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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 비 맞아도 터지는데…정부 "불 잘 안 붙어 유해물질 아니다" [화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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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58회 작성일 24-06-26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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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공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토안전연구원,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관리공단 등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지난 24일 오전 10시 31분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소재 일차전지 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25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공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토안전연구원,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관리공단 등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지난 24일 오전 10시 31분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소재 일차전지 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24일 경기 화성 리튬 1차전지 제조공장 화재 당시 초기 진압을 어렵게 해 인명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금수성禁水性 물질인 리튬이 지목됐다. 리튬 전지 하나가 폭발하자 공장 내부에 있던 배터리 3만 5000개가 연쇄 폭발을 일으키며 사실상 ‘폭탄’과 같은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리튬은 법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관리해야 하는 유해 화학물질이 아닌 ‘일반’ 화학물질로 분류된다. 이에 리튬이 가진 위험성에 비해 관리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환경부에 따르면 리튬은 직접 불로 가열하거나 분해하는 것이 아니면 상온에서 산소와 결합해도 발화할 가능성이 낮고 물질 자체의 독성 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학물질관리법 규제 대상에서는 제외돼 있다. 이 때문에 취급자 안전교육이나 정기 검사 등 별도의 안전기준이 없다. 사고 발생 시 구체적인 대응 매뉴얼인 ‘화학사고 위기대응 매뉴얼’에도 빠져 있다.


대신 위험물안전관리법을 근거로 제3류 자연발화성 물질 및 금수성 물질로 관리된다. 환경부 화학관리물질팀 관계자는 “유해화학물질 지정은 법에서 정한 유해성 평가를 거쳐 결정되는데 리튬의 경우 불이 잘 붙지 않는다는 등 이유로 유해성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리튬의 경우 화재 발생시 기존 분말·질식 소화기로는 진화가 어려운 데도 현행 소방법령은 금속화재를 별도 화재 유형으로 분류하지 않고, 소화기구 안전기술기준도 마련하지 않아 전용 소화기가 사실상 없다고 한다. 현재 소방시설법상 화재는 일반화재A급, 유류화재B급, 전기화재C급, 주방화재K급 등만 구분하고 해당 유형별로 소화기약제 기준을 규정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리튬은 반응성이 큰 금속물질이어서 고온이나 수분, 고압 등 특정 외부환경에 노출되면 쉽게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화학적 특징을 갖고 있다. 이에 리튬 전지를 제조·보관하는 공장의 경우 건조한 환경이 필수적인데, 이번 화재 전날 화성 일대에 강수량 약 70㎜의 비가 내리면서 건조한 환경이 유지되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리튬 전지가 수분에 노출돼 폭발 사고가 발생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2019년 12월 세종시의 한 군부대 보급창고에서 리튬전지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8시간 만에 겨우 진화됐다. 이후 조사에선 전날 내린 비로 인한 수분 노출이 화재 원인으로 파악됐다. 윤성훈 중앙대 융합공학부 교수는 “1차전지의 리튬메탈 성분은 수분과 반응하면 수소를 분출해 폭발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화성 리튬공장 화재 그래픽 이미지.

화성 리튬공장 화재 그래픽 이미지.


리튬은 일단 불이 붙으면 연쇄 폭발이 일어날 위험도 크다. 수만 개 배터리가 보관돼 있던 이번 공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작업장은 24일 오전 10시 30분 3초에 배터리 1개에서 흰 연기와 불꽃이 피어오른 지 15초 만에 연쇄 폭발로 화염이 치솟고 뿌연 연기로 퍼졌다. 근무자들은 대피로를 찾을 시간조차 확보하지 못해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이번 폭발·화재를 일으킨 1차전지 역시 2차전지와 비슷한 위험성을 가지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식돼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1차전지는 한 차례 사용 후 폐기되고 2차전지는 여러 번 충전해 사용이 가능하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2차전지의 경우 휴대전화나 노트북, 자동차에 흔히 사용돼 일반인들도 폭발이나 화재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잘 돼 있지만 1차전지는 화재가 적어 위험성을 간과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또 다른 1차전지 제조회사인 A업체 공장에서도 2015년 10월과 2017년 4월 등 두 차례 화재가 발생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리튬 전지에 대한 안전관리 기준과 함께 사고 발생시 물로 진화가 힘든 특성을 고려한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리튬 전지는 화재 진압이 어려운 만큼 배터리를 소분해 보관하고 주기적인 작업자 교육 등 예방책이 최선”이라며 “사고 발생시 인명피해를 막기 위한 대피유도선 설치 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을 맡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오후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지 등 화재위험방치대책TF를 구성해 전지 제조업체의 안전 관리 현황을 파악하고 취약 사업장의 합동 점검을 추진하는 등 사업장에서 대규모 화재 사고가 없도록 예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보람·이찬규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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