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터가 일주일 만에 갈색으로…학교 음수대서 녹물이 뚝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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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학부모 불안 커져
아리수 배관을 사용하는 서울의 한 고등학교 샤워기 필터가 설치 일주일 만에 진한 갈색으로 변한 모습왼쪽과 사용전 필터 모습. 학교 관계자들은 “하얗던 필터가 1주일 만에 누렇게 변했다”며 ”아리수 음수대에서도 녹물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독자제공 지난달 23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는 “음수대 배관에서 녹물이 나오는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에 학교 측에서 아리수 음수대와 같은 배관을 사용하는 수도에 녹물제거 필터를 달아봤는데, 일주일 만에 필터가 갈색으로 변했다고 한다. 이후 학생·교사들은 음수대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교사들은 돈을 모아 교무실 등에 정수기를 설치했다. 교사 A씨는 “아리수 자체는 깨끗하겠지만, 학교 건물 내 수도관이 노후화됐다”며 “학생들이 가끔 아리수 음수대로 물 마시는 걸 보면 불안하다”고 했다. 이와 같은 녹물·위생 문제가 반복되자 아리수 음수대에 대한 교사·학생들의 불신은 커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50대 석모씨는 인근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매일 물을 싸준다. 석씨는 “학교에 정수기가 없느냐고 물으니 ‘수돗물 먹기가 찝찝하다’는 반응이었다”고 했다. 서울시내 한 중학교 학생 B14양은 “같은 반 25명 모두 물을 싸 들고 다니며, 남학생들만 가져온 물이 다 떨어졌을 때 급수기로 물을 마신다”며 “입학 때부터 물을 싸 들고 다니던 버릇이 들어서 급수기로 물 마실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학부모 강모50씨도 “초등학생 아들이 ‘학교에 정수기가 없다’며 물병에 물을 싸달라고 한다”며 “정수기가 있던 유치원 시절이 좋았다”고 했다. 서울 용산구의 한 학부모는 “담임 선생님이 여름철일수록 더욱 물을 집에서 싸오라고 강조한다”고 했다. 정수기처럼 생긴 학교 음수대/서울시 제공 이와 같은 불신은 아리수 급수기 설치율 저하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시내 1363개 학교 중 91.8%인 1251개가 아리수 음수대를 사용하고 있다. 지난 2020년엔 1362개 학교 중 1299곳95.4%이 아리수 음수대를 설치했었다. 지난 4년 새 48곳이 음수대를 없앤 것이다. 일부 사립초등학교와 서초·강남 지역 학교를 중심으로 아리수 음수대를 철거한다고 한다. 서울시내 학교들에 아리수 음수대를 납품하는 급수기 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필터 있는 정수기도 판매하고 있지만, 서울시 측이 ‘아리수는 필터를 거칠 필요가 없는 물이기 때문에 필터 없는 급수기를 판매하라’고 해서 냉온 기능만 있는 직수 급수기를 납품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정수기는 청소, 필터교체, 수질검사 등 관리가 까다롭고 정수기 관리업체와 수질검사 업체가 달라 번거롭고 비용도 많이 든다”며 “아리수를 이용하면 필터가 필요 없고 점검 소요도 적어진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서울시는 수도관 노화로 인한 아리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오는 2040년까지 3074㎞의 수도관을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아리수본부 급수설비과 관계자는 “학교에 아리수 직수 음수대를 설치할 때 배관이 노후화된 곳은 상수도와 아리수 직수 음수대를 바로 연결하는 전용 외부 배관을 설치한다”며 “정기적으로 학교에 나가 수질 검사를 철저히 해 학생들이 믿고 수돗물을 마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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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닷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신청하기] 장윤 기자 yoon@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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