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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 평균 93년생의 눈물…"저출생 비상? 당장이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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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13회 작성일 24-06-2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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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에서 열린 ‘신촌·구로·병점 100억대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청년 전세사기 피해자 정수가명씨가 눈물을 흘리며 발언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청년들 저출생 가지고 국가비상사태 이야기하셨죠? 지금 저출생 걱정할 때가 아닙니다. 청년들은 당장 살아가고 있는 공간에서 지옥 같은 일들을 겪고 있습니다.”



뙤약볕이 내리쬐던 23일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부근 거리. 주말을 맞아 여느 또래 친구들처럼 즐겁게 대학가를 거닐어야 할 청년들이 마스크를 끼고 모자를 쓴 채 한 줄로 섰다. ‘평균 93년생 청년 피해자들…사기의 늪에 빠진 피해자를 지켜주세요’라고 적힌 펼침막을 맞잡은 이들은 마이크를 잡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날 이들은 ‘신촌·구로·병점 100억대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를 출범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피해자들은 모두 같은 전세사기 일당이 소유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서울 구로구 오류동, 경기 화성시 병점동 소재 7개 건물 세입자 94명으로, 계약 당시 평균 나이는 만 26살에 불과했다. 전체 피해액은 102억5500만원. 10대 때부터 일하며 모은 돈을 날린 청년, 유학과 결혼을 포기한 청년들이 마이크를 잡고 울분 섞인 호소를 이어 갔다.



신촌·구로·병점 100억대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에서 대책위 출범 기자회견을 열어 청년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지켜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연세대에 다니고 있는 이솔가명씨는 1년 반 전 학교 기숙사에 빈방이 없어 집을 구하러 다녔다. 공인중개사는 직접 청년전세대출에 대해 설명하며 대출 신청을 돕고, ‘집주인이 바보같이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며 전셋집을 소개했다. 근저당 24억원이 잡혀 있었지만 2∼3개월 내에 해결될 예정이고, 시세가 60억원이라 혹시 문제가 생겨도 보증금은 모두 받을 수 있을 거라 했다. 그러나 최근 이솔씨는 경매개시결정 통지서를 받았다. 알고 보니 건물의 감정평가액은 중개사가 말한 시세의 반도 되지 않는 29억원에 불과했다.



보증금을 바탕으로 유학을 준비하던 이솔씨에겐 날벼락과 같은 일이었다. “훌륭한 연구자가 되겠다는, 20년을 바쳐 온 꿈을 잃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꿈을 접을까, 아니 삶을 접을까. 하루에 수백 번 고민했습니다.” 마이크를 잡은 이솔씨의 손이 떨렸다. 문제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빌라는 이솔씨를 포함한 21가구 전체가 피해를 봤다. 5층짜리 건물에서만 총 피해금액이 24억7500만원, 한 가구당 약 1억2천만원꼴이다.



피해자들은 국가가 공인한 중개사를 통해, 국가가 홍보한 청년전세대출로 집을 마련했는데도 전세사기 피해는 나 몰라라 하는 정부를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대책위는 “전세대출을 받은 피해자의 절반은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세보증금대출 또는 청년전용 버팀목전세자금대출을 이용했다”며 “임대인이 보증금 미반환으로 청년 세입자에 빚을 전가한 상황에서, 정부와 은행도 대출에 대한 모든 책임을 세입자에 떠넘기고만 있다”고 짚었다.



대책위는 현행법이 전세사기를 제대로 예방하지도, 처벌하지도, 피해를 복구하지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공인중개사법상 지자체가 공인중개사를 관리·감독할 수 있지만, 그게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느끼는 세입자는 하나도 없다.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출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신촌의 모든 은행 ‘뺑뺑이’를 돌았지만 지원대출을 받지 못한 세입자도 있다”며 “피해자의 43%가 대출 없이 전셋집을 마련했는데, 현행 전세사기특별법상 대출 미이용자는 실질적인 구제가 불가능하다”고도 짚었다.



이날 대책위는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을 통한 △경매 유예 △구제 사각지대 대책 마련 △최우선변제 대상 확대를 요구하고, △세입자 대상 주거 교육 진행 △공공임대주택 확대 △대학 기숙사 확보 등 추가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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