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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선생님, OO랑 잤죠?" 학생이 교사 성희롱, 피해 신고 77%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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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85회 작성일 24-06-17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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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일러스트=이철원

서울시 한 남자고등학교에 근무하는 20대 여교사 A씨는 올 들어 수업 중 B군에게 여러 차례 성희롱을 당했다. B군은 A 교사 수업 시간에 갑자기 양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주무르는 행동을 하면서 친구와 웃었다. 또 A 교사에게 제출한 과제물에 성행위를 암시하는 내용을 적기도 했다. 개인 노트에 A 교사를 성희롱하는 내용을 적어둔 걸 다른 학생이 발견해 학교에 신고하기도 했다. A씨는 참다 못해 최근 학교에 이를 교권 침해로 신고했다.

◇대범해지는 학생들 성희롱

A 교사처럼 학생들에게 성희롱·성추행을 당한 교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에 접수된 교권 침해 신고 건수는 2018년 2454건에서 2022년 3055건으로 24.5% 증가했다. 교권 침해 유형 중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 및 성폭력’ 증가율이 특히 가팔랐다. 2018년 187건에서 2022년 331건으로 77% 증가했다.


교육계에선 “교권이 무너지고 학생들이 특히 젊은 교사를 만만하게 보면서 대범하게 성희롱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국교총이 지난해 접수한 성희롱·성추행 사례를 보면, 대구 한 중학교 학생은 수업 시간에 교사에게 “ΟΟΟ 선생님이랑 잤죠?” “아, 뒷모습 보니까 XX하고 싶네” 등 수차례에 걸쳐 교사에게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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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지역 한 초등학교에선 학생이 남성 성기 모양 물건을 교사에게 주면서 “흔들어 보세요”라고 하기도 했다. 서울 한 중학교 학생은 소셜미디어에 “선생님 가슴 만지고 싶다” 등 담임교사를 성희롱하는 글을 수차례 올렸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접수되는 성폭력 피해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구타를 당하는 등 물리적인 피해를 입은 게 아닌 이상 ‘학생인데 타이르고 넘어가자’는 분위기가 여전히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권보호위가 “성희롱 묘사해 보라”

최근 교권 침해에서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가 되레 ‘2차 피해’를 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작년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각 학교에 있던 교보위를 올해부터 지역교육지원청으로 이관했다. 교보위는 교권 침해 사건을 심의하고, 가해 학생에게 징계 처분을 내리는 곳이다. 학교가 교권 침해 사건을 감추는 일을 막으려 교육지원청에 이관한 것이다.

A 교사는 지난 5월 B군의 성희롱 등 행위를 강남서초교육지원청 교보위에 신고했다. 이에 지난달 교보위 심의가 열려 A 교사는 출석했다. 이 자리에서 위원 6명 가운데 한 남성 위원은 “B군의 성희롱 행위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으니 직접 묘사해 달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B군이 과제물 등에 적은 성희롱성 글을 A 교사에게 직접 진술해 보라고도 했다. A 교사는 “학생에게 당한 성희롱보다 교보위 진술 과정에서 훨씬 큰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강남서초교육지원청 측은 “교보위원들이 사실 확인을 위해 최대한 조심스럽게 진술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교보위는 최근 이 사건에 대해 “B 학생의 행위가 A 교사를 성희롱했다고 평가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교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교육 현장에선 교보위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보위는 해당 지역의 교사, 교육 전문가, 학부모, 변호사 자격증 보유자, 경찰공무원, 교육 활동 지식·경험이 있는 자 중에서 최소 10명 이상을 선발해 구성된다. ‘2차 가해’ 방지를 위해 성범죄 전문 수사관을 두는 수사기관 등과 비교하면 피해자 보호 기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위원 명단이나 운영 규정, 회의록 등이 모두 비공개인 ‘깜깜이’ 운영 방식도 문제다.

교사 노조 관계자는 “학생에게 지속적으로 모욕을 당한 교사가 교보위에 신고했더니 증거물에 직접 가해 학생과 학부모의 사인을 받아 오라는 황당한 경우도 있었다”면서 “학생 문제만큼은 수사기관에 넘기려 하지 않는 교사들에게 교보위는 사실상 수사기관이자 법정 같은 곳인데도 전문성이 크게 떨어지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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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태준 기자 pyotaej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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