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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응원봉 들고 시위…예상밖 분위기에 외신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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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0회 작성일 24-12-0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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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도 주목한 MZ 시위
로제 아파트 부르며 탄핵 외쳤다

촛불 대신 아이돌 응원봉…콘서트 같은 탄핵집회

참석한 시민들 춤추고 노래
"생각보다 정겹고 활기찬 분위기"
재치있는 문구의 깃발도 등장

수십만명 평화롭게 마무리
"성숙한 韓 민주주의 반영"
아이돌 응원봉 들고 시위…예상밖 분위기에 외신도 주목

lt; 흥겨운 시위 주도하는 MZ gt; 지난 7·8일 국회 앞에서 열린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가한 젊은이들이 다양한 응원봉과 아이돌 피켓을 들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을 촉구하고 있다. 이번 탄핵 시위에 참여한 MZ세대들은 과거와 달리 놀이 형태의 시위 문화를 선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최혁/임형택 기자


“제발 그냥 누워있게 해줘라, 우리가 집에서 나와 일어나야겠냐.”전국집에누워있기연합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표결한 지난 7일, 국회의사당 앞에는 주최 측 추산 100만 명경찰 추산 10만 명 이상의 시민이 운집했다. 우려한 폭력이나 충돌은 없었다. 재치 있는 문구의 깃발을 앞세운 시민들은 로제의 ‘아파트’를 부르며 시위에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집회를 주도하는 세력이 과거 운동권에서 젊은 세대로 바뀐 가운데, 이번 사태를 극복해낼 것이라는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평화적으로 끝난 여의도 대규모 시위
이날 열린 대규모 여의도 집회는 별다른 사고 없이 마무리됐다. 모두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화기애애한 ‘MZ 집회’ 분위기가 연출됐다. 오후 6시께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며 탄핵안 표결이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실망감이 맴돌았다.


주최 측은 음악을 틀고 분위기를 환기했다. 시민들은 로제의 ‘아파트’, 지드래곤의 ‘삐딱하게’ 등 유행곡을 따라 부르며 시위를 콘서트처럼 즐겼다. 촛불 대신 아이돌그룹 빅뱅의 ‘뱅봉’, 마마무의 ‘무봉’ 등 연예인 팬클럽의 응원봉도 곳곳에서 보였다. 아버지와 함께 집회에 참석한 고교 2학년 함주연 양17은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정겹고 활기찬 분위기”라며 “처음 시위에 참여하는데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행사라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노동운동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던 깃발들도 과거와는 달라졌다. ‘전국집에누워있기연합’의 깃발에는 ‘제발 그냥 누워있게 해줘라’ ‘우리가 집에서 나와 일어나야겠냐’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응원봉연대’ 깃발에는 ‘덕후에게 덕질만 걱정할 자유를’이라는 위트 있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이외에 ‘강아지발냄새연구회’ ‘전국까만고양이연합회’ ‘화분안죽이기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들의 다양한 관심사와 배경을 반영한 깃발들이 나부꼈다.

6일부터 각종 소셜미디어엔 “집회 참여자들에게 힘을 보태고 싶다”며 국회 인근 카페, 식당, 약국 등에 선결제를 해뒀다는 시민들의 인증 글이 쏟아지기도 했다.

주최 측도 평화적 시위를 강조하며 폭력적 사태를 미연에 방지했다. 시위대 일부가 국회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주최 측은 “국회 담을 넘거나 경찰과 충돌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안내했다. 이날 경찰은 서울 전역에 135개 중대, 1만2000여 명을 투입해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했다.

축제 같은 분위기에 외신도 주목
외신도 평화적인 집회에 주목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집회가 축제 같은 분위기에서 시작됐다”며 “구호와 음악 소리는 몇 블록 떨어진 곳에서도 들릴 정도”라고 했다.

영국 BBC방송은 “한국은 2년 전 이태원 참사로 치명적인 압사 사고를 겪은 바 있어 이번 집회에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세대교체와 민주주의 성숙에 따라 집회의 양상이 변화했다고 분석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확신과 계엄령 시국을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 아래 시민들이 평화로운 집회를 벌였다”며 “집회를 주도하는 주체도 젊은 세대로 바뀌면서 밝고 축제적인 모습이 더해졌다”고 설명했다.

탄핵을 경험한 시민들이 스스로의 힘을 믿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서찬석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경험이 시민들을 학습시켰다”며 “탄핵이 하루 만에 이뤄지지 않음을 국민이 알고 있기 때문에 극단적인 행동을 피하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했다”고 분석했다.

김다빈/정희원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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