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걸이 한 우리 딸, 제발 찾고싶은데…아무도 안 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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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화재참사] 사망 중국인 노동자 채씨의 부친 "결혼 앞뒀던 딸, 아직도 시신이 어딨는지도 몰라"
[김성욱 기자]
"중국 대사관 통해서만 연락이 왔지, 한국에선 아무런 연락도 못 받았어요…" 경기 화성시 아리셀 배터리공장 참사로 39세 딸을 잃은 채성범73씨가 25일 녹아 내린 공장을 바라보며 울었다. 채씨는 딸의 사망 사실만 알 뿐 이틀째 신원 확인을 못했다며 가슴을 쳤다. 중국 동포조선족인 채씨의 딸은 중국 국적이다. 전날 참사로 사망한 23명 중 무려 17명이 중국인 노동자였다. 나머지 5명은 한국인, 1명은 라오스인이다. "중국대사관이 사망 통보... 한국 정부는 연락도 없어" 채씨는 중국 대사관을 통해서만 딸의 소식을 들었을 뿐 아직 한국 정부나 회사로부터는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채씨는 "하도 답답해 딸을 직접 찾아 다녔지만 헛수고였다"라며 "우리 딸이 목걸이를 메고 다녔는데, 주변에서 목걸이를 한 시신이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화성의 장례식장과 경찰서를 여러 번 왔다 갔다 했다"고 눈물을 흘렸다. 채씨의 딸은 15년 전 한국에 왔고, 1년 정도 전부터 아리셀 공장에서 일했다고 한다. 채씨는 "딸이 특별히 위험하다는 말은 안 했지만, 사고가 나기 이틀 전 공장에서 불이 났었다는 말을 했다"고 기억했다. 채씨는 "이렇게 위험한 일을 하는 줄 몰랐다"고 했다. 채씨의 딸은 평소 오전 8시 30분에 출근해 6시에 퇴근했고, 일주일에 두번은 야간 근무를 해 월 300만원 정도를 벌었다고 한다. 채씨의 딸은 지난해 4~5월부터 1년간 일용직으로 이 공장에서 일했고, 올해 4~5월쯤 정규직으로 채용됐다고 채씨는 설명했다. 다음은 채씨와의 일문일답. "대피도 못하고 불에 타죽었다는 게, 너무 한심" - 참사 이틀째다. "하도 속이 타서, 가슴이 답답해서 참사 현장에 와봤다. 아직도 한국 쪽에서는 하나도 연락을 못 받았다. 회사에서도 연락이 없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대사관에서 벌써 연락이 왔다. 딸이 죽었다는 소식이었다." - 평소 채OO씨가 일이 위험하다는 말을 했나. "그런 적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사고 나기 이틀 전에 퇴근하고 집에 와서 오늘 불이 났다고 했다. 그때도 다른 직원 하나가 소화기를 들고 불을 끄다 손에 화상을 입었다고. 그래서 내가 조심하라고 했는데... 그때 가지 말라고 했어야 했나… 딸이 있는 곳이 이렇게 위험한 줄 어떻게 알았겠나. 속이 터진다." - 채씨가 이 공장에서 얼마나 일했나. "1년 좀 넘었다. 작년 4월인가 5월부터 일을 했을 거다. 그러다 올해 4월인가 5월에 정식 직원이 됐다. 그전까진 일용직이었다. 회사에서 보니까 쓸 만하니 정식으로 입사시켜주지 않았겠나. 딸이 한국에 온 지는 15년 정도 됐다. 딸은 효녀였고. 열심히 일했다. 아침 8시 30분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는데, 화요일, 목요일에 밤 8시 30분까지 일하면 한 달에 300만원 좀 넘게 받는다고 했다. 딸이 금년 가을에 결혼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가슴이 너무 아프다." - 바라는 게 있다면. "제발 딸을 찾고 싶다. 아직도 못 찾아서 오늘도 아침 일찍 나와 장례식장도 두 번 갔다 오고 경찰서도 다녀왔다. 그런데 아무도 도와주질 않았다. 목걸이를 멘 시신이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어서 가봤는데. 한번만 확인해 달라고, 우리 딸이 항상 목걸이를 하고 다니니 한번만 봐달라고 사정을 했는데 그것도 안 해줬다. 정말 이해가 안 간다. 회사도 그렇다. 도대체 생명을 어떻게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다. 일꾼들이 일하는데 배터리가 그렇게 한꺼번에 폭발했다는 게 말이 되나. 일꾼들이 대피도 못하고 다같이 갇혀서 불에 타 죽었다는 게. 너무 한심하다. 제대로 된 설명이라도 듣고 싶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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