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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 입 연 모친 살해 전교 1등 아들…범죄 재조명 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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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05회 작성일 24-06-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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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기사
[잔혹 범죄 다룬 콘텐츠, 필요할까]
tvN·MBC 등 유명 살인 사건 재조명
범인 신상, 범행 과정 상세하게 다뤄
"기존 보도에 자극적 디테일만 추가"
"피해자 보호와 범죄 예방 우선해야"
13년 만에 입 연 모친 살해 전교 1등 아들…범죄 재조명 효과는

13년 전 전교 1등 모범생 강준수가명·당시 18세는 안방에서 자고 있던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이후 어머니 시신을 집에 방치한 채 8개월을 지냈다. 끔찍한 존속살해 사건 배경에는 성적을 강요한 어머니의 가혹한 학대가 있었다는 사실에 강씨는 징역 3년을 받았다. 만기 출소한 그는 결혼해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 그의 기구한 사연이 17일 tvN 예능 프로그램인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에서 재조명됐다. 직접 출연한 그는 어머니로부터 성적을 이유로 강압적인 훈육과 체벌을 당한 일, 살인을 결심한 심경 등을 상세히 털어놨다.

최근 방송가에서 잔혹한 범죄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전교 1등의 모친 살해 사건tvN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명문대 여대생 청부 살인 사건KBS 2TV 스모킹 건, 가평 계곡 살인 사건MBC 그녀가 죽였다 등 사회적 논란이 됐던 사건을 재조명한다. 범죄의 실체를 밝혀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고 경각심을 일깨우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해 범행을 정당화하거나 자극적인 내용만 부각해 범죄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가해자에 서사 부여, 자극적 내용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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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수가 17일 방송에서 불행했던 가정사, 어머니의 학대, 당시 심정 등을 여과 없이 밝히자 시청자들은 금세 강씨의 감정에 이입했다. "아동학대를 당한 사연이 있었는지 몰랐다", "저런 학대를 받으면 당연히 어머니에 대한 분노가 치밀 수밖에 없다", "어머니의 잘못된 사랑이 아들을 망쳤다" 등 동정 여론까지 형성됐다.

희대의 살인을 저지른 여성 범죄자를 다룬 MBC 그녀가 죽였다 방송은 범죄자들의 외모나 태도 등에 초점을 맞췄다. 방송은 2005년 연쇄 보험 살인 사건을 저지른 엄인숙의 얼굴을 19년 만에 처음 공개했다. 수사를 맡았던 경찰관 등은 인터뷰를 통해 그의 뛰어난 미모가 엽기적인 범행의 도구가 됐다고 했다. 해당 방송은 제주의 한 펜션에서 전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바다 등에 버린 고유정이 범행 이후 펜션 주인에게 애교 섞인 말투를 썼었다는 점을 부각하기도 했다.

방송은 범행 현장이나 수법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지난달 23일 방송된 KBS 스모킹 건에선 여대생이 스토킹·살해 청부를 당하는 장면을 구체적으로 담았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도 지난달 25일 ‘여수 모텔 살인 사건’과 ‘두 자매 성매매 사건’을 다루면서 범죄 현장과 범행 수법을 자세하게 보여줘 논란이 됐다.

잔혹 범죄 재조명, 정말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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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를 다루는 방송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해당 방송 제작진들은 "범죄의 실체를 밝혀 피해를 막는 게 목적"이라고 말한다. 과거 범죄를 통해 미래 범죄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반면 위근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는 "엽기적 과정과 범죄자 신상이 다 공개된 사건을 다시 소환해 사소한 디테일을 덧붙여 사이코패스 캐릭터를 구체화하는 것이 사회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데 어떤 기여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도 "범죄자를 악마화하고 단죄하자는 여론이 들끓는 건 이 순간 분노하는 나는 정의롭다, 난 당시 방관한 사람들과 다르다는 일시적인 위안을 주는 것 외에는 사회 정의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방송이 사건의 재조명보다 법과 제도의 허점 등 후속 조치를 다뤄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종임 문화연대 기술문화 미디어위원회 위원은 "단순히 사건의 디테일에서 차별화를 꾀하는 방식은 문제적"이라며 "범죄에 대해 처벌 규정이 미흡하다거나 피해자 구제책이 부족하다는 점을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범죄의 재구성은 오히려 이를 학습하게 하거나 범죄자의 치밀한 계획성을 선망하게 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황 평론가도 "범죄를 다룬 콘텐츠가 제작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어떤 공포를 느낄지에 대해선 사실상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는데, 범죄 내용을 면면이 알기에 앞서 이런 논의가 더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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