한 하청 업체 사장이 아니라 원청 직원이 확인하기도 한다. 아리셀 공장 노동자 사이에서도 메이셀이 아닌 아리셀로부터 직접적 업무 지시를 받았다는 증언이 있다.



인건비 절감위해 도급 아닌 파견 선호



원청 기업들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파견형태 운영을 선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구로구의 한 인력알선업체 직원은 "도급으로 운영하면 성과급도 주고 퇴직금도 줘야 한다"며 "퇴직금 지급을 안 하려 근무 기간이 11개월 넘는 순간 다른 업체로 돌리는 게 관행인데, 그러려면 파견형태로 운영해야 한다. 계약서로는 도급으로 나오니 관리 감독관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정원 법무법인 남산 대표변호사는 "실제로 파견 근로로 운영하면서 형식상으로만 도급 형태로 계약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 나라 상당수 사내 하도급이 이런 식으로 운영돼 원청이 마음에 안 들면 하청 대표를 바꾸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적으로 두 계약은 다르지만 구분이 쉽지 않다"며 "최근에 와서는 도급 계약에서도 원청 업체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를 한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직원에 대한 지휘·명령 의무가 하청 업체에 있기 때문에 모호하다"고 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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