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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채 상병 사망 이틀 뒤 "말씀하신 수사계획서 첨부" e메일로 자료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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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80회 작성일 24-05-1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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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지난 3월21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리는 항명 혐의 재판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지난 3월21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리는 항명 혐의 재판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지난해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이틀 뒤 해병대 수사단 측이 대통령실 측에 ‘수사계획서’를 보낸 것은 대통령실 측에서 먼저 자료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안보 정책을 담당하는 국가안보실이 국방부를 통하지도 않고 수사단에 직접 수사 관련 자료를 요청한 것이다. 대통령실이 채 상병 사건 수사상황을 면밀히 챙긴 정황에도 불구하고 이제 와서 해병대 수사단에 수사권이 없다고 강변하는 것과 별개로 “안보실의 수사계획서 요청 자체가 이례적이고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에 파견돼있던 김형래 대령은 지난해 7월21일 해병대 수사단 관계자로부터한글 파일로 작성된 ‘사망사건 수사계획서’를 군 내부 e메일로 받았다.

채 상병 사건 수사를 담당한 해병대 수사단 관계자는 지난해 7월21일 오전 11시57분 김 대령에게 “말씀하신 수사계획서 첨부한다”며 문건을 첨부한 e메일을 보냈다. 김 대령은 같은 날 오후 1시2분 e메일을 읽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은 윤석열 대통령이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한 다음 날이다.



박정훈 측 “안보실, ‘채 상병 사건’ 어디서 수사할지 고민하다 자료 요구”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측 설명에 따르면 김 대령은 박 전 수사단장에게 연락해 ‘안보실이 채 상병 사건을 국방부 조사본부와 해병대 수사단 중 어디에서 수사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는 취지로 말하며 ‘수사계획과 관련된 자료’를 보내달라고 했다. 김 대령의 말은 해병대에서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해병대가 자체 수사하기보다는 국방부 조사본부가 수사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취지였다.

당시 해병대 수사단은 대통령실에 보고하는 수사계획서 문서 양식이 없어 새로 만들었다고 한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례적인 요청이었다는 뜻이다. 김 대령은 국방부 검찰단군 검찰의 항명 사건 조사에서 “박 전 수사단장과 전화를 주고받던 중 ‘앞으로 조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있느냐’고 문의했다”며 “박 전 수사단장은 ‘정리된 것은 없는데 정리해서 보내주겠다’라며 보내준 것이 수사계획서라는 것이었다”고 진술했다.

수사계획서를 요청한 곳이 안보실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안보실은 국가 안보 역량 구축 및 국방정책 현안 관리 등의 업무를 맡는다. 김 대령은 ‘국방 정책 지원’을 담당했다. 채 상병 사건이 군에서 발생하긴 했지만 국가 안보나 정책과 직접 연결되는 사안은 아닌 만큼 수사계획을 보고받는 게 일반적이진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과거 민정수석실 같은 부서도 아니고 안보실은 수사와 무관한데 안보실이 수사계획서를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안보실이 수사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이고 이런 요구가 오면 수사단 당사자들은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8월 국회 국방위원회 질의를 통해 이런 내용의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김 대령이 해병대 수사단이 수사하는 게 맞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국방부 조사본부가 해야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이야기했다”며 “그때부터 안보실은 해병대 수사단이 엄정히 하면 어떡할까 두려워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해병대 수사단이 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이첩을 보류시켰다. 이후 사건을 재검토한 국방부 조사본부가 혐의자를 2명으로 줄여 경찰에 이첩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법조계 “안보실에 ‘선 보고·후 수사’ 하는 경우 없다”


김 대령은 지난해 7월28~30일 해병대 수사단에 채 상병 사건 수사결과 자료를 여러차례 요구하기도 했다. 수사단은 수사결과보고서 제출은 부적절하다고 보고 대신 언론브리핑 자료를 김 대령에게 보냈다. 김 대령은 이 자료를 e메일로 받은 다음 “수고한다. 절대 이쪽에 전달했다는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고 회신했다. 김 대령이 수사계획서와 언론브리핑 자료 등을 대통령실 윗선 어디까지 보고했고, 무엇을 논의했는지가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윗선’의 수사계획 보고 요구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비판했던 사항이기도 하다. 검찰은 2019년 법무부가 전국 검찰청의 주요 사건 수사계획을 사전에 보고받는 방안을 추진하자 강력 반발했다.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도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계획 보고는 청와대와 법무부가 민감한 사건 수사에 개입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안보실의 채 상병 사건 관련 수사계획서 요청은 해병대 수사단의 독립성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군 판사 출신 변호사는 “어떠한 군 사건도 대통령실에 수사계획서를 보고하고 수사에 착수하는 경우는 없다”며 “계획서 내용이 아무리 개괄적일지라도 이러한 요구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군 사건 변론 경험이 많은 다른 변호사도 “수사 계획을 요청했다는 건 결국 해병대 수사단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본 다음 모종의 판단을 하겠다는 의중이 있었던 것 아니냐”며 “수사 독립성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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